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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감사 기도-1부(2부작)
작성자 배윤혜(초등6년) 작성일 2003-09-13
작성일 2003-09-13
감사 기도 1부

"할머니, 저 꼬꼬 봐. 귀엽다, 그치?"
다섯 살도 채 안 된 꼬마 은이는 요즘 거의 매일 할머니와 함께 동네 어귀의 유치원을 간다.
아쉽게도 아직 유치원 안으로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지만 말이다. 은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돈을 내고 유치원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 샛노란 병아리색 원복을 입은 다른 아이들이 오면 비켜 주어야 하고, 원장님 눈도 한 번 쳐다보고 웃어 보이지 못했다.
오늘 은이는 어떤 학부형이 보내 온 십자매 세 마리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하얀 가슴팍에 흑빛이 감도는 단아한 얼룩은 성모 마리아를 떠오르게 하여 할머니는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할머니, 근데 이 꼬꼬 불쌍하다. 방금 나한테 답답하댔어."
"그래?"
할머니는 좀더 앞으로 십자매를 보려고 다가가는 척하면서 아예 새장 앞에 쭈그리고 앉은 은이의 까만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유치원에 보내 주고 싶어도 보내 주지 못하는 형편이 원망스러웠다.
은이의 엄마 아빠는 제작년에 교통 사고로 은이 곁을 뜨셨다. 사업을 한답시고 여기저기 벌려 놓은 빚더미에 제 앞가림은커녕 아직 똥오줌도 잘 가리지 못하는 손자만 생각하면 할머니는 가슴이 무너질 듯 차오른다. 그러면서도 꼬마 은이가 있기에 할머니가 이나마 행복한 것이라는 사실을 할머니는 잘 안다.
할머니는 동네에서 '종이 할머니'로 불리워진다. 할머니가 종이며 유리병 등을 주워 분리 수거를 하는 자원 봉사를 하기 때문이다. 돈을 주는 이도 없고 몸이 편한 것도 아니지만 할머니는 그렇게나마 행복을 찾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집과 쓸 만한 가구들을 팔아 갚은 빚을 제외하고 은이 부모님의 생명 보험이며 이제 막 모으기 시작했던 적금을 은이를 키우느라 까먹는 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할머니는 남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 할머니는 그것도 그만두고 차라리 파출부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만 났다. 또래들이 모두 유치원에 가자 오전 시간 동안 내내 심심한 것은 은이였다. 은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할머니 또한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내년까지만 기다렸다가 학교에 조기입학 시켜 버릴까?'
그러나 또 그러자면 안 그래도 몸집이 작은 은이가 저보다 두 살이나 많은 녀석들 가운데서 마냥 채일 것 같아 또 걱정이었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