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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김진욱

<Ⅰ>
소설 《어머니》가 1906년 고리키의 미국 체재 중에 씌어진 사정을 이야기하자면, 먼저 1905년의 제1차 러시아 혁명과 고리키의 관계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1905년 1월 3일에 시작된 브치로즈 공장 1만 2천여 명의 집단 파업은 즉각 페테르스부르크 전시(全市)의 노동자들에게 파급되었다. 비밀경찰의 앞잡이였던 사제 가본은 노일전쟁의 부담에 의해 가중된 생할고에 허덕이는 근로 대중의 불만을 짜르 [황제]에의 청원운동(請願運動)으로 돌리게 해서, 1월 9일 일요일에 동궁광장(冬宮廣場)으로 행진하게끔 유도하였다. 이때 이 청원운동이 불행한 대참사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직감한 고리키는, 그 전날 밤 <나츠 뒤냐> 사(社)의 편집국에 모임 지식인들의 집회에서 이 행진은 지극히 평화적인 성질의 것이므로 당일 군대를 거리에 배치하지 말 것과 짜르가 동궁광장에서 노동자들의 청원을 받아들일 것을, 내무대신 스바트보르크 미르스키와 수상인 위테에게 요구하기로 제창(提唱)한 바, 그를 비롯한 10인의 대표가 선출되었다. 대표단은 밤길을 걸어 대신 관저로 찾아갔으나 성의 있는 답변은 전혀 얻어낼 수 없었다.

다음 날 고리키는 아침부터 거리로 나갔다. 14만 이상의 노동자가 처자식을 동반하고 성상(聖像)과 십자가와 짜르의 초상화를 들고 동궁 광장을 향해 행진했다. 그러나 군대에 의한 돌연한 총격과 사베르와 몽둥이로 인해 무방비상태인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들까지 무참히 살해되고 구타당하며 흩어지는 것을 고리키는 목격해야만 했다. 3시경에 그는 격해진 감정으로 흥분한 채 자택으로 돌아와 분노한 나머지 「전러시아 시민과 서구제국의 사회여론에 호소한다!」라는 격문을 써서 <피의 일요일> 사건의 진상을 온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피로 더럽혀진 러시아 전제정치의 타도를 강력히 외치려 시도했다. 하지만 이 격문은 인쇄되지 못했고, 10일에는 이미 그 전날 밤 대신관저로 교섭하러 갔던 대표단의 신변에 위험이 몰아닥쳤다. 결국 고리키는 11일에 체포되어 페트로바브로프스크 요새감옥(要塞監獄)에 투옥되었고 격문의 기안자로서 기소되었다.

그러나 고리키가 투옥되었다는 뉴스는 곧바로 러시아와 유럽의 지식인과 노동자들에게 격렬한 항의와 석방요구 운동을 불러일으켰다. 작가인 아나틀 프랑스는 '고리키와 같은 재능인은 전세계의 것이다. 전세계는 그의 석방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체포는 했으나 뜻밖의 전세계의 강력한 항의와 반감적인 여론에 직면한 러시아 정부는 별수없이 고리키를 공판 때까지 보석(保釋)하기로 결정, 2월 14일에 석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보석기간 중 고리키는 11월에 망명지로부터 귀국한 레닌과 첫대면하고 이어서 러시아 사회 민주노동당(후의 소련 공산당)에 입당하게 된다.

제1차 혁명의 정점을 이루는 12월의 모스크바 무장봉기 때는 고리키도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그의 주거지는 볼셰비키파(派) 노동자들의 거점이 되었다. 하지만 모스크바 봉기 패배 후 혁명세력에 대한 짜르 정부의 잔인한 보복이 격화되어 고리키의 신변에도 위험이 닥치게 되었다. 이때 레닌은 레오니드 크라신을 통해 고리키에게 미국으로의 탈출을 권유하며, 그곳에 가서 러시아 혁명의 의지를 널리 선전함과 동시에 러시아 정부에 대한 미국의 외채인수(外債引受)를 막고, 게다가 러시아 혁명 후원금을 모금해 달라고 의뢰했다. 고리키는 이 막중한 임무를 떠맡고 마리아 안드레예프와 고리키의 비서역으로 당에서 파견한 N. 브레닌 등을 대동하고 1906년 4월 5일, 비밀리에 프랑스의 세르블 항을 출항하여 4월 10일경 뉴욕에 도착했다. 고리키는 뉴욕과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지의 강연회에서 수천의 청중을 앞에 두고 러시아 혁명의 의의를 표명하는 동시에 러시아 프롤레타리아 투쟁에의 원조를 호소했다. 그 결과 4월 28일에는 <러시아 인민의 친구들 모임>이란 단체까지 조직되었다.

