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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세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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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화나 전설을 보면 흔히 등장하는 것이 영웅들의 고행담이다. 그들은 시련의 여정을 통해 능력을 검증 받고 영웅으로서의 위업을 완성해 간다. 대표적으로 고구려를 건국한 고주몽이 그랬고 이후 홍길동, 심청, 바리데기 공주처럼 고대 설화와 소설 속의 많은 주인공들이 세상을 향한 도전과 극복의 여행길에 올랐다.
현대까지 이어지는 ‘장기간의 모험 여행담’
서양 문학의 원천이라고 하는 호메로스(Homeros : Homer)의 양대 서사시 ‘일리아스(Ilias : Iliad)’와 ‘오디세이아(Odysseia : Odyssey)’도 이런 영웅의 모험담이다.
서양 문학은 그리스 로마 문학의 유산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호메로스를 찾아가는 길은 곧 서양 문학, 나아가 서양 문화의 뿌리를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일리아스’는 ‘트로이의 목마’로 잘 알려진 그리스와 트로이 간의 전쟁을 다룬 것으로, 당시 그리스 영웅들의 세계관과 인생관이 가장 순수하게 표현되어 있다. 일리아스의 후편인 ‘오디세이아’는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귀향하기까지 겪은 온갖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흔히 ‘일리아스’는 ‘금괴’에 비유되고, 재미있는 일화가 많이 나오는 ‘오디세이아’는 ‘금화 자루’에 비유되곤 한다.
서양 여행 문학의 효시
‘오디세이아’는 서양 여행 문학의 효시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해양 민족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담-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나갔다가 온갖 괴물과 신들을 만나 온갖 기괴한 일들을 경험하며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천신만고 끝에 고향에 돌아와 자신의 권리를 회복한다-과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방랑 이야기가 결합되어 있다. 그래서 오디세이아란 말은 ‘장기간의 방랑, 모험 여행’이란 뜻을 갖게 되었다.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트로이를 완전히 함락시키고 귀향길에 오른다. 고향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반도 동남단까지 무사히 항해해 왔지만, 그 곳에서 풍랑을 만나 표류하게 된다.
이후 그는 10년 동안 방랑하며 온갖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퀴클롭스라는 외눈박이 거인의 동굴에 갇혔다가 불에 달군 말뚝으로 거인의 눈을 찌르고 간신히 탈출에 성공하는가 하면, 라이스트뤼고네스라는 식인 거인족을 만나 다른 함선들과 거기에 타고 있던 전우들을 잃고 구사일생으로 도망치기도 한다. 요정 키르케의 마술에 걸려들어 일행이 모두 돼지로 변하는 위기도 겪고, ‘사이렌’이란 말의 어원이 된 세이렌 자매가 사는 바위 옆도 지난다.
귀향을 위해 저승까지 찾아갔던 오디세우스는 몇 번의 난파와 표류 등 죽을 고비를 넘기고 스케리아 섬의 나우시카아 공주에게 구원받아 천신만고 끝에 꿈에 그리던 고향 이타카 섬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고향에서는 그가 없는 틈을 타 그의 아내 페넬로페를 넘보는 사람들이 아내와 아들을 괴롭히며 그의 재산을 결딴내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거지로 변장하고 자기 집에 들어가 아내와 결혼할 남자를 가리기 위한 활쏘기 시합에 참가, 구혼자들을 모두 죽이고 아내와 감동적인 재회를 한다. 그 사이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도 헌헌장부가 되어 힘겨운 싸움에서 아버지를 돕는다.
그리고 서양의 ‘춘향’인 페넬로페가 구혼자들과의 결혼을 늦추려고 시아버지의 수의를 다 짤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해놓고 낮에 짠 것을 밤에는 도로 풀어 버린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미지의 신세계로의 여행
오디세우스의 항로에 관해서는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서해안, 이탈리아와 시칠리아 섬 사이의 메시나 해협, 코르프 섬 외에 지중해 밖의 대서양과 스칸디나비아 반도도 거론되고 있으나 모두 가설에 불과하다.
오디세우스의 방랑 이야기는 해양 민족의 기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여행은 바다라는 믿을 수 없는 세계로의 여행이자, 인생이란 불확실성 속으로의 여행이기도 하다.
우주 공간이든, 미지의 영역이든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이 오디세이아(오디세이)라는 말과 결합되곤 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영화계에서 꽤 거장으로 추켜지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1960년대 시각으로 본 21세기 ‘우주의 대서사시’이며, 오디세우스의 영어명인 ‘율리시스(Ulysses)’를 제목으로 한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은 인간 무의식의 세계를 항해해 간다.
오디세우스가 지나간 항로를 찾으려는 후대의 노력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의 모험 정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리라. 오디세우스야말로 주어진 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목표를 향하여 저승까지도 찾아가는 위대한 인간 정신의 본보기이기 때문이다.
서구 문명의 기원 그리스를 찾아
호메로스의 세계를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면 그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그리스로 가야 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하루 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라 기나긴 전통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먼저 아테네로 가서 아직도 서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남아 있는 파르테논 신전과 국립 고고학박물관 소장 미술품들을 감상한다. 그러고 나서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일주하며 아가멤논 일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뮈케네 유적과 고대 그리스에서 아테네와 패권을 다투던 스파르타와 기원전 776년부터 천 년 동안 축제경기가 열렸던 올림피아 마을을 둘러본다. 그리고 델포이로 건너가 아폴론 신전과 파르나소스 산의 웅장한 산세도 살펴보자.
에게 해의 섬들을 다 볼 수 없다면 호메로스가 ‘오디세이아’에서 ‘포도꽃 피는 풍요한 섬, 바다에 떠있는 부유한 나라’라고 노래한 크레타 섬이라도 보아야 한다. 그 곳의 크노소스에는 미노스 왕의 궁전이 복원되어 있다. 맑고 짙푸른 에게 해를 보면 그리스가 서양 문명의 원천이 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리고 오디세우스가 지나간 항로를 따라 부분적이나마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거나 그의 고향인 이타카 섬을 둘러보는 것도 그의 영웅적 기상과 체취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신화와 영웅의 시대나 지금이나 바다는 세계로 통하는 문이자 길이다. 바다 위에서 온갖 모험을 겪는 오디세우스는 현실의 좁은 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더 넓고 다양한 경험의 세계로 나아가 자신의 의지를 펼쳤던 영웅의 전형이다. 여기에는 머나 먼 세계를 꿈꾸는 인간의 욕망이 투영돼 있다.
지금까지도 땅과 바다, 하늘 그보다 더 먼 우주를 배경으로 무수히 많은 ‘오디세이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간의 욕망과 탐구는 끝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천병희 / 단국대학교 인문학부 교수/대한항공 sk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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