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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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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학은 도대체 어디에 써먹는 것일까?
이 세상에는 그 씀씀이가 아주 뚜렷한 것이 있는가 하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도 있습니다. 씀씀이가 아주 뚜렷한 것들은 사람 주위에 두루 널려서 언제든 필요한 때에 찾아 쓸 수 있지만 어떤 것은 없는 듯이 있으면서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기도 합니다. 공기나 물이 바로 그렇습니다. 아무 짝에도 쓸 수 없는 것들은 사람의 삶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지만 어떤 것은 사람 곁에 착 달라붙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요긴하게 쓰이는 수가 있어 "개똥도 약이 된다."는 속담을 만들기도 하였지요.
이 세상에서 쓸모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어떤 이의 믿음은 바로 이런 경우에 참으로 듣기 좋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딘가 써먹을 수 있을텐데 도통 그 용도를 헤아리기 힘든 것도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의 책상 서랍을 뒤져 보세요.
그래도 어딘가에 써 먹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챙겨둔 물건이 한 둘이 아닐 겁니다.
이 이야기는 바로 문학의 쓰임새에 대한 것입니다. 문학은 도대체 어디에 써먹는 것일까?
문학이 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그 기능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참 어렵군요.
문학의 쓰임새는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없는 듯 합니다. 그저 심심하니까 읽어보는 식이랄까. 하긴 그렇습니다. 어딘가에 쓸모가 있으니까 써오긴 써왔을 겁니다.
우리 주변에는 문학을 해 보려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굳이 작가라는 호칭을 얻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아주 작게는 독서를 통해서 자기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문학에 대해, 하다 못해 소설책 한 권 읽는 것에 대해서도 못마땅해하는 사람도 많은 편입니다. 문학을 아주 차가운 눈초리로 바라보거나 거의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문학을 자기 마음 속에 꼭 묻어둔, 그래서 밤을 하얗게 지새면서도 참다운 글 하나를 짓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문학은 어디다 써 먹는 거지? 거기서 돈이 나와? 아니면 밥? 높은 자리라도 차지할 수 있다는 게야?", 그러면 문학을 붙잡고 고민했던 사람들은 잠깐, 아니 오래 오래 망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학은 정말 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듯 싶습니다. 물론 인기작가가 되어 남부럽지 않을 만큼 큰 돈을 모은 사람도 있긴 있지만 그런 사람은 정말 '몇몇'에 지나지 않습니다. 프랑스 시인 쟝 콕토에게도 이 물음은 퍽이나 어려웠나 봅니다. 그는"시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무엇 때문에 필요한 것인지 내가 알기만 하면 말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문학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면 우리는 지금 헛수고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2. 아름다움의 깨달음
차분히 문학의 쓸모를 다시 새겨보도록 합시다. 우리는 책을 읽습니다. 자주, 또는 게으르게, 어쨌든 우리는 틈이 나면 책을 읽고자 하고 책 속에 그려진 세계에 스스럼없이 물들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우리는, 그것이 시집이거나 소설이라면 더욱 더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되고 그 낯선 세계와의 만남으로 우리의 마음은 작은 떨림을 안게 됩니다.
반복되는 하루 하루, 이끼처럼 머리 속에 잔뜩 낀 생활의 먼지들,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던 잘못들, 이 모든 것이 당분간은, 적어도 책을 읽고 난 바로 얼마 동안은 잠시 우리 곁에서 떨어져 나갑니다. 우리는 작가가 만든 새로운 세계(작품)와 만납니다. 그 새로운 세계란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신비의 우주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어쩌면 우리 생활과 아주 가까운 것, 이를테면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평소에는 결코 생각해 보지 못했던 세계와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이 만남에서 문학이 독자에게 주는 가장 처음의 것은 새로운 아름다움일 겁니다. 여기서 아름다움이란 자연이나 사회 생활에서 느끼는 인간의 미적 체험 모두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 아름다움은 어떤 공식이나 규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장미꽃이 아름답다 해서 모든 사람이 장미를 아름답게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어제까지 아름답다고 했으니까 오늘도 아름답다고 해야 하는 강제성도 없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 아름다운 것이 추한 것으로, 또 그 반대도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시대에 따라 미인의 기준이 바뀌어 온 것도 아름다움의 변화 가능성을 말해주는 하나의 예입니다.
문학이 우리에게 건네주는 아름다움은 대개 자연에서 얻어온 것이 많습니다. 예컨대 소설가 이문구가 어린 아이를 위해 쓴 동시 가운데 하나인 <산너머 저쪽>은 그 누구가 읽어도 맑고 깨끗한 밤 풍경에 젖게 합니다.
산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 갔으니
이문구 <산너머 저쪽>
어느 누구도 이 시를 보고 "과학적으로 불 때 완전히 틀려먹은 이야기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설사 이름난 천문학자일지라도 말입니다. 이 시는 우주의 법칙을 논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니까요. 과학적 법칙으로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아이의 마음, 먼 세계를 그리는 깨끗한 그 마음에 이 시는 닿아 있습니다. 여기엔 정말 눈꼽 만큼의 계산도, 술수도, 멋부림도 없습니다.
