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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우리가 힘 써 해야할 일
작성자 김영우 작성일 2003-12-14
작성일 2003-12-14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가게 모퉁이에서 다투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다. 평소에 내가 잘 알고 있던 동생들이라, 다가가서 왜 싸우는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싸우는 이유를 똑바로 말하지 못하고, 자꾸만 두 손을 등뒤로 감추느라 바빴다.
그래서 나는 한 아이의 손을 잡아당겨서 강제로 손바닥을 펴보았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여자들의 알몸사진을 찍어놓은 명함들을 잔뜩 쥐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리 학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엔 술집과 여관들이 참 많다. 나는 밤중에 한 번도 안 가봤지만, 아빠 말씀으론 어른들이 밤새도록 흥청망청 대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 일찍부터 길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차들의 유리에는 이상한 그림과 문구가 적힌 명함들이 수도 없이 꽂혀져 있다. 그 명함들을 아이들이 멋도 모르고 주워 모으는 것이다. 아까 그 아이들도 그런 명함들을 서로 많이 가지려고 다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정말 우리 어린이들은 음란물이나 유해정보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몸과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컴퓨터를 켜면 스팸메일이나 폭력물, 그리고 음란사이트들이 수도 없이 떠다닌다. 어린이 학습사이트든, 어린이 전용메일이든, 상대방이 누구이든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텔레비전도 마찬가지다. 유선방송이 생기면서부터 우리가 봐서는 안될 프로들이 대낮에도 버젓이 방송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우리만 보는 전용 텔레비전(채널이 고정된 TV)을 부모님께서 따로 설치해 주셨을까?
요즘의 이런 상황들을, 어린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애쓰시는 많은 어른들께선 무척 걱정하고 계신다. 다 똑같은 어른들인데도, 어떤 분들은 우리 어린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기 위해 애를 쓰시고, 또 어떤 분들은 우리들을 음란물의 홍수에 빠뜨리거나,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시려고 한다. 이것은 내가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다른 쪽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이미 이러한 교육환경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교육환경을 더욱 좋은 방향으로 바꿔주시거나 고쳐주실 분들은, 어린이들의 교육환경을 이렇게 만들어 놓으신 어른들이지, 우리가 신경 쓴다고 해서 쉽게 고쳐질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주어진 교육환경 속에서 신나게 뛰어 놀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길가에 널려진 이상한 명함이나 선전물을 보면 깨끗이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고, 컴퓨터에 음란물이나 유해정보가 떠다니면 즉시즉시 삭제해버리고 신고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텔레비전은 정규방송이나 우리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골라 시청하고, 비디오는 우리 수준에 맞는 등급만을 보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히려 우리 어린이들이 이런 교육환경을 탓하기만 하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스스로가 어린이라는 신분을 망각한 채 비뚤어진 사고방식과 행동을 일삼는 어린이들이 있으니까, 나쁜 어른들이 우릴 더 우습게 보고 이용하려 드는 것이다.
물론, 이성에게 호기심을 가질 수도 있고 술이나 담배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우리 반의 친구 하나는,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담배를 배웠다고 한다. 내가 담배의 해로움을 말해주고 쫓아다니며 하도 말려서 지금은 피우지 않지만, 나는 아직도 그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가수의 모습에 반해서 그 해롭고 무서운 담배를 피울 생각을 했다니 말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 모두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어린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자기의 본분에 열중할 때, 우리의 교육환경도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가 쓸 데 없는 곳에 한눈 팔지 않고 건전한 스포츠와 게임만을 즐기며 공부에 열중한다면, 우리를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려던 나쁜 어른들은 설 땅을 잃고 쫓겨나서 좋은 어른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어린이들이 살아갈 환경이 더욱 밝고 아름다워지지 않겠는가?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