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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DEATH.죽음이란 무엇인가
작성자 진지영 작성일 2020-06-05
작성일 2020-06-05

'죽음'이라는 단어 자체는 모든 생명체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거의 신의 영역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이 오기전에 우리는 '삶'이라는 또 다른 보물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죽음도 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왜 죽음이 보물이 될까?


나는 20대 초반에 '죽음'이 너무 두렵다는 것을 경험했다.

직접적으로 내가 '죽음'을 경험했다는 것은 아니다. 나와 아주 가까운 그 누군가의 죽음이 본인에게는 실제의 죽음과도 똑같은 감정을 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때 외할머니 손에서 컸다. 부모님이 계셨지만 두분 다 일을 하시느라 바쁘셨고, 그런 부모님을 대신해서 외할머니께서 나와 남동생을 다 키워주셨다.

내가 결혼해서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까지......

오죽하면 나는 엄마 아빠를 닮지않았고, 외할머니를 쏙 빼닮아 함께 목욕탕에 가면 늦둥이냐고 할 정도로 할머니와 나는 닮았었다. 그런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6개월 전 치매를 심하게 앓으시고, 그렇게 좋아하시던 나도 못 알아보시고, 정말 헤어지기 전에 情을 떼놓을려고 하신건지 온갖 집의 가구는 다 부수고, 소리도 지르셔서 경찰도 몇번이나 왔었고, 생활하는 우리 가족을 너무도 힘들게 하셨다.

글로는 다 표현을 못하는 여러가지 사건, 사고도 너무도 많았다.

미웠다.

긴병에 효자없다는 옛말이 맞다고 증명을 해보이듯이 우리 가족에게 할머니는 너무도 힘든 존재였다.

하루하루가 조심스러웠고, 사고를 일으키는 할머니를 늘 예의주시하고, 한창 친구들과 놀 나이인 나와 내 동생은 일하시는 부모님 대신에 낮엔 할머니를 케어하기에 바빴고, 또 힘들었다.

그런 할머니께서 치매를 앓으시고 6개월쯤 된 어느날 부터 곡기를 끊으시기 시작하셨다.

어머니는 그때 짐작을 했다고 하신다. 곧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리라는......

큰 외삼촌 댁으로 모셔진 할머니는 어느날 새벽에 외삼촌의 전화로 돌아가셨음이 전해졌다.

나는 그때 첫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고, 끝끝내 할머니는 그렇게 아끼던 손녀가 결혼해서 첫 아이를 낳는 것도 못 보시고 돌아가셨다.

내 생명과도 같았던 외할머니......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나도 따라 죽을 것 같이 너무도 사랑했던 외할머니를 나는 그렇게 떠나보냈다. 장례식장에서 계속 울고있던 나에게 부모님은 뱃속에 아이를 생각하라면 그만 울고, 뭐라고 챙겨먹으라고 하셨다. 어떻게 이 상황에서 내가 밥을 먹겠냐고, 안 먹고 버텼지만 그 당시 새끼 손톱만하던 뱃속의 아이는 배고프다고 밥을 달라는 메세지를 끊임없이 보냈다. 살아야겠다는 뱃속의 메세지에 나는 숟가락을 들고 육개장에 밥을 말아서 한그릇을 먹어 치웠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한쪽에서는 '죽음'에 슬퍼하고, 또 한쪽에서는 '삶'에 충실하고......


할머니의 부재는 부모님께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변하였다.

그동안 할머니만 바라보았던 내게 이제는 부모님이 보이는 것이었다.

할머니의 '죽음'은 또 다른 '삶'을 주셨고, 그 삶을 더 도탑게 살도록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죽음'이란 것이 마냥 슬픈 것만은 아니고, 또 헛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모든 '죽음'이 다 무언갈 남기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렇게 살다가 그냥 허무하게 죽는 경우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차라리 죽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만큼 사는 것이 괴롭거나 보잘 것 없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나는 죽음을 논하기 전에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는 죽음을 직면할지 모르지만 알 수 없는 미래의 죽음을 생각하기 전에 현재 살아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인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다.

내가 내일 당장 죽어도 후회없는 '오늘'을 사는 것이 지금 현재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우리는 죽는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 그 어떤 존재로 죽음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스티브잡스는 " 곧 죽게 된다는 생각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큰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알 수 없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말고 인간답게, 알지게, 후회없는 '삶'을 살도록 우리는 애써야한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해 논한 책이 아니라 바로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