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법은 설명법과 어울려 쓰이는 일이 많다. 논술법에서는 대개 내세우는 주장이나 그 근거가 되는 사항을 충분히 설명하여 독자의 이해와 납득을 구하는 일이 많다. 이를테면, 거리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논술법의 글에서는 거리 질서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설명하여 그 주장의 근거를 확고히 다지면서 설득의 힘을 축적하는 일이 많다.
[보기]
거리에 나가 보면 차들은 차선을 안 지키고 속도를 위반하여 마구 달린다. 사람들은 건너가는 길을 무시하고 신호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 데서나 길을 건넌다.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무질서하고 아슬아슬한 장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거리 풍경이다. 이런 무질서는 교통 사고를 유발하는 원천임은 누구나 인정한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끔직한 교통 사고의 비극을 원치 않는 것도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좀더 적극적으로 거리 질서 확립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밑줄친 부분은 거리 질서의 문란한 상황을 보여 주는 설명이다. 이런 설명은 그 뒤의 주장을 펴서 납득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설명법은 논술법에 보조적 구실선 하는 일이 많다.
논술법에서 내세우는 전제는 정의법으로 규정되는 일이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정의법은 설명법의 한 가지이므로 정의법으로 이루어진 전제를 바탕으로 한 논술법은 설명법의 문장과 함께 짜여진다고 할 수가 있다.
(1)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2) 글은 문자로 나타낸 언어이다.
(3) 언어는 기호의 일종이다.
(4) 경제학이란 한 마디로 의식주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다.
과 같은 문장은 모두 정의법에 속한다. 이런 정의법의 문장 중 (1)을 전제로 하는 논술법의 글을 보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보기]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정의했다. 뭇 동물 중에 사람만이 이성을 가지고 생각할 줄 아는 영장이라는 것이다. 다른 동물에도 생각하는 힘이 있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은 사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정도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능력은 인간만이 가진 특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만일 사람이라는 탈을 쓰고 있으면서도 생각할 줄 모르고 기계적으로 움직인다든지, 생각 없이 무모한 행동을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 이하의 짓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생각 없이 감성적 충동으로만 행동하여 인간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사례가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예문의 첫 문장은 정의법으로 나타낸 전제 문장이고 그 뒤의 기운 글씨체의 문장들은 그것을 설명하고 다진 설명적 뒷받침이다. 이렇게 전제를 확고히 다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따라서"로 시작되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마지막의 문장은 이런 논술에 따라 필자의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서 소주제문이라 할 수가 있다. 이 경우의 소주제문은 결론 명제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토대로 한 주장임을 알 수가 있다.
논술법과 설명법의 글이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특히 어떤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는 글에서 그런 점이 드러난다.
[보기]
이번 성수 대교 붕괴라는 부끄러운 사고는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가 있다. 그 다리를 놓을 때 의 조급한 시공, 부실 공사, 불성실한 감리, 검사 관리 기관의 직무 태만, 철물 부패 방지의 소홀, 과중한 부하의 방치 등이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와 적당 주의, 안일 무사 주의가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사고 원인 분석은 다른 다리나 공작물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위 글에서는 원인의 분석에 중점을 두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필자의 견해나 주장은 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설명법의 글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마지막 부분에서 "적당 주의," "안일 무사주의," 그리고 그 원인 분석이 다른 데에도 적용된다고 한 점은 필자의 주장이 강하게 암시되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춘다면 위 글은 논술문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도 있다. 결국 논술문과 설명문은 필자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곧 필자가 "사실의 밝힘"에만 중점을 두면 설명법이 될 것이고, "사실을 바탕으로 한 추론"으로 자기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면 논술법이 된다.
다음 글은 위의 것과 거의 동일한 소재로 쓴 글이지만 논술문으로 쓴 것이 분명하다고 할 만하다.
[보기] 이번 성수대교 붕괴 사고의 원인은 한 마디로 인재이다. 사람이 잘못해서 일어난 사고이지 천재 지변의 결과로 터진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다리를 놓을 때부터 급히 서둘렀고, 부실 공사를 서슴지 않았으며, 그런 허술한 공사에 겹쳐 관리마저 소홀하였다. 그 다리의 안정성에 대한 철저한 검사가 없었을 뿐 아니라 검사반의 일부 진단 보고조차 상부에서 묵살하고 말았으니 시당국자들이 그런 화를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결함과 적당주의와 불성실에서 그런 끔찍한 사고가 났으며 그로 말미암아 아까운 인명을 빼앗고 국가 위신을 땅에 떨어뜨리고 만 것이다.
위의 글에서는 "천재가 아니고 인재이다"라는 주장을 강력히 내세우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그 사고의 원인 분석을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논술문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그것을 근거로 삼아 자기 나름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것이다. 이는 사실의 밝힘에 초점을 맞추고 자기의 주장은 되도록 억제하는 설명법의 글과 다른 점이다.
다음의 보기에서도 동일한 소재를 가지고 쓴 설명문과 논술문의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1]은 설명법을 바탕으 로 한 것이고, [2]는 논술법을 위주로 전개한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자세히 살펴 보면 두 가지의 차이점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보기 1]
[1] 사람의 일생은 매우 사소한 일로 말미암아 좌우되는 일이 많다. 일생을 판가름하는 계기는 큰 사건이나 전쟁같은 것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얼핏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듯한 일들이 우리의 한 뉘를 운명짓고 마는 일도 허다하다는 말이다. 유명한 소설가 모파상은 그의 "목걸이" 라는 단편에서 이 점을 예리하게 형상화하였다. 가짜 목걸이를 진짜로 착각한 일, 곧 그 순간적인 사소한 잘못으로 말미암아 젊은 부부가 실로 10년이란 세월을 갖은 고초 속에서 보냈던 것이다. 이런 비극은 우리의 삶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다. 어렸을 때 순간적인 부주의로 실족하여 불구자가 되어 일생을 한숨과 눈물로 보내는 일, 사소한 말다툼으로 살인까지 불러 일으키는 일 등을 우리는 아주 흔히 볼 수가 있다.
[2] 나는 사람의 운명이 매우 사소한 일로 좌우되는 일이 허다하다고 본다. 물론, 여러 가지 큰 사건이 계기가 되어 우리의 운명이 판가름되는 수가 없는바 아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대수롭지 않은 일로 일생이 좌우되는 수가 많다고 보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어렸을 때 순간적인 부주의로 실족하여 일생을 불구자로 지내는 사람의 경우, 사소한 말다툼 끝에 주먹이 오고 가다가 살인까지 불러일으키는 비극 따위가 얼마나 많은가. 프랑스의 소설가 모파상은 "목걸이"라는 작품에서 이러한 인간 운명의 비극성을 예리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가짜 목걸이를 진짜 목걸이로 착각한 순간적인 잘못으로 10년의 세월이, 아니 일생이 무참히 허송되는 경우를 그 작품은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인간의 운명이 사소한 일로 말미암아 결정되는 비극이 많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1]의 설명법에 의한 단락은 소주제문이나 그 뒷받침 문장이 인생 운명의 일면을 해설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2]의 논술법에서는 소주제문 자체가 강한 주장을 나타내고 있으며 뒷받침문장들은 그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곧 논술법에서는 주제문을 입증하거나 합리화함으로써 독자가 거기에 동조하고 따라 오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기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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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논술법과 설명법의 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