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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현실주의-일상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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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정
1910년대 유럽 미술은 '다다이즘'의 영향하에 있었다. 다다이즘은 세계 대전 이후 사람들의 의식을 반영하여 나타난 경향으로, 개인적으로는 허무적이고 사회적으로는 반정부적인 것이었다. 당연히 기존의 가치나 질서는 비판될 필요도 없이 무시되었다. 이러한 다다이즘은 기존 질서와 반대되는 행동을 보여 주는 것에서 끝났다. 그런데 1920년 중반에 이들 일부에서 다다이즘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진실일 수 있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원래 다다이즘은 파괴적이고 소비적이었다면 이 새로운 움직임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이었다.
에른스트, 달리, 마그리트를 중심으로 하는 이들의 주장은 "진실은 눈에 보이는 것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의식은 얼마든지 과장되고 왜곡될 수 있다. 현실과 의식을 넘어선 세계. 초현실의 세계에서만이 진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 경향을 초현실주의라고 부르게 된다(쉬르레알리즘). 당시에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같은 무의식 세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는데, 이것은 초현실주의의 이론적지지 기반이 되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의식적인 행동을 최대한 삼가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의식을 통제하는 '자동 기술법'을 만들어 내었다. 이것은 쉽게 말해 '낙서'와 같은 것으로, 아무 생각 없이 볼펜을 움직일 때 만들어지는 우연적인 선이나 형태를 통해 그의 잠재 의식을 읽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려진 그림은 ―그림이라기보다는 낙서에 가까운―가장 무의식적이며 순수했다.
초기 초현실주의자들은 무의식의 세계를 그리기 위해서 그리는 행위를 포기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콜라주였다. 이들은 입체파가 사용했던 방법과는 다르게 비일상적인 조합을 통해서 비현실감을 주려고 했다. 에른스트는 이 콜라주 방법에서 착안하여 실제 물체 표면을 문질러 질감을 조합하여 상황을 만들어 내는 '프로타주' 기법을 만들었다. 프로타주는 나뭇잎, 동전, 망사 등의 위에 종이를 놓고 문질러서 나타내는 것으로 '탁본'기법과 같은 원리이다.
그러나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점차 초현실감을 나타내기 위한 자동기술법이나 콜라주 기법은 회화성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 후 초현실주의의 본격적인 회화나 입체 조형은 살바도르 달리나 마그리트의 작품에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초현실주의의 대표적인 화가 달리는 그림 속에서 '예기치 않았던 것과의 만남'을 의도했다. 그의 작품을 보면, 단단한 벽시계가 사막의 메마른 나뭇가지에 걸쳐져 있기도 하고, 책상 모서리에 흘러내리기도 하는, 평소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면이 나온다. 또 마그리트의 그림 중에는 얼굴에 큰 구멍이 난 사람이나 온몸에 총알 구멍이 난 사람이 등장한다. 이는 '전연 예기치 않았던 것과의 만남'이다. 이렇게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있어 '미술에서 참다운 아름다움'은 '경이'였던 것이다.
다다이즘은 미술이 여러 분야로 되어 있음을 무시하여 미술계를 존재 위기에 처하게 했다. 하지만 초현실주의는 다다이즘의 분위기를 미술의 여러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게 하였다. 즉 초현실주의는 사람들에게 잠재의식에 숨어 있던, 그래서 더욱 위험하던 무의식의 세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미술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초현실주의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현실적이고 무의식적인 장면을 그렸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게 괴기적이고 우울함을 느끼게 한다.
둘째, 방법 면에서는 자동기술법이나 콜라주 기법으로, 내용 면에서는 전연 예기치 않았던 사실과의 만남으로 우연성을 나타낸다.
셋째, 그 동안 그림에 등장치 않던 우리의 꿈의 세계나 무의식의 세계, 공상의 세계를 구체적 장면으로 보여 줌으로써 정신 건강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었다. (독서평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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