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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사대와 이대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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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맹 사상의 주된 내용 한 가지를 든다면 그것은 바로 예(禮)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우리 할아버지들의 외교적 자세는 '작은 나라가 예로써 큰 나라를 섬긴다.'는 것이었다. 즉 사대(事大)를 표방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단지 겉만 보고 판단하여 내면까지도 사대였다고 해석하고 만다면 그것은 너무 성급한 결론이다. 그렇게 말하는 측은 하나는 알고 둘을 모르는 채, 일제 강점기하에 일본인 사가(史家)들이 우리 민족의 실체를 부정하기 위해 도출해 낸 악의에 찬 해석만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사대의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대라 하면 사람들은 이소사대(以小事大)만 생각하지, 이것의 대응 개념으로 이대사소(以大事小)가 있다는 것은 대개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이소사대와 이대사소는 <맹자>에 나오는 개념이다. 이소사대는 작은 것으로써 큰 것을 섬긴다는 의미이며, 이대사소는 큰 것으로써 작은 것을 섬긴다는 의미로, 작은 나라와 큰 나라 간에 서로 섬기는 도리가 있음을 일컫는 말이다. 제선왕(齊宣王)이 맹자에게 이웃한 나라가 사귀는 도리가 있는지를 물었을 때 맹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오직 어진 자만이 능히 큰 것으로써 작은 것을 섬길 수 있으니, 탕왕이 갈왕을 섬기고 문황이 곤이를 섬겼다. 오직 지혜로운 자만이 능히 작은 것으로써 큰 것을 섬길 수 있으니, 대왕이 훈육을 섬기고 구천이 오를 섬겼다. 큰 것으로써 작은 것을 섬기는 것은 하늘의 뜻을 즐김이요, 작은 것으로써 큰 것을 섬기는 것은 하늘의 뜻을 두려워함이다. 하늘의 뜻을 즐기는 자는 천하를 평안케 하고, 하늘의 뜻을 두려워하는 자는 그 나라를 평안케 한다."
예(禮)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소사대와 이대사소는 마땅히 짝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는 중국에 대하여 작은 나라임을 인정하고, 이소사대를 표방하고 나섬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대사소, 즉 작은 나라인 우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도록 족쇄를 채운 것이다. 그럼으로써 전화(戰禍)를 미연에 방지하고 국권을 지켰다. 그 과정이 예로써 행해진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히려 떳떳하고 당당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를 지혜로웠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어찌 비굴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 수업중에 읽는 155가지 이야기/교육부 독서지도 정책 연구학교/인천학익여고 자료
- 홍일식, [한국인에게 무엇이 있는가], (정신세계사, 19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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