그러나 미국 체재 중 작가로서의 창작활동을 중단한 것은 아니었다. 6월 29일, 고리키 일행은 미국의 진보적인 지식인 마르틴 부처(夫妻)의 호의로 캐나다 국경 근처 아디론닥스 산에 있는 별장 <섬머 블룩>에 정착할 수 있게 되었고, 1902년 이래 집필을 염두에 두었던 소설 《어머니》의 제1부를 여기에서 단숨에 써냈던 것이다. 그때가 9월 10일이었다.

지금까지 고리키는 사회민주노동당원인 노동자 표트르 자로모프를 기수로 하는 1902년의 소르모붸 노동자들의 메이데이 시위사건(이 시위를 주동한 6명의 노동자들은 재판 결과 시베리아 종신유형(終身流刑)에 처해졌다.)에 접하고 나서 표트르의 어머니 안나로부터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에 대한 많은 자료를 모아 그것들을 통해 사회주의에의 각성과 '인간'의 부활을 그려보고자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 제1차 혁명의 와중에서 체험한 노동인민대중의 영웅적인 투쟁에 강한 자극을 받게 되어 《어머니》의 테마는 뜨겁게 무르익었고, 그것을 미국 체재 중 책상머리에 앉아 아무 자료도 없이 그저 '기억만으로' 단숨에 써냈던 것이다.

고리키는 10월 13일 미국을 떠나 11월 2일 이탈리아의 카브르로 거처를 옮겨서 《어머니》 제2부의 집필로 하루 14시간씩 계속 강행군을 한 끝에 12월 10일 마침내 예의 대작을 완성했다. 그것은 1907년 4월 미국의 아펠레토 사에서 영문으로, 6월에는 베를린의 I.P. 라뒤지니코프 출판사에서 러시아판과 독일어판으로 출간되었다.



고리키는 작품 《Ⅴ.Ⅰ.레닌》(1930) 중에서 1907년 5월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 제5차 런던대회에서 레닌과 만났을 때 그가 《어머니》를 어떻게 평가했는가를 전하고 있다.

……레닌은 한 손으로 소크라테스풍의 자기 이마를 문지르고, 또 한 손으로는 내 손을 잡아흔들며 놀랄 만큼 생기넘치는 눈동자를 부드럽게 빛내다가 느닷없이 내 작품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I.P.라뒤지니코프로부터 원고를 빌려서 읽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책을 급히 서둘러 썼다고 했으나-어째서 급히 썼는가는 설명할 틈도 없었다.-레닌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 그것을 설명했다.

'당신이 급히 쓴 점은 대단히 훌륭하다고 할 수 있어요. 꼭 필요한 책입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진지한 자각없이 자연발생적으로 혁명운동에 참가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어머니》를  읽고 스스로 크나큰 도움을 얻겠지요.……실로 이 책은 적절한 시기, 적절한 장소에 나왔어요…….'