여러분, 잠시 밤 하늘을 내다 보세요. 어두운 하늘의 한 켠으로 가만히 떠 있는 작은 별, 그 깜찍한 반짝임에 눈을 대어보세요. 나직한 노래라도 불러 주듯이 별은 조용히 내려와 여러분의 마음에 담기지 않나요?
이렇게 볼 때 문학은 세상의 어지러웅에 물든 우리에게 깨끗한 아름다움을 되찾게 해 준다고 할 만합니다. 잊혀지고 더럽혀지고 내팽개쳐진 이 세상의 참 아름다움을 다시 일깨워주는 소중한 얼을 문학은 하고 있는 것이 지요.
여러분, 그런데 아름다움이란 꼭 자연에만 있고 사람살이에는 없는 건가요? 적어도 자연의 아류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참 아름다움은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가운데 얻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억누를 수 없는 슬픔도 아름다움이라면,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작가의 비장한 마음이 진달래와 이어져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요? 이 세상은 사람의 밖에 있지 않고 사람의 안에 있으며 사람 또한 이 세상 모든 사물과 하나의 몸이 되어 산다고 할 때, 참 아름다움은 사람의 마음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하나가 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은 아닐까요? 아래 의 시처럼 말입니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波紋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이 터진 틈으로 언뜻 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올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굼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詩입니까.
―한용운「알 수 없어요」에서
이 시는 그 자체로 한 편의 풍경화를 떠오르게 합니다. 눈에 보이는 적막한 자연은 마치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너무도 아름답게 그려진 이 풍경은, 그러나 작가의 진지하고도 엄숙한 마음이 깃들어 있기에 여느 풍경화와는 그 감동이 또 다릅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그저 막연한 자연물일 수도 있는 나뭇잎이나 이끼 작은 시내나 저넉놀에서 사람살이의 엄숙함을 생각하게 되지요.
참 아름다움은 그저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꽃이 나의 생각과 삶에 던져주는 의미를 차분히 깨닫는 데 있습니다. 이 시는 바로 그러한 아름다움이 참다운 것임을 진지하게 일깨워 줍니다. 문학이 무릇 인간을 위한 것이라면, 문학의 첫번째 기능인 참 아름다움의 깨달음은 「알 수 없어요」에서처럼 사람의 마음 속에 깃든, 사람의 삶 속에 깊이 묻힌 그러한 아름다움이어야 할 것입니다.
3.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그럼 문학의 두번째 기능에 대해 살펴 봅시다. 우리는 어떤 책을 읽고 나서 "야. 그게 그런 것일 줄 정말 몰랐어."하고 자주 말합니다. 이를테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우리로 하여금 자주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얼키고 설킨 죽음의 미로를 헤메다 드디어 발견한 살인사건의 열쇠, 주인공 포와로 탐정은 그의 귀여운 콧수염을 비스듬히 떱니다. 그에 따라 우리 마음도 가볍게 떨리면서 "야, 그게 그런 거였구나."
이런 심정은 비단 추리소설에서만 생겨나는 것은 아닙니다. 살인사건의 줄거리라면 이런 심정을 더욱 직접적으로 자아내겠지만 한 편의 시나 대하 장편소설에서도 우리는 이와 같은 심정을 여러번 체험하게 됩니다. 추리소설 형식을 빌은 도스토예프스키의 『피와 벌』은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는 노파를 죽인다는 사건 그 자체도 홍미롭지만 오히려 라스꼴리니코프와 그를 둘러 싼 다양한 인간의 삶을 읽을 때 우리는 이 같은 심정을 안게 됩니다. 그것은 사건에 대한 흥미에서 출발하여 한 시대를 특징짓는 다양한 인간들의 삶의 방식을 하나씩 깨닫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지요.
우리는 수많은 문학 작품을 통해 너무나 다양한 여러 인간들을 만나게 되며 그들의 너무도 다양한 생각과 삶의 방식에 때로는 눈물도 짓고 때로는 속이 후련하도록 기쁨을 얻기도 합니다. 거기에는 정열적인 줄리앙 쏘렐도 있고 가련한 카츄사도 있습니다. 거기서 불굴의 인간 파벨을 만나 참 세상을 향한 뜨거운 마음을 익히기도 하고 양반 사회를 한껏 비웃는 말뚝이를 만나 같이 속 시원히 웃어 제끼기도 합니다.
문학을 통해 우리는 너무도 다양한 인간의 삶을 배우게 되고 그것들 가운데 어느 것이 참인지 또 어느 것이 거짓인지 나는 누구의 삶에 닮아 있는지도 깨닫게 됩니다. 문학 작품은, 그것 자체로는 얼마 되지 않는 종이 묶음에 지나지 않지만 거기에는 인간의 거치른 숨소리가 묻어 있고 맑은 영혼의 울림이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하여 생각합니다. 나의 생각은, 나의 판단은, 그래 나의 이 삶은 무엇인가? 되묻고 깨닫습니다. 문학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물음을 던지며 우리는 거기에 대해 우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답합니다. 어제의 편견은 오늘 모조리 비판됩니다.
