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납법은 특수 명제를 바탕으로 일반 명제를 이끌어 내는 추론이다. 연역법이 일반 명제를 바탕으로 특수 명제를 이끌어내는 추론인데 반해서 귀납법은 그것과는 반대로 둘 이상의 특수 명제에서 새로운 일반화 명제를 도출해 내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일상 경험에서도 귀납법적 추론이 작용하여 자기 나름의 일반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보기]
그 주부는 어는 날 시장에 갔다가 마늘 값이 무척 비싸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유인즉 시골에서 마늘이 흉년 들어 많이 올라 오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고추, 깨 등의 값도 비쌌다. 그것도 또한 공급이 달리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그 부인은 공급이 모자라면 값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처럼 일상 생활 현상을 관찰하여 귀납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주위의 젊은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 하나하나의 젊은이가 보이는 행동에 관한 명제는 특수 명제에 해당한다. 만일 열명의 젊은이를 살펴 보고 그들이 모두 예의가 바른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1) 내 주위에 있는 젊은이들은 모두 예의가 바르다.
와 같은 명제를 이끌어 냈다면 일반화 명제가 된다. 곧 10명의 예의 바른 행동을 바탕으로 (1)과 같은 일반화 명제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렇게 귀납법은 특수 사실을 쌓아 올려서 일반 명제에 도달하는 추론 방식인 것이다.
(1)과 같은 결론은 제한된 범위 안에서는 완전한 귀납적 추론 곧 완전한 일반화가 된다. 여기서 완전한 일반화란 관련된 모든 특수 사항을 다 살펴서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이런 귀납적 결론은 그 특수 사실의 살핌에 잘못이 없다면 확고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한정된 특칭 명제로서는 완벽한 결론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이런 특칭적인 일반화를 흔히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2)와 같은 귀납적 일반화는 적용 범위가 너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자기가 살핀 특수 사항의 범위를 넘어서서는 한 발자국도 더 적용될 수 없는 한계성이 있다. 이런 제한된 일반화는 보편성을 띤 지식을 찾는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모자라다. 그리하여 우리는 적어도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2) 요즈음 젊은이들은 모두 예의가 바른 듯하다.
(2)와 같은 결론은 10명의 젊은이들을 관찰하여 얻은 특수한 사항을 바탕으로 하여 "요즈음 모든 젊은이들"에 적용하는 일반화를 시도한 경우이다. 귀납법이란 이처럼 한정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보편적 지식(진리)을 밝혀 보려는 논리적 발돋움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2)의 귀납법적 일반화는 아직도 불확실한 추정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정된 특수 사실을 검토한 끝에 이루어진 일차적 추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 . .바른 듯하다"와 같은 불확실한 표현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 표현에서 쓰는 다음과 같은 불확실한 표현들도 소수의 특수 사실을 관찰하여 얻은 귀납적 결론인 것이다.
(3) 화장품은 갑이라는 회사의 제품이 좋은 것 같다.
(4) 모양이 좋은 물건들이 아무래도 낫더라. .
(5) 요즈음 전자 제품은 국산품이 외산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제껏 이런 말들을 무심코 주고 받아 왔지만 사실은 한정된 사물을 관찰하여 얻은 귀납법적 결론으로서 추정적 단계에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지적 욕구는 이런 불확실한 지식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 적용범위가 더 넓을 뿐더러 좀더 확고한 결론을 내리고자 계속해서 노력을 한다. 특히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확고한 귀납법적 일반화를 꾸준히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6) 거의 모든 국산품의 질이 놀라우리 만큼 향상되었다. .
(7) 한국 사람은 세계에서 부지런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8) 자본주의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점점 가난해지고 부자는 점점 더 부자가 된다.
(9) 교통 질서를 잘 지키는 것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 .
(10) 모든 물체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와 같이 일반성의 범위가 되도록 넓고 또 확고한 명제를 꾸준히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본성이며, 그렇게 해서 점점 가치가 높은 지식을 얻어서 발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성급하게 확고한 명제를 내세우면 실제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부정확한 명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테면, 어떤 회사의 일부 제품을 써보고는 .