<Ⅱ>



소설 《어머니》가운데에는 노동자계급의 생활, 부르즈와와 짜르 전제정치에 대한 투쟁, 그리고 그들의 혁명의식의 증대, 그 계층에서의 전위(前衛)의 탄생이 그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 투쟁의 과정과 그 정화(淨化)의 불꽃 속에서 계급적인 예속과 가정적인 예속, 문맹과 종교적인 예속이란 3중고의 중압 아래 처해 있는 노동자의 미망인 펠라게야 닐로브나로 대표된 대중 속의 인간이 어떻게 내면적으로 혁신되어 사회주의적인 자각과 각성, 동시에 인간적인 부활을 이루어 자신의 제2의 탄생을 경험하는가 하는 것이 이야기되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 길은 결코 직선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굴곡의 험난한 과정이었다. 작품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닐로브나의 짙고 검은 머리칼 속에서는 마치 남편의 구타의 징조처럼 백발이 빛나고 있었고, 중년의 과로와 남편의 고함소리에 주눅이 든 그녀는 언제나 불안하게 주뼛주뼛 '뭔가에 닿는 것조차 두려운 듯이 몸을 바로 펴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그녀도 외아들에 대한 <어머니>로서의 강인한 애정으로 서서히 혁명운동에 몸을 던져간다. 그리고 이 운동에의 동참은 그녀의 내부에 새로운 것을 잉태시키기에 이른다. 전근대적인 공공연한 착취관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공장(工場)의 <소택지 매립기금> 사건으로 아들인 파벨이 체포당한 뒤 '지금 공장에 유인물이 나돈다면 당국은 그것을 뿌린 게 내 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할 게 틀림없다.'고 느끼고, 단지 자신의 아들을 구해내겠다는 일념에서 그녀는 이고르로부터 제안받은 공장 내의 전단 반입 임무를 떠맡는다. 하지만 메이데이 시위사건으로 아들 일행이 투옥된 뒤 닐로브나는 노동자 촌에서 시내의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휘하 직업적인 혁명가들 사이로 옮기고부터는 르이빈의 요구의 응해 스스로 떠맡아 농촌으로 볼온 유인물과 출판물들을 전하러 갈 정도로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그녀는 예전에는 뭔가를 말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그 사람의 곁에서 망설이며 오랫동안 서성댔는데 '……이제는 언제나 마음의 문을 열어놓고 있어선지 전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일까지 술술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정도로 눈에 띄게 변화해 간다.

그렇긴 해도 종종 닐로브나의 마음 밑바닥에서는 갇혀 있는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모성애가 끓어올라 괴로움으로 가슴이 죄어드는 것이다. '그녀는 자유로운 몸이 된 아들을 보고 싶었으나 동시에 그것은 그녀에게 두려움이기도 했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주위에서 모든 것이 첨예하게 다가와서 격렬하게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두려웠던 것은, 만약 아들이 출옥한다면 모두의 선두에 서게 되고 결국에는 가장 위험한 장소로 나아가서 죽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모성적인 것이 인류적인 것의 성장을 방해하게 된다는 슬픈 생각이 들게 되고 그로 인해 몹시도 괴로웠던 것이다.

소설의 끝 장면-닐로브나는 역에서 첩자가 따라붙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일순 공포에 휩싸여, 법정에서의 아들의 진술을 인쇄한 유인물이 담긴 트렁크를 그대로 내버려 두고 도망칠까? 하고 생각한다. '그녀는 적대적인 힘이 무지막지하게 자신을 억누르고 어깨와 가슴을 짓밟아 헤어날 길 없는 공포 속으로 끌어내리고 있음을 느꼈다. 관자놀이의 혈관이 욱신거리기 시작하고 머리카락 저 밑, 모근이 열에 들떴다.' 하지만 이 때 그녀는 자신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아들의 얼굴에 먹칠을 할 순 없어!……'하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다시 공포를 딛고 일어선다. 그리고 최후로는 인쇄된 아들의 연설문을 군중들을 향해 뿌렸으며, 헌병들에게 구타, 연행당하면서도 '부활한 영혼만은 결코 죽일 수 없을 것이다!' '피바다를 이룬다 해도 진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고리키는 이러한 닐로브나 형상의 전체적인 발전과정을 가지고, 또한 러시아 문학사에 있어서는 최초로 등장한 새로운 타입의 농민 형상-동요하고 회의하면서도 생활의 힘에 의해 프롤레타리아로 맺어지고 투쟁에 나서려고 하는 르이빈과 그외 농민들의 형상의 발전과정을 가지고 '부활한 인간의 영혼'을 분쇄하거나 대중의 계급적 자각에 대한 각성을 압살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확신있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Ⅲ>



