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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페스트의 밤 - 100년전의 역사가 말해주는 질병과의 싸움의 승자는 ?
작성자 노은숙 작성일 2022-04-29
작성일 2022-04-29




이 책은 역사 소설인 동시에 소설 형태로 쓴 역사다. 동지중해의 진주 민게르섬의 삶에서 가장 파란만장하고 충격적인 여섯 달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이 나라의 역사도 함께 담았다

페이지 13 서문 중에서

 

 

민게름섬

 

인구 8만 명

 

아르카즈(중심지) 인구 : 25천 명

 

무슬림 : 기독교인 50: 50 비율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이곳에 페스트가 발생한다. 오스만 제국령의 이 섬에 통치자 압뒬하미트 2세는 기독교인 보건위생 수석 의사 볼코프스키 파샤를 파견한다. 볼코프스키 파샤는 조수 일리아스를 데리고 섬으로 가던 중 배에서 압뒬하미트 2세의 신혼부부 조카 파키제 술탄과 남편 의사 누리 베이를 만난다.

 

압튈하미트 2세의 미움을 사서인지 이 신혼부부는 갑작스럽게 중국으로 가는 배를 타게 되었는데, 볼코프스키 파샤를 통해 어린 시절에 그와의 추억과 함께 왕위계승자인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미치광이로 몰려 성에 유폐 당한 기억을 되살린다. 오랫동안 아버지와 딸들은 성안에서만 살 수 있었고 바깥세상은 오직 결혼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로 인해 파키제는 남편과의 여행에 꿈에 부풀어 있다. 배는 중국으로 가던 항해 도중 민게르섬을 지나게 되면서 볼코프스키와 일리아스를 내려주고 항해를 계속한다.

 

 

드디어 섬에 도착한 볼코프스키는 그 섬의 총독 사미파샤를 만나고, 마을을 모습과 성에 사체를 통해 페스트가 이미 많이 퍼져있음을 직감하게 되고 총독에게 말한다.

 

하지만 총독은 믿지 않으려 하고, 볼코프스키에게 시료를 채취하여 이스탄불에 보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방역을 미루자고 말한다.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반반인 이 섬에서 무슬림세력의 페스트 방역에 대한 저항이 거세고, 오로지 부적이나 미신이 그 병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는 것을 목격하며 볼코프스키는 염려하게 된다.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시장, 우체국, 주택가를 돌아다니던 볼코프스키는 갑자기 행방을 감추고 몇 시간 뒤 피가 낭자한 시체로 발견된다. 이에 따라 통치자는 중국행 배에 타고 있던 조카 사위에게 민게르섬으로 가서 방역 활동을 시작하라고 종용한다. 파키제와 누리베이는 민게르섬을 가게 되고 아름다운 풍광과 달리 도시로 들어가자 페스트의 질병이 만연한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또한 무슬림과 기독교, 부자와 가난함에 따라 페스트를 대하는 모습, 방역에 관한 생각이 너무 다름에 놀라워하며 어떻게 이들을 화합할지 고민에 빠진다.

 

또한 총독과 지도자들도 페스트 방역 활동에 협조적이지 않으며, 또한 볼코프스키의 죽음과 관련된 범인을 검거할 생각보다 정치에 더 관심을 두는 것을 보게 된다.

 

 

최근 100년 동안 오스만 제국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좋은 의도와 유럽적인 사고로 설립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다른 많은 기관처럼 방역 기관도 문제 일부가 되어버렸다.

 

페이지 134.

 

찬란했던 오스만 제국이 점점 영토도 작아지고 독일, 영국, 이탈리아, 그리스 등등의 열강에 치여서 힘을 잃어가고 있는 이 역사적 현실 앞에서 페스트라는 질병 앞에서 어떤 식으로 분열이 되고 있는지를 조그마한 섬 민게르를 통해서 보여준다.

 

국가적 재난이라는 중대한 일 앞에서 지도자, 정치인, 종교가, 그리고 서민들 각자의 현실과 가치관이 대립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방대한 역사 안에서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700페이지라는 묵직한 줄거리 안에 담긴 페스트는 질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인간들의 민낯, 탐욕과 광기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것 같다.

 

거기에 오스만제국의 안타까운 역사와 함께 열강들의 탐욕스러운 모습들이 그리고 순수했던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유린당하고 또한 그 역사적 복수와 반목으로 인해 우리가 잃고 있는 참모습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까지 던져준다.

 

열강에 치이는 오스만의 현실이 우리 조선의 말기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더욱더 아픈 마음을 가지고 읽어나가게 되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의 초기 모습이 이 책에 실린 페스트를 대하는 모습들과도 너무 닮았다.

 

다행히 현실의 우리는 방역에 성공하여 차츰 일상으로 돌아가는 5월을 맞은 것과 달리, 민 게르 섬 주민들은 방역에 실패하고 만다.

 

 

구호선을 본국에 요청하지만, 페스트가 다른 나라에 퍼질 것을 염려한 열강의 강압에 못 이겨 술탄은 민게르섬에 도움보다는 폐쇄를 명령하고 만다. 섬에 남아있는 파키제와 의사 누리베이, 경호 대장 콜아아스는 다른 대안을 찾기로 하면서 민르게섬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은 늘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인물 각각의 세밀한 묘사와 심리가 압권인데 이번 작품도 여러 명의 인물이 나오고 그들 각자의 이야기 안에서 역사적 사실과 결부시키면서 소설적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다.

 

방대한 역사적 사실을 조금씩 찾아가면 읽는 재미와 함께 늘 현실의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를 미스터리적 판타지와 결합해 허구인 듯 아닌 듯 독자를 헷갈리게 하는 그의 스토리적 힘이 좋다.

 

 

역사에서 성격이 얼마나 중요한가? 어떤 사람들은 이 주제를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역사는 어떤 개인보다 훨씬 더 거대한 바퀴다. 일부 역사가들은 역사상의 사건들에 관해 중요한 인물과 영웅들의 성격에서 설명을 구한다. 우리는 역사 인물의 성격과 기질이 때때로 역사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개인적인 특징을 정하는 것 역시 역사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