(11) 그 회사의 모든 제품은 좋다.
와 같이 곧장 확고한 일반 명제를 꾀한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그 중에는 좋지 않은 제품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결론을 성급하게 내리는 것을 "논리적 비약(logical gap)"이라고 한다.
우리의 일상 대화 등에서는 이런 논리적 비약이 의외로 많다. 가령, 한 두 사람의 학생들을 살피고는,
(12) 그 학교 학생들은 형편 없는데.
와 같이 말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또 어떤 회사의 제품을 한 두 개 써 보고는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도 논리적 비약이다.
(13) 그 회사의 제품은 다 틀렸다.
또는
(14) 그 회사의 제품은 모두 비싸다.
또, 한두어 사람의 부패 정치인이나 관리의 비행이 신문에 보도되는 것을 보고는 "정치나 정부가 폭삭 썩었다"고 개탄하는 것도 성급한 논리적 비약에 든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귀납적 추론에서 흔히 빠지기 쉬운 것은 논리적 비약은 특칭 명제를 전칭 명제로 삼은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
(15) 이 동네 사람들 큰 일 났어.
남들이 너보고 욕하더라.
도둑이 들끓어서 못 살겠다.
요즈음 물건들이 왜 그 모양이지.
이런 말들에서 주어가 특칭인지 전칭인지 불 분명하다. 실제로 이런 것들은 흔히 전칭 명제로 이해되는 일이 많은 데서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된다. 사실을 따져 보면 극히 일부의 사실이나 사건을 관찰하고 나오는 과장적인 표현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논리적으로 비약을 하지 않고 명확한 표현을 하려면 위와 같은 표현들은 거의 명확한 특칭 명제로 해야 한다.
"이 동네 일부 사람들. . . " "몇 사람들이 . . . " 따위와 같이 정확하게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적 비약을 하지 않고 확고한 일반화를 하려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하여 차근차근 절차를 밞아 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첫째로, 가능한 범위의 특수 사항을 관찰하여 공통성을 뽑아내어 잠정적인 일반화를 시도한다. 이를테면,
(16) 내가 관찰한 바로는 이 동네 사람들은 선량하다.
요즈음 어떤이들은 새치기를 하는 버릇이 많다.
근래에 낭비 풍조가 일고 있다.
쓰레기를 마구 버려서 환경 문제를 야기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식으로 한정된 범위의 특수 사실을 바탕으로 일정 범위 안에서의 일반화를 시도하여 볼 수가 있다.
셋째로, 추정적인 일반화를 시도하여 가정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리하고 논리적 비약을 피하려면 단정적인 결론을 유보하고 그 개연성만을 시사하는 것이다.
(17) 요즈음 생활 필수품 값이 점점 오르고 있다. 이것이 점차 확산하면 다른 제품 값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다.
(18) 작년에는 잇달아 큰 사고가 일어났다. 공중에서는 비행기 사고, 지상에서는 대형 기차 탈선 사고, 해상에서는 정기선 침몰 참사와 유람선 화재 사고가 났다. 또 서울 복판에서는 다리가 허물어져 수백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 이로 미루어 앞으로 더 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국민들은 우려를 한다.
에서처럼 여러 큰 사고들을 바탕으로 더 큰 사고의 가능성을 귀납적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다음 보기도 그런 추정적인 귀납법으로 쓴 글이다.
[보기]
새해가 밝았다. 항상 있어온 일이지만 새해만 되면 많은 덕담이 오간다. 성탄 카드와 새해 연하장이 화려하게 나열된다. 가장 비싼 종이로 금빛 은빛 색깔을 넣어 예쁘게 만든 카드다. 쓰윽 훑어 보고 내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종이다. 내용은 새해에 복많이 받으라는 것이다. 이를 보면 우리 민족은 인사성이 밝은 민족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금빛 인사가 겉치레 인사라는점이다. 거의 모두가 빈소리, 헛소리로서 우체국만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 방윤석, "더도 말고 첫마음만큼만" 중에서
"이를 보면"으로 시작하는 문장은 그 앞의 몇 가지 사례들을 바탕으로 귀납한 결론이다.
