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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문학의 전통적 특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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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전통적 특질로 자주 거론되는 것은 '멋'과 '한(恨)'이다. '멋'이란 변형을 선호하는 미의식이라 할 수 있다. 격식에 맞으면서도 격식을 뛰어넘는 상태, 정상적인 것을 약간 벗어났으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멋이라고 일컬어 왔다. 글자 수를 헤아리는 일본 시가의 율격인 음수율(音數律)에 비해, 글자 수에 어느 정도 유연한 한국 시가의 음보율격(音步律格)에서 우리는 멋스러운 미의식을 느낄 수 있다.
멋과 함께 자주 언급되어 온 '한(恨)' 역시 한국 문학의 중요한 특질 중 하나이다. 한은 풀지 못한 아픔의 응어리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한이란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면서도 여기에서 말미암은 슬픔을 승화시키려는 정서이다. 즉, 외면적으로는 상황에 순응하나 내면적으로는 그 상황을 부정하고, 나아가 새로운 긍정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정서이다. 고려 가요 '가시리'에서 우리는 이별 정서와 이를 내적으로 초극(超克)하려는 한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한은 우리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형성된 한국 문학의 중요한 특질인 것이다.
이러한 한은 '신명'과 표리(表裏)의 관계를 이룬다. 한이 정서의 내면적 승화라면, 신명은 정서의 외면적 표출로서 판소리나 탈춤과 같은 연행물(演行物)에서 잘 드러난다. 관객들은 이야기나 극 속의 인물에 자신을 투영시키고, 이들의 행위를 통해 신명을 공급받는다. 그 신명은 집단적 성격을 띠게 되고, 마당에서 어우러져 노는 행위로 표출된다. 이러한 신명을 표출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해학(諧謔)과 풍자(諷刺)이다.
'해학'과 '풍자' 역시 한국 문학의 중요한 특질이다. 이것은 우리 문학이 단지 비극적 성격만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해학은 '흥부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흥부의 겉치레 묘사나 흥부가 매를 맞고 놀부의 집에서 쫓겨나는 대목은 웃음 없이는 들을 수도 읽을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웃음은 눈물 섞인 웃음이다. 처절하기까지 한 흥부의 가난을 이처럼 눈물을 동반한 웃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이유는, 가난을 벗어나고자 하는 건강한 삶의 의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풍자는 현실의 잘못된 점을 날카롭게 지적함으로써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한다. 풍자는 민요나 정약용의 한시에 나타나는 지배층에 대한 질타, 탈춤의 양반 과장에 보이는 양반들의 허위의식에 대한 비판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이 해학과 풍자는 우리 문학에 건강한 힘을 부여하고 있는 주요 특질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문학을 한과 같은 비극적 성격의 특질만 지닌 것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대개의 경우 우리 고전 문학 작품은 행복한 결말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을 대부분 비극적 결말로 끝맺는 서구의 작품에 비추어 문학적인 결점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다. 고전 소설들이 행복한 결말을 지향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세계관에 근거를 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임경업전(林慶業傳)'의 경우 실전(實傳)에서는 임경업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나, 이를 바탕으로 허구화된 소설 '임경업전'에서는 임경업을 모해(謀害)한 사람에 대한 복수와 임경업의 신원(伸 )을 부연하여 비극적 종말로 야기되는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 비극적 결말을 기피하는 이러한 한국인의 의식의 밑바탕에는 무속 신앙(巫俗信仰)의 현실 중심적 세계관이 가로 놓여 있다.
자연 친화 의식 또한 한국 문학이 지닌 전통적 특질 가운데 하나인데, 이것은 조선 시대의 강호 가도(江湖歌道)를 표방한 작품들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서구인들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아 온 반면, 한국인들은 자연을 동화(同化)나 귀의(歸依)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자연으로의 귀의를 현실 도피나 은둔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상향(理想鄕)을 향한 회귀욕(回歸慾)의 실현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 수업중에 읽는 155가지 이야기/교육부 독서지도 정책 연구학교/인천학익여고 자료
- 오세영 외, 고등학교 문학(상), 천재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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