작품 《어머니》 가운데서 파벨, 닐로브나, 르이빈, 그밖의 혁신적인 '긍정적 삶' 주인공들은 내면적으로도 그 심리가 깊이 파헤쳐져 있는 데 반해 체제 측에선 제형상(諸形像)-공장장, 경찰, 헌병, 판사들의 묘사는 충분치 못하고 내면적인 측면 역시 거의 드러내고 있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과연 고리키는 그들 체제옹호자 측에 해당하는 인물들의 생활이나 성격을 잘 알지 못해서 깊이 있게 묘사할 수 없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는 생각할 수 없다. 거의 같은 시기에 미국에서 씌여진 희곡 적(敵)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소련의 고리키 연구가인 B. 비야리크는 그의 저서 《고리키의 운명》 가운데서 대단히 독창적이고 예리한 문학적 고찰을 행하고 있다.

'희곡 《적》의 비교적 짧은 각 장면들을 통해 훌륭하게 그 내면이 파헤쳐진 착취체제의 옹호자들의 전면적인 심리분석을, 고리키는 이 소설에서는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닐로브나 및 기타 긍정적 주인공들의 내면적인 세계의 광범위하고도 선명한 조명에 의해 강조된 이 거부(拒否)는 물론 우연한 것은 아니었다. 이 거부는 대단히 독특한 그 시대상황에 있어 지극히 혁신적인 예술적 기도(企圖)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난 것이었다.

안드레이 나호드카는 잔인한 사람들과, 자신의 잔인함을 숨기는 사람들에 대해 닐로브나에게 서슴없이 '그런 놈들은 모두가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는 놈들입니다. 선량한 사람들의 뺨을 후려치는 망치라고나 할까요, 도구(道具)에 불과한 거지요, 그런 도구 때문에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이 한결 나아지기라도 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그 도구들은 우리를 짓밟기 편리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자기들에게 명령된 일이 왜 필요한지 생각해 본다거나 묻지도 않고 우선 처리하고 보는 거죠.'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 《어머니》에서는 모든 것이 다음과 같이 그려져 있다. -살아 있는 인간이 도구[망치]와 자신의 계급, 자신이 속한 사회체제의 상급자인 기계적인 집행자와 충돌한다. 즉 인간과 인간의 외모를 지닌 자동기계의 대립-이러한 묘출(描出) 수법은 구비전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어머니》의 작가는 문학에 있어서 최초로 사회주의적인 정신으로 일관된 반자본주의적인 경향성에 있어서 이 묘출의 수법을 적용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우리는 피카소의 《한국전쟁에서의 학살》이란 작품을 떠올릴 수 있다. 마치 비야리크의 고찰의 생생한 해설을 보듯이 말이다. 이 화면의 오른쪽에는 머리에서 발 끝까지 완전무장을 한 그로테스크한 인간 살인 <기계>가 발을 벌리고 서서 자동소총과 단검을 앞으로 겨눠 찌르고 있다. 그 총구 앞 왼편에는 네 명의 한국여자가 알몸으로 서 있고, 그녀들 가슴과 허리에는 어린이들이 매달려 있다. 피카소가 이 그림에서 미국병사를 완전한 살인 <기계>의 집단으로써 그로테스크한 과장된 기법으로 그려서, 리얼리틱한 수법으로 그려진 한국 민중의 형상과 대비시킴으로써 오히려 한국전쟁에 있어서 미국 제국주의의 침략과 지배의 비인간성의 본질을 예리하게 표출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비야리크는 이러한 조건적(가정적)인 수법은 《어머니》에 있어서 이중의 예술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 첫째는, 적의 세계가 주로 닐로브나 의식의 프리즘을 통해 나타나게끔 되는데 그녀는 적들을 인간의 머리를 내리치는 망치 <도구>로써 느끼고 있다. 그러므로 메이데이 시위행진자들의 앞길을 저지하는 병사들의 예는 그녀의 눈으로 볼 때 '얼굴이 없는 인간의 회색 벽'으로 비치는 것이다. 둘째로는, 조건적인 수법은 여기서 작품의 전예술적 구조와 관련되는데, 소설에서 특별히 고양된 기분과 영웅적인 이야기의 성질을 부여하는 로맨틱한 문체의 제요소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바야리크는 이 《어머니》의 예술형식의 독자성과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한 가지 스타일의 층에서 다른 층으로의 전환, 다시말해 조건적, 상징적, 로맨틱하게 고양된 제형상에서 엄격한 리얼리즘 수법으로의 '전환' 속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고리키는 《어머니》의 법정 장면에서 방청석의 어머니 닐로브나의 눈에 비치는 판사들의 상징적인 형상의 움직임을 통해 계급재판의 본질을 증오하기에 이르는 단계를 이렇듯 묘사해내고 있다. 피고인 파벨의 신랄한 공격에 맞닥뜨린 병자 같은 판사들도 흥분하게 된다. '판사들은 괴상스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귓속말을 주고받으면서도 여전히 파벨에게서 탐욕스런 시선을 떼어내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들이 모욕적인 시선으로 파벨의 신체를 더럽히고, 그 건강한 힘과 순수를 질투하고 있음을 느꼈다.', '어머니는 재판관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그들이 점점 흥분해 가며 내용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얼음처럼 차갑고 위선적인 그들의 목소리가 그녀의 얼굴에 벌레가 붙듯 와닿아 섬뜩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어머니는 어쩐지 그들이 자기 아들이나 동지들의 육체, 뜨거운 피와 생생한 활력이 넘치는 근육들, 손과 발 등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판사들 뒤편 초상화 속의 붉은 제복차림 짜르가 냉담하고 창백한 얼굴로 판사들의 머리 너머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얼굴 위로 무슨 벌레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이러한 표현 속에서 생포한 근로대중의 전위자들에 대한 부르즈와 지주권력의 노쇠한 야수 같은 괴로운 분노가 실로 멋지게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Ⅳ>



