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두
1. 읽기전에
글을 능동적으로 읽어 보라고 조언해 드리고 싶습니다. 만일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라는 구절을 읽었다고 하죠. 아무 생각이나 느낌 없이 읽는 사람에게 그것은 종이 위에 찍힌 활자들일 뿐입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 내용을 파악하려고 능동적으로 읽는다면 '높이 난다는 것'과 '멀리 본다는 것'의 의미를 인생과 연관하여 나름대로 짐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글쓴이의 표현이 매우 적절하다고 무릎을 치며 감탄할 수 있습니다.
또는 높이 날면서 멀리 볼 수는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자세히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낮게 난다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자신의 생각을 반대로 가져 볼 수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글을 읽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가, 어느 정도 생각하고 느끼는가는 사람마다 모두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능동적인 글 읽기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먼저 글이나 책의 제목만 갖고 읽기 전에 미리 여러 각도에서 많이 예측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읽기 전에 생각해 보세요 - 제목 중심으로 사고하기>
'한반도 30억 년의 비밀'(푸른숲)이라는 과학 서적을 예로 생각해 봅시다.
일단, 이 책은 '한반도 30억 년 동안을 과학적 관점에서 서술할 것이다.' '일단 시간의 흐름과 연관되는 서술이 나올 것이다.'고 쉽게 추측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비밀이라고 했으니 무엇인가 중요하고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은, 적어도 일반인들에게는 미궁에 빠져 있던 어떤 중요한 본질을 알려 주는 책이겠거니 하고 미리 예측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30억 년이라는 시간으로 제한이 되었을까, 이 시간은 어떻게 추정한 시간일까, 그 추정 방법은 무엇일까, 따져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 봐야 합니다.
또 그 긴긴 세월 동안, 정말 상상이 잘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한반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생각의 나래를 펼쳐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덧붙여 대개 우주의 역사를 대략 150억 년이라고 잡는데 한반도를 다룬 이 글은 30 억년이라면, 우주에 속하고 한반도를 품고 있는 지구의 역사는 몇 년일까 의문을 가져 보는 것도 좋겠지요.
이와 같이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나 느낌이 얼마나 가치 있고 풍부한가는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여러분들은 항상 능동적으로 글을 읽어야 하며, 지금까지 글의 제목만 보고도 미리 다양하고 풍부하게 예측하고 추리/상상하는 방법의 실제에 대해서 살펴 보았습니다.
2. 읽기의 전/중/후
다음과 같이 글을 능동적으로 읽어 보는 연습을 해 봅시다.
읽기 전:
-글읽기란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여긴다.
-글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자신의 목적에 따라 적절한 읽기 방법들을 미리 선택한다.
-평소 여러 종류의 사전들을 갖추고 글을 읽는 틈틈이 낯선 어휘들을 확인해 본다.
-늘 책을 갖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들춰 보는 태도와 습관을 갖는다.
-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 독서 관련 행사에 참여한다.
읽는 중:
-대안을 제시해 본다.
-질문 형식의 의문문으로 만들어 본다.
-과연 그러한가라고 자문해 본다.
-실제 사례를 들어 본다.
-왜냐하면'이나 '따라서'라는 말을 넣어 읽어 본다.
-핵심적인 내용이나 인상 깊은 대목, 의문스러운 대목에 적절하게 표시한다.
읽은 후:
-글을 읽은 뒤 읽으면서 들었던 의문들을 정리해 본다.
-읽으면서 글에 표시했던 대목들을 효과적으로 정리해 본다.
-읽은 감상을 기록장에 정리하거나 친구들과 토론해 본다.
3. 얽어 읽기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관련된 글들들 모두 모아서 읽어보세요. 이것저것 얽어서 읽어 보라는 말씀입니다.
예를 들어, 죽음에 관해 어떤 철학적인 글을 읽었다면 죽음에 관해 쓴 수필이나 시, 소설을 읽어 보세요. 즉, 도종환님의 시 '접시꽃 당신'은 사랑하는 아내가 죽어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안타까움을 그린 시죠. 이때 <죽음에 관한 한 연구>(박상륭씨의 소설)도 읽어보면 좋구요. 죽음에 관해 쓴 수필이나 시, 소설, 나아가 죽음에 관해 쓴, 짧은 글들 예를 들면, '뇌사'에 대해 쓴 사설이나 칼럼 등을 서로 얽혀 읽는 글들을 중심으로 찾아서 읽어 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특정한 주제나 문제에 관련된 모든 글들을 찾아 읽으며 그 관계 속에서 각 글의 내용과 그 내용을 낳는 사고 방식들을 따지며 읽는 것, 바로 이것이 얽어 읽기입니다. 얽어 읽기란 그저 눈앞에 주어진 한편의 글을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적극적인 읽기 방법에 속하는데요 또 특정한 주제나 문체, 관점을 설정해서 읽는 방법이기 때문에 상당히 고급 읽기 수준에서 가능합니다. 대신에 특정 문제나 주제에 대해 종합적이 사고와 시각, 표현 방법들을 읽힐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인 독서 방법이 얽어 읽기인 것입니다.
물론 얽어 읽기를 제대로 하려면 스스로 하는게 가장 좋지만요. 어렵게 느껴지면 학교 선생님께 조언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 학교 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에서 사서 선생님께 문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서를 주제사서라고 하는데 관련 분야의 글과 책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을 갖고 안내해 주는 역할을 맡습니다.
자, 오늘부터라도 얽어 읽기를 통해 자신의 사고와 시각등을 넓히고 다양한 표현 방법들도 익히기 바랍니다. 구체적으로 <식물의 사생활>과 연관된 주제나 문제, 관점을 어떻게 설정하고 관련된 글과 책을 읽으면 좋을까 연습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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