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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극복
작성자 김현진 작성일 2020-12-31
작성일 2020-12-31

요즘은 감정 기복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차분하게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그냥 어떤 한 감정에 푹 빠져 있어서 제대로 자각을 못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안 좋은 생각은 마음이 편안하고,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아질 때 더 든다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최근에 절실히 깨달았다.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해서, 안 좋은 기억들이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또 과거의 상황이 떠오르며 아무 것도 못하게 된다. 내 뇌리에 깊게 박혔나보다. 그 때의 기억들이 나에게는 너무 충격으로 남았던 걸까. 나만 이러는 건가 싶다. 어제보다는 좀 더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은 변하지 않는 다는 말이 맞나보다.

 

이런 증상을 이겨내는 방법은 그 상황에 직면하는 것 밖에 없다던데 정말 그럴까? 일단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게 정답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인생은 짧다고 하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길다고 느낀다. 그런데 그저 내 유년기에 잠깐 인상을 준 사람 때문에 긴 시간을 고통 받고 있다는 게 참 답답하다.

 

다른 사람들은 정말로 다 극복하고 살아가는 걸까? 아니면 마음속에 묻어두고 삶을 영위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예전엔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이야기하고는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본인을 감정 쓰레기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느낄 수도 있고, 그 친구도 내 감정들을 닮아가게 될까봐 생각만 주구장창 하게 된다.

 

최근에 나에게 아직도 그러냐는 말을 건넨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그저 그렇게 그 기억이 이렇게 오래갈 정도로 충격적이었냐고 물어본 거겠지만 이 말이 참 기분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의 나는 그저 별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니까 그저 걱정을 해주는 건가 싶지만 과거의 내가 들었다면 왜 아직도 그대로인지 묻는 거라고 해석했겠지.

 

내가 나이를 먹게 되면 이 일들을 다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상황에 대해 글을 굉장히 많이 썼던 것 같은데 다 읽어보면 참 신기하다.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내가 다 괜찮아졌고 이겨냈다고 느꼈던 걸까. 아니면 다 이겨낸 건데 혼자 유난 떠는 게 아닐까 싶다.

 

새해에는 부디 내가 지금보다는 괜찮아지고 또 대담해졌으면 좋겠다. 너무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산다. 아무도 나에게 눈치를 주지 않았는데도. 고쳐야 할 점을 차근차근 적어보며 진짜 극복이라는 걸 좀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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