소설 《어머니》는 참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07년 8월 13일, 정부의 페테르스부르크 출판문제위원회는 검열관 표트르프의 《어머니》에 관한 보고에 의거하여 고리키를 <치안을 어지럽히는 선동자>로 고소했다. 부르즈와 비평가들은 고리키가 혁명적인 프롤레타리아의 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데에서 고리키의 무거운 <죄>와 재능의 <사멸>을 보았다.

《어머니》에 대한 비판 가운데서 특히 크게 문제시된 것은 닐로브나의 형상이었다. 고리키와 같은 볼셰비키 진영에 있었던 마르크스주의 비평가인 V.뵈로프스키는 이 작품의 진가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닐로브나의 이미지는 다소 예외적인, 이상화된 것이며 그것은 어느 쪽이냐 하면, 보통 일반적인 생활 속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형상인 것이다. 따라서 아들과 함께 투쟁하는 닐로브나는 실재할 수 없는, 만들어진 타입이다.(1911년 논문 《두 사람의 어머니》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리키는 닐로브나가 실제의 현실 속에서 발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는 뵈로프스키의 비판에 대해 '이 견해는 바르지 않다. 닐로브나는 표트르  자로모프 어머니의 초상이다…… 그녀는 예외적이지가 않다…… 나는 그녀의 아들과 더불어 투쟁했었다. 그리고 일부는 개인적으로 내가 잘 알고 있는 몇십 명이나 되는 어머니들의 이름을 들어서 설명할 수 있다. (《Ⅱ.요르단스키에게 쓴 편지》)라고 답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전형=현실에 있어 예외적이 아니라 종종 눈에 띄는 인물>이라고 단정한 뵈로프스키의 견해일 것이다. 닐로브나가 걸어온 길-그것은 러시아의 암흑기에 뒤늦게 깨달음으로써 일어선 여성이 사회주의적인 자각에 눈떠가는 <영혼 부활>의 과정이며, 그것은 또한 정치적으로 미숙한 근로대중의 자연발생적인 운동이 자각적이고 조직적인 운동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레닌의 《어머니》에 대한 평가에는 이 점이 고려되어 있었다. -이기도 하다. 이것은 20세기 초엽의 러시아 생활에 있어서 가장 의의 깊고 전형적인 역사적 상황이었다. 오늘 이 사상적 정치적 성숙의 과정을 설령 개개의 예외적인 것으로 보려 하더라도, 그것은 내일 수천의 사람들을 파악하는 역사발전의 법칙적인 과정이다. 《어머니》의 파토스(pathos)에는 고리키의 이른바 <보증(保證)된 미래>가 강하게 숨쉬고 있다. 고리키는 《어머니》에서 모든 삶을 그 혁명적 발전에 빗대어 리얼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08년 《튀르제닉》 제13·14호 지상의 구석에 작게 인쇄된 <볼셰비키 노동자들의 고리키에 대한 공개문>은 《어머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알렉세이 막시모비치! 개인의 욕구 및 사생활의 자유의 전면적인 발전의 이름 아래 인간의 비열한 본능이 계속 고무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텔리라고 불러온 사회층의 거의 대부분이 정신적으로 타락과 퇴폐를 계속하고 있는 시점에서 당신은 소설 《어머니》를 썼고, 이 작품 속에 대단히 의식적인 노동자 파벨의 타입을 내놓았다. 비단 노동자계급 뿐만 아니라 전인류의 해방을 초래하는 새로운 조화가 깃든 아름다운 생활, 자유롭고 기쁨에 넘치는 생활을 우리에게 약속하는 이상적인 정신으로 일관한 노동자가 파벨을 통해 최초로 러시아 문학에 등장하고 있다. 또한 일반대중의 밑바닥에서 나온 부인의 타입, 거듭 새롭게 되살아나는 삶의 현장에 생활혁신의 사상을 가지고 뛰어드는 어머니의 타입이 닐로브나를 통해 문학 속에 부각되고 있다……'