셋째로, 좀더 온전한 귀납법을 쓰려면 관련된 특수 사항들을 되도록 많이 살피는 일이다. 특수 사항을 많이 살필수록 확고한 귀납법적 추론에 가까워지므로 그러한 시도가 일차적으로 요망되는 것이다. 관련된 모든 특수 사례를 살피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많은 자료를 고찰할수록 그 개연성이 높다. 한 회사의 상품만하더라도 모든 제품을 다 직접 살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여러 면에서 그 제품들을 많이 살펴서 일반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로 귀납적인 결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보조적인 증명 방법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그 제품을 많이 써본 사람들의 말이나 글 또는 소비자 단체들의 조사 연구 자료를 참조하는 따위이다. 말하자면 이런 보충적 의견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일반 명제를 좀더 확고히 성립시키는 것이다. 이는 간접적인 경험 영역에까지 확대하여 되도록 많은 특수 사례를 살피는 일이 된다.
다음 보기에서는 관찰의 대상을 점차 넓히면서 일반화를 확대한 귀납법적 추론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이 글은 귀납법적으로 쓰는 글의 방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보기]
60년대까지만 해도 국산품을 쓰려는 이들이 매우 드물었다. 일부 서민들 중에 싼 맛으로나 사서 쓸까 웬만한 사람들은 국산품을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들도 애국심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는 만큼 처음에는 적어도 한 두어 개는 사서 써 본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에 실망을 했던 사람도 새로이 나오는 제품이 눈에 띌 때에는 그저 외면만 하지 않았을 것도 짐작이 간다. 이것은 새 것이니 더 나아졌겠지 하는 기대 심리가 작용했던 것은 내 경험에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애국심(?)을 깔보기라도 하는 듯이 써보는 국산품마다 문제가 있고 외국산에 뒤떨어졌으니 포기하는 도리밖에는 딴 길이 없었다. 그런데 80년대에 접어 들면서 우리 나라의 어떤 회사가 만든 국산품을 써 보고 저으기 놀란 적이 있었다. 외국산이거니 하고 이리 뜯어 보고 저리 뜯어 보아도 국산품임이 틀림 없었다. 어쩌다가 좋은 제품이 나올 수도 있겠거니 하고 다른 제품을 사서 써 보아도 외국산에 조금도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 구미에 맞는 바가 있었다. 이런 생각은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나고 있었다. 적어도 일류 회사 제품은 구태여 비싼 외산을 쓸 필요가 없이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지 10여년도 넘었다.
-- 장세옥, "우리것 사랑" 중에서
위 보기의 첫 단락은 60년대에 국산품을 쓰는 이가 드물었다는 소주제문(결론)을 귀납적으로 논증하고 있다. 한 두개의 국산품을 써보았다는 서술이나 새로 나올 때마다 써보았다는 것은 특수 사실을 가리킨다. 이런 특수 사실들을 바탕으로 국산품 쓰기가 드물었다는 일반적 결론을 내리고 있다. 둘째 단락에서는 8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국산품을 사서 쓰는 개별 행위(특수 사실)들을 바탕으로 국산품을 애호하게 되었다는 일반 명제를 이끌어 내고 있다.
잠정적인 일반화는 관련된 특수 사실을 직접 살피고 검토하여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자연 현상, 경제, 정치 또는 사회 현실, 문화 현상 들에서 비슷한 성질을 가진 사항들을 살핀 다음 그것들이 보이는 고통 성질을 뽑아 내는 것이다. 다음 [보기]는 자연 현상을 관찰해서 일반 법칙을 귀납해 가는 과정을 보인다.
