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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로(歷 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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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로(歷路')는 1946년 4월 24일에 탈퇴되어 [신문학] 6월호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광복 작후 남북 분단의 현실은 날로 굳혀져 가고 문학인들도 각기 이데올로기의 경향에 따라 남북으로 자기들의 문학 영토를 찾아 이동하여 형성된 남한문단의 순수문학을 이끄는 소설가들, 즉 염상섭, 이무영, 박영순, 김동리, 안수길, 황순원 등과 어울려 채만식은 ꡔ역로ꡕ를 통해서 일제 말기의 과오를 자책하면서 광복을 맞아 다시 친일하가 득세해 가는 민족적 현실과 뒷돈 거래를 통한 물질 만능주의가 싹트기 시작하는 세태, 무질서가 판치는 광복 직후의 혼란상을 팽겨쳐 두고, 자당의 이익만을 부르짖으며 악전고투를 벌이는 정치가들의 작태를 풍자, 비판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 작품의 전체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는 고향 이리까지 여행하기 위해서 5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열을 고지식하게 서서 기다리던 중, 김군을 만나게 된다. 넉살 좋고 배포가 있어서 왕서방, 또는 되놈으로 불리는 값이나 하듯이 김군은 나를 데리고 다방으로 가서 한참이나 시간을 죽이고도 다시 제지리로 돌아가게 되어서 무료하게 기다려야만 하는 시간을 훨씬 단축시켰다.
자신은 이틀 동안이나 애룰 써서 겨우 차표를 구입하였으나 김군을 웃돈을 주고 손쉽게 표를 구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자신의 옹졸함을 비웃기까지 하는 김군을 보면서 자신의 결백증에 회의를 느끼면서 약삭빠른 김군의 처세가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였다.
거스름 돈을 꿀꺽 삼키는 것이 보편화된 역무원들의 불의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기보다는 눈치껏 끼어들기에 더욱 신경을 쓰는 체질화된 무질서도 갓 해방된 탓으로 돌리며서 겨우 기차를 탔으나 이미 자리는 꽉 차고 빈자리는 찾을 수가 없었다. 오직 편하게 자리를 잡을 수가 없다니…… 줄을 서서 타기도 전에 절반이상은 뒷거래를 통해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넉살좋은 김군 덕택에 두 사람이 앉은 자리를 찾아 그 사이에 끼어 앉아서 가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여행할 수밖에.
우리 정부가 들어서기만 하면 무엇인가 좋은 일이 생기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이승만’을 지지한다는 순진한 늙은 농민과, 이승만보다는 ‘여운형’이가 더 민주주의자이고 인격도 있으니 그가 대통령이 되고 공산주의를 하여야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고 주장하는 잠바 청년과 공산주의보다는 우리는 미국식 민주주의를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골 신사가 어우러져 한참 자기 주장이 옳다고 핏대를 세운다.
그러던 중 천안에서 밖이 시끌시끌하더니 창문을 통해서 양복짜리 젊은이가 쌀보퉁이를 들이밀면서 가까스로 끼어든다. 이 젊은이는 쌀을 사기 위해서(먹고 살기 위해서) 직장도 쉬어 가면서 이렇게 고생을 한다는 것이다. 일본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부산에는 쌀이 바닥이 나서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이다.
좌우익으로, 남북으로 갈리어 자기 정당의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백성들이 죽어가는 것은 도대체 몰라주는 정치가들을 싸잡아서 공격하는 젊은이의 절규에 좌익 잠바 청년이나 우익 시골 신사나 할 말을 잊어버린다.
호남선으로 갈아 타기 위해서 대전에 밤 10시에 내렸으나, 대합실은 낮과 아침부터 실어다 놓은 승객으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새벽 5시 반이 되어서야 기차가 당도하였으나 객차 3칸에 곳간차 10개가 사람이 열매 열리듯 하였다.
그러고도 태반은 타지도 못하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군 전용차’라는 서투른 분필 글씨가 적힌 5칸에는 한가롭게 완상을 즐기는 미군들의 모습이 보인다.
약소 민족의 슬픔을 되새기면서 좌우익으로 갈려서 민족의 고통은 내팽겨쳐 두고 달리당략에만 몰두하는 정치가들을 생각하면서 정말 뜻있는 민족 지도자는 없는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음산한 정거장에서 다음 열차를 민망히 기다려야 하였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경성역 → 기차간 → 대전역’의 사건을 통해서 광복 직후의 무질서와 금전만능주의로 흘러가는 세태를 풍자하고, 정치가들의 각성을 추구하는 뜻을 보이고 있다.
[청도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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