이들 노동자(그 중에는 뒤에 소비에트연방 최고회의 의장이 된 M.카리닌도 있었다.) 들의 공개문은 제1차 혁명 패배 후 격심한 반동시대 지하로 내몰린 러시아 프롤레타리아의 앞에  소설 《어머니》의 출현이 단코의 <불타는 심장(고리키의 단편《이제르기리 할머니》 속의 전설적인 형상)>이 되어 어둠을 밝힌 것을 웅변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의견 내세우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고리키는 1934년 프랑스에서 《어머니》가 번역 출판되었을 때 스스로 쓴 서문 속에서, 이 작품에 나타나는 결정이 '짜르와 부르즈와의 전제정치에 대한 러시아 프롤레타리아 최초의 전투가 아직 계속되고 있을 때 미국에서 필요한 자료도 없이 급히 써내려 간' 데에서 생긴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그때로부터 28년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어머니》는 프롤레타리아에 의해 끊임없이 읽혀져 왔다. 그리고 어쨌든 그 결점도 이 작품이 노동자계급의 혁명적인 권리의식을 발전시키기 위해 유익했으며, 최소한 그것을 방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역사의 철(鐵)의 이론이 노동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기본적인 것은 이 권리의식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성실하고 혁명적인 작가의 활동은 혁명적인 권리의식을 발전시키는 일에 완전히 바쳐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고리키 전집 제27권 364쪽)라고 끝맺고 있다. 그 겸허한 고리키가 이 작품에 크나 큰 애정과 자신감을 근저에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고리키는 논문 《늪지와 고지(高地)》(1933) 가운데서 과학적 사회주의가 과거를 확실히 보고 또한 미래의 유일한 올바른 길<필연의 왕국에서 자유의 왕국>으로의 길을 바라볼 수 있는 높은 지적(知的) 고지(高地)를 부여해 준 것을 서술하고, 다음과 같이 작가들에게 부르짖고 있다.

'우리들 작가들에겐, 자본주의의 더러운 범죄의 모든 것, 그 비열한 피투성이 의도의 모든 것을 확실히 볼 수 있고 또한 프롤레타리아의 영웅적인 활동의 위대함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지고한 관점, 그 높은 고지의 우뚝 서는 일이 생활상으로나 창작상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제1차 러시아 혁명의 투쟁 속에서 내것이라는 실질적인 당파성으로 뒷받침되어 고리키는 소설 《어머니》로, 세계문학사상 최초로 과학적 사회주의의 <지고한 관점>으로부터의 생활을 그 혁명적 발전으로 파악하여 바르고 역사적인 동시에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기초를 굳건히 세울 수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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