[보기]
아이사크 뉴톤은 사과나무 아래를 지나다가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사실에 주목을 했다. 늘 보아 오던 일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다른 관심을 가지고 이 현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는 다른 여러 가지 물건을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려 보았다. 그는 이런 물건들의 낙하 현상을 살핀 끝에 물건은 지구 표면에 수직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곧 그는 가벼운 것이나 무거운 것이나 물건은 수직으로 떨어진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위 글은 자연 현상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사실을 바탕으로 그 현상 전체에 대한 일반 법칙을 귀납한 경우이다. 자연 현상에는 이른바 "동질성(uniformity of nature)"이 지배하고 있으므로 한 가지의 본질만 파악되면 전체에 적용되는 법칙이 마련된다. 자연 과학에서 귀납적 추론이 많이 쓰이는 이유는 바로 이 동질성에 따른 "인과성(causality)"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보기]는 역사적인 사실들을 바탕으로 일반화를 시도한 경우이다.
[보기]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고 갈파한 예수의 말씀은 하나의 보편적 진리로 믿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잘 아는 몇 가지 사례만 보아서도 알 수가 있다.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한 기세로 세계를 무력으로 점거하던 나폴레옹은 결국 무력으로 멸망했다. 2차 대전을 일으켜 세계를 정복하려던 히틀러, 뭇솔리니 들도 다 연합군의 칼 아래 쓰러졌다. 또 아프리카, 남미 들에서 끊일 새 없이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고 빼앗기는 권력 다툼도 바로 그 보기라 할 수가 있다.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총칼의 힘으로 정권을 빼앗는다는 것은 어느 경우나 비평화적 정권 교체의 전례를 남기는 것이 되며, 그것은 반드시 되풀이되고 만다. 작용과 반작용이 되풀이되듯이 말이다.
-- 유호석, "순리적 삶"
윗 보기는 귀납법적으로 도달한 일반적 사실을 먼저 내세우고 그 관련된 특수 사례를 뒤에 제시하는 방식을 보이고 있다. 곧 이 경우는 귀납적 추론의 과정과는 반대의 순서로 서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귀납적 추론의 결과를 드러내는 데는 마찬가지이다. 말하자면 귀납적 사고를 두괄식으로 서술한 것이다.
다음 보기도 귀납법적 일반화를 두괄식으로 서술한 경우이다.
[보기]
모든 민족은 저마다 독특한 민족성을 지닌다. 한국인은 은근과 끈기라는 특성을 지닌다. 일본 사람은 성질이 급하고 잔인한 섬나라 근성이 있다. 중국인은 여유만만한 대륙성 기질을 지닌다. 프랑스 사람은 예술적 기질이 풍부하고, 독일 사람은 정확성을, 영국 사람은 보수성을 띤다. 이런 특성들이 한 민족 전체에 예외없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형적인 성격을 보여 주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본다.
-- 임건순, "우리의 민족성" 중에서
윗 보기에서 보듯이 귀납법에서 특수 사실로 든 사항들은 이른바 전형성 또는 대표성을 띤 것이어야 한다. 한 민족의 특성을 정의하는 데는 그러한 전형성이 있어야만 한다. 민족의 모든 구성원이 저마다 지닌 성격을 일일이 따지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런 여러 성격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을 골라서 들어야 한다. 이러한 전형성은 귀납법에서 반드시 생각해 둘 점이다.
이상의 보기들에서 보여 준 특수 사례의 제시는 글쓰는 이 자신이 직접 관찰하고 검토한 사실에 바탕을 둔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 밖에도 간접적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특수 사례를 제시하는 수도 많다. 예를 들어, 통계적 조사 결과 실험적 사실, 또는 딴 사람들의 직관적 관찰 들을 바탕으로 삼는 경우이다.
