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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향수
작성자 김현진 작성일 2021-01-05
작성일 2021-01-05

나에겐 외출할 때 잊지 않고 꼭 챙기거나 뿌리는 게 있는데, 바로 향수다. 어렸을 적부터 나는 향수를 좋아했고 자주 뿌렸다. 비염이 심해서 얼마나 뿌렸는지 감이 안와 남들이 거북해할 정도로 뿌린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 시절에는 향수를 뿌리며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내 동경의 대상이었다. 괜히 멋있어보였다.

 

나이를 차근차근 먹으며 원하는 향수를 살 수 있는 경제력이 나에게 주어졌을 때, 나는 참 다양한 향을 맡고 고민했다. 향은 보이지 않지만 나를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내가 보이고 싶은 이미지와 부합하는 향을 골라서 구매하고 있다.

 

구매를 할 당시에는 신중해도 금방 싫증내는 편이라 계절마다 향수를 바꾸고 있다. 그 계절이 훨씬 지난 후 그 때 썼던 향을 맡아보면 그 시절의 기억과 심지어 느꼈던 감정까지 확 밀려온다. 그래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는 그 때 썼던 향수를 쓴다.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을 테니 기분만 내고 있다.

 

그만큼 나에게 향수라는 건 참 특별한 물건이자 수단이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와 정말 원하는 향은 좀 달라서 내가 쓰고 싶은 향은 잘 안 쓰고 있다. 올해에는 내가 더 선호하는 향을 구매하여 사용해보려고 한다. 아무도 나에게 어떤 향수를 쓰라고 정해주지 않았는데 그동안 스스로 제한했다. 새해가 되면 과거의 문제점이 훤히 보인다. 그만큼 사고가 더 한층 확장되었다는 거겠지.

 

아 그리고 향수가 사람을 기억할 때 도움이 되기도 했다. 같은 향을 쓴 사람을 만나면 똑같은 향수를 사용하던 사람이 떠오른다. 그리고 상대방을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안 날 때도 향수를 뿌리고 오면 기억이 났다. 아무래도 후각이 내 기억력을 대신하는 것 같다.

 

계속 언급했듯이 나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도 향수로 주려고 하는데 고르기가 참 매번 어렵다. 원하는 향을 말해줬으면 상관이 없지만 내가 몰래 준비할 때는 고민이 된다. 평소 좋아하는 계열의 향이어도 다 같은 게 아니라 마음에 안 들 수 있으니까.

 

누군가 나에게 향수는 사치라고 말했었다. 그 말도 맞다. 가격에 비해 양이 훨씬 적으니 가성비 면에서는 현저히 떨어진다. 그렇지만 한 번 분사할 때 나오는 향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향수가 거의 다 유리라 떨어지면 산산조각 나는데 내 모습 같았다. 큰 충격을 받으면 아예 다 깨져서 원상복구 하기 어려워지는 모습이 나와 닮았다. 다양한 면에서 나와 닮았기에 더 자주 사용하게 된다.

 

잘 깨지는 향수도 있지만 유리인데 어떤 충격을 받아도 그대로인 향수가 있었다. 그 향수는 우직한 느낌을 주는 나무 향을 담은 향수였는데 내 주위 사람들도 어떤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고 새해에는 언제나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