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추(類推=analogy)란 하나의 특수 사실에서 딴 특수 사실을 이끌어 내는 추론이다. 예를 들면, 이미 알려진 갑이라는 특수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을이라는 딴 특수 사실을 추정하는 것이다. 그러한 추정의 근거는 문제의 을이 갑과 어떤 유사성이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우리는 귀납법을 말할 때 새로운 암 치료약의 효과에 관한 이야기를 예로 들었는데 그것은 유추적인 성질을 띤 것이다.
특수 사실 <갑> : 이 약은 쥐에게 90퍼센트의 효력이 있다.
특수 사실 <을> : 이 약은 사람에게도 비슷한 효력이 있을 것이다. 그 근거는 쥐와 사람은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유추한 특수 사실 <을>은 추정적인 단계에 있을 뿐이다. 좀더 일반화된 결론을 얻으려면 이런 유추적 추정을 출발점으로 해서 귀납적인 추론 과정을 밟아 나가야 한다. 곧 하나의 특수 사실에 그치지 않고 여러 특수 사실을 검토하여 모든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 추론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유추는 귀납법의 한 특별한 경우 또는 약식 귀납법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런 유추는 본격적인 귀납적 추론의 출발점 또는 계기를 준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있다.
유추는 일상 생활에서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어린 학생이 문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동사의 어간에다가 "었"이라는 접미사를 붙이면 "먹었다" 와 같이 과거형이 됨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고 하자. 그런 경우에 그 어린이는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다음 (1)에서 보듯이 다른 비슷한 동사에도 " 었"을 넣어서 과거형을 만들 수 있다는 추정을 하게 된다.
(1) 먹었다, 입었다, 울었다, 웃었다 ...
이것이 유추이며, 이처럼 유추는 기지의 한 사실에서 출발하여 미지의 사실들을 예측하여 낼 수가 있으므로 상당히 생산적인 추론 방식이라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유추는 이렇게 성공을 거두는 수가 있는 반면에, 다음과 같은 경우처럼 실패하는 일이 또한 많다.
(2) 졸었다, 사었다, 하었다.
(2)와 같은 경우에는 (1)과는 달리 유추가 올바로 적용되지 않음으로써 벽에 부딪치게 된다. (2)의 동사들은 "었"을 삽입시켜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와 같은 경우를 겪게 되면 유추를 통하여 새로운 사실을 배울 수가 있다. 어떤 동사들은 일률적인 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유추는 우리가 새로운 사실을 배우는 계기를 마련하여 주기도 한다.
이러한 유추는 글을 쓰는 데도 활용되는 일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사항과 아직 모르고 있는 사항 속에 들어 있는 유사성을 자세히 검토하여 새로운 사실을 추정하는 글을 쓰는 것은 유추에 바탕을 둔 논술 방식이 되는 것이다. 그 실례를 하나 살펴 보자.
[보기]
화성에도 사람이 살까? 이 문제는 많은 과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발명된 아무리 큰 망원경이라도 화성에 생명체가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구와 화성을 견줌으로써 어떤 추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지구는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하여 돌고 있는 공 모양의 유성으로서 태양 둘레를 일정하게 공전하고 있다. 지구는 얼마쯤의 원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기층이 있음으로써 생명체를 지탱한다. 화성도 태양을 일정한 궤도로 공전하고 있고, 태양과의 거리나 자전 주기도 지구와 거의 같다. 화성은 표면의 상태가 유성 중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하고 엷으나마 대기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때 화성에도 생명체가 있으리라는 추정은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할 만하다.
-- 외지에서
지구와 화성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이러한 유추는 어디까지나 그 개연성을 추정케 할 뿐이고 어떤 확고한 증명은 보여 주지 않는다. 유추는 이처럼 금방 증명이 될수 없는 사항의 추정에도 더러 쓰인다. 이런 추정도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하다. 우리의 지적 욕구를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충족시켜 주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유추 작용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추정하려는 문제에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유사성을 찾는 일이다. 2가지 사항을 견주어 말할 때 양자의 유사성은 여러 가지 각도에서 말할 수가 있다. 그런데 어떤 특정 사항을 추정하는 데는 그 가운데 가장 관련깊은 유사성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이를테면, 위의 <보기 10. 36>에서 지구와 화성은 둘 다 대기권을 지닌다는 유사성 같은 것이다. 이 유사성은 생명체를 유지하는 일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와 화성이 지니는 그 밖의 유사성은 화성에 생명체가 있고 없는 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무엇보다도 대기권 문제가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따라서 유추에서는 이런 결정적인 성격을 가진 유사성을 찾아서 근거로 삼는 일이 필요하다. 또 다른 예로 두 학생이 외모가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고 하자. 그러나 그것은 그 두 학생의 성적이 비슷할 것이라는 유추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것보다는 두 학생이 지능 지수가 비슷하다는 점이 두 학생의 성적이 비슷하리라는 추정에 좀더 확실한 근거가 될 것이다.
다음 예문은 유추 작용이 중요한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 글이다. 어떤 점들이 유추 작용으로 추론되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가며 읽어 보자.
[보기]
민주주의는 인류가 유사 이래 시험해 본 정치 제도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고 자유로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지상 목표로 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그것은 또 우리 인간의 본성에 가장 적합한 이상적인 정치 제도임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어떤이들은 미개의 나라 사람들이나 우리 나라와 같이 발전 도상에 있는 나라의 사람에게는 그것이 알맞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위험한 사고 방식이며 어딘가 불순한 저의가 도사리고 있는 생각이라 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도 처음에는 다 비슷한 견해들이 많았으며 얼핏 보기에는 현실에 알맞지 않는 이상적인 제도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현명한 지도자들은 무수한 희생을 무릅쓰고 민주주의 제도를 실현해 내고야 말았다. 이로 미루어보아 다같은 인간의 본성을 가진 우리에게 그것이 알맞지 않을 까닭이 없다. 그것이 좋은 제도임이 실증되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도 알맞은 제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 민주주의가 잘 실현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딴 데서 찾아야 한다. 곧 우리 국민의 성격이나 여건이 딴 나라 국민과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일부 사람들의 권력욕 때문에 국민 전체의 의사가 무시되고 비민주적으로 뒷걸음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제도를 실현하려고 다같이 힘써 보지도 않고 우리는 안 된다고 지레 짐작하고 딴 길로 이끌어 가는 일부 독재 성향의 사람들에게 그 근본 원인이 있는 것이다.
-- 장세인, "우리의 민주주의"
위 글은 모든 사람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인간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민주 주의가 우리 국민성에도 알맞다는 것을 유추하여 결론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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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추를 바탕으로 한 논술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