[보기]
설쇠러 "가는데 하루, 오는데 하루"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라 해도 올 설은 유독 심하였다. 연휴 시작을 앞두고 큰문이 내리더니 연휴 끝에 또 유례없는 큰 눈마저 내렸으니 이런 고향 오가기 난리가 달리 또 없다. 연휴 동안 2천5백71건의 교통사고가 생겨 91명이 숨지고 3천 3백 2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한다. 또 연휴동안 마음들이 풀린 탓인지 살인, 강도, 강간등 강력사건도 7백41건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나들이를 삼간채 집을 지킨 사람들에게도 명절기분은 잠시여서 3 - 5일 씩의 무작정 긴 연휴가 지겨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가서 쉴만한 곳은 일찌감치 예약이 끝나 그림의 떡이었던 것이다.
단일 과세(過歲)를 했을 때는 그처럼 아쉬웠던 설 명절이 몇해 2중 과세를 치르고 보니 그런 아쉬움은 차츰 심드렁해지면서 온갖 부작용들이 은연중 부각되는 시점이다. 길바닥에서 지새우는 고향 오가기 법석에다 잦은 사건, 사고및 예약전쟁의 고통이 있고, 한번만 겪어도 될 물가 폭등을 두번 겪으며 가계에 마냥 주름살이 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개인적 자각을 떠나서도 연휴중의 사회적, 경제적 활동 정지로 인한 불편과 손실이 막심함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달만 따져봐도 사실상의 설 연휴 5일과 세번의 일요일을 함쳐 28일중 3분의1에 가까운 8일을 놀며 보내게 되는 셈이 아닌가. 이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근로 의욕 해이, 생산성 감소, 과소비 부채질 및 생활 불편을 떠나서도 수출차질액만 1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게 아닌가.
-- 사 설, "連休 2중과세 괜찮은가," <한국일보>(94/2/13) 중에서
위 보기는 통계 자료나 드러난 문제점들을 귀납헤서 심각성을 부각시킨 글이다.이렇게 여러 자료들을 특수 사항으로 처리하여 귀납하는 일반화는 상당한 설득력을 드러낸다. .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귀납적 추론을 하는 일은 학문 연구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다음은 새로운 약에 관한 효능 실험의결과를 귀납하는 경우이다.
[보기]
이 약은 우선 쥐 5마리에 투여했다. 암의 증상이 비슷한 그들 쥐에 한 달 동안 투여한 결과는 약 90퍼센트쯤의 치료 효과를 냈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는 별다른 부작용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로 미루어보아 이 약의 암 치료 효과는 매우 놀랄 만큼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다. 다음 단계로는 사람에게 먹여 그 효능을 실험하는 일이다. 쥐의 경우에 성공적이라고 해서 사람의 경우에도 반드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까지의 예로 보면 사람의 암 치료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위 글은 새로운 암 치료약을 다섯 마리의 쥐에게 먹여 얻은 실험 사실을 가지고 약의 효능이 우수한 것으로 미루어 판단하였다. 쥐의 경우만은 틀림없는 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에는 아직 그러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다만 예비적 추단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다음 보기는 다른 이들의 소견 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귀납적 일반화를 한 경우이다. 이도 또한 간접으로 얻은 특수 사실에 따른 귀납이다.
[보기]
예수는 사랑을 부르짖었다. 누가 왼 뺨을 치면 바른 뺨을 내놓으라고 했다. 이웃과 하느님을 온 정성을 다하여 사랑하는 것이 삶의 최고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자는 이른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최고의 덕목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쳤다. 석가는 대자대비 곧 자비심을 발휘하는 삶만이 열반에 든다고 가르쳤다. 그 밖의 많은 성현과 위인들이 한결같이 그러한 정신적인 가치가 인생에서 가장 귀한 것이라고 내세웠다. 곧 그들은 사람이란 동물과는 달리 물질의 욕구나 본능의 충족을 목표로 살지 않고 정신적인 진선미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인간에게는 본능이나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것이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결론을 지을 수가 있다.
-- 정달영, "인생과 가치"
윗 글은 인류의 스승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분들의 소견을 귀납하여 "인간에게는 정신적인 것이 중요하다"는 일반화를 보이고 있다. 이런 소견 자료는 다 올바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일 경우에는 상당한 증거력을 가진다. 그렇지만 그것만에 의존한다든지, 남용하든지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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