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요즘은 대학입시가 중요시되면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입 준비만으로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운명이라 생각하는 사람과 그저 우연의 연속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그걸 극복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이 있다.

많은 학생들이 오이디프스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라이오스왕은 아름다운 왕비와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신탁에 의하면 그 아이가 훗날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저주스러운 운명을 타고났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아이는 버림을 받게 되고 우연히 이웃나라 왕자로 자라나게 된다. 그러나 나중에 자신의 신탁을 안 오이디프스는 자신의 운명을 피하려 집을 나오게 되고 그러는 과정에 길에서 만난 라이오스왕을 죽이게 된다. 그리고 돌아온 고국에서 스핑크스를 퇴치하고 라이오스왕의 왕비와 결혼을 하게 된다. 운명을 피하려던 것이 결국 그 운명 속으로 들어가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운명에 도전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준다.

그러한 운명에 도전한 사람이 바로 사르트르였다. 사르트르의 『벽』이란 작품에서는 의형제를 맺은 두 친구의 이야기가 나온다. 스페인 내란 당시 젊은 사람들이 모여 레지스탕스 운동을 일으키는데¸ 그 우두머리는 라모스라는 청년이었다. 어느 날 라모스와 의형제를 맺은 친구가 군사정권에 체포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라모스의 친구는 라모스를 살리기 일부러 라모스가 있는 곳과 정반대에 있는 마드리드시의 공동묘지에 라모스가 숨어 있다고 거짓밀고를 한다. 그런데 한편 라모스는 친구가 고문을 못견딜 것이라 생각하여 스스로 마드리드시의 공동묘지에 숨어 있다가 결국 정부군에 체포되고 만다. 이 이야기는 인생은 결국 여러 우연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교훈을 준다.

하지만 오이디프스의 이야기처럼 인생이 단지 운명에 의해 좌우된다고 하면 너무 가혹하다. 반대로 라모스의 이야기처럼 소중한 인생이 단지 우연의 연속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송나라에 원요범이란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어느 날 우연히 한 노인으로부터 자신이 55세에 죽고 아들은 없을 것이며 벼슬은 대부까지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그 노인의 말이 맞아들어간다. 그러던 중 요범은 지방출장을 갔다 날이 저물어 한 절에 머물게 된다. 그곳 스님에게 우연히 자신의 사연을 말했더니 그 스님은 크게 진노하며 “당신 같은 공무원이 있기 때문에 이 나라가 이 모양이다. 넌 한 요망한 사람의 말에 맞춰 인생을 산 것이다”라고 비난한다. 그 말에 부끄러움을 느낀 요범은 그때부터 인생을 다른 자세로 살아갔다고 한다. 그랬더니 노인이 죽을 것이라던 55세를 넘기고¸ 자손도 낳고¸ 승진도 하다가 80살이 넘은 나이까지 살았다고 한다.

이처럼 운명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바로 요범의 이야기가 그것을 말해주는데 책을 안읽으면 이런 이야기를 알 수가 없다. 문학은 인생을 가르쳐준다. 우리는 문학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지혜를 얻는다.

문학을 통해 인생을 배우는 청소년들이 되길 바란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독서/독서강연회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