지난날의 허술한 끈을 오늘 아낌없이 잘라 냅니다. 그래, 다시 한번-,' 하고 다짐합니다.
문학은 우리의 생각이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채근질합니다. 길들여지고 틀에 박힌 생각을 허물게 합니다. 이제까지 진리로 믿었던, 아니 그렇게 믿도록 강요받았던 틀을 저 뿌리로부터 흔들어버립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김수영 「눈」
에서는 작가의 신선한 제안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 이제껏 지녀온 낡은 틀은 나의 것이 아니야. 그래 뱉어 내자. 낡은 것을 뱉어내고 새로운 것을 품자' 하고 우리는 다짐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문학이 지닌 두번째 쓸모라고 하겠습니다.
4. 앎은 곧 함이다
앞에서 우리는 문학이란 자연과 세상의 참 아름다웅을 깨닫게 해주고 새로운 생각을 품도록 채근질을 해 준다고 했습니다. 이 둘은 자연스럽게 다음의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그것은 문학의 세 번째 기능인 사회적 실천을 가리킵니다. 실천이란 마음먹은 바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뜻합니다. "앎은 곧 함이다"는 공자의 말처럼 올바로 깨달은 바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야만 그 깨달음의 의미는 값진 것일 겁니다. 실천에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처럼 일반적인 사회 규칙에 속하는 것도 있겠고 수험생 책상에 붙어 있는 "잠은 네 시간만!"처럼 개인의 계획을 이루기 위한 것도 있습니다.
문학의 사회적 실천에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 것은 “문학이란 사회현실이나 정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지요. 이 생각은 문학은 문학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며 문학 이외의 것과 합류할 때는 그 순수성이 더럽혀진다는 생각을 품고 있습니다. 이른바 순수문학이라 불리는 이 생각은 문학을 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 한 편에 깊게 배여 있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나오지 않는 낡은 생각이 되어 버렸습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문학을 그 사회 현실에서 태어나고 그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물론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는가 하는 문제는 따로 남습니다만 어쨌든 문학은 현실과 아무 상관이 없는 순수한 것이라는 생각은 역사의 저편으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두번째 것으로는 '문학이란 사회 현실을 그리는 것이며 그 사회가 좀더 바람직한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데 도움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정치적인 요구나 생활의 요구를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도 문학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그의 낡은 생각을 되돌아 보고 '반성'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지요. 이 생각은. 그러나 문학이 사람을 직접적으로 투쟁이나 생활상의 요구를 한꺼번에 뒤바꾸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자기 생각을 끊임없이 반성하고 새로 깨닫는 정도에서 문학의 사회적 실천은 그친다는 말입니다.
세번째의 생각은 두번째 생각에 덧뭍여서 문학은. 낡은 생각을 '반성하게 하는 기능을 가지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사회의 낡은 모습마저도 아낌없이 '비판'하고 고쳐나가는 기능을 지녔다고 말합니다.
잘못되고 뒤틀린 것, 반역사적인 정치행위나 비민주적 사회관습에 대하여 문학은 날카롭게 따지고 올바르게 고치도록 해야 한다고 일러 줍니다. '반성' 하는 것도 상당한 이치를 지니고 있지만 사람의 생각이란 그저 개개인의 잘잘못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요, 그 행동도 개인이라는 좁은 틀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에 의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생각은,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생각이나 그릇된 행동을 '반성'케 하는 정도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만든 그 사회의 전체 모습을‘비판'하면서 좀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도록 고쳐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때로는 그 '비판'에 덧붙여 못돼 먹은 사람들을 물리치고 정당한 사람이 바르게 살 수 있도록 문학은 앞장 서서 싸워야만 합니다. '반성'이 그 관심을 개개인의 생각과 문학 안에 두고자 한다면 '비판'은 사회 구성원 전체의 생각을 항상 염두하면서 문학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역사와 사회의 바른 앞날에 그 관심을 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생각은, 문학이란 그 사회의 모든 삶의 모습을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실천적 기능을 맡는다는 데에 뜻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문학의 사회적 실천을 불필요한 것으로 말한 첫번째 생각만 제외하고 말한다면, 문학이란 그 사회에 대하여 '반성'과 '비판'이라는 두가지 실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의 삶을 겹겹이 둘러치고 있는 이 세상을 더 인간다운 모습으로 바꾸는데 문학은 그 힘을 아낌없이 쏟고 있는 것이지요.
세상의 틀이란 쉽게 고정 될 수는 있어도 쉽게 나아지기는 어렵습니다. 무엇 보다도 그 틀이 약간이라도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집단이 강제적인 폭력을 쓰기 때문입니다. 그 힘이 강하여 사람들은 "이래도 한평생, 저래도 한평생"으로 쉽게 체념해 버리고 맙니다.
문학은 읽는 이의 낡은 생각을 '반성하게 하여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그 사회를 '비판'하여 사회의 본질을 깨닫게 합니다. 문학은 새로운 생각을 채워주는 한편 읽는 이의 행동마저도 움직여 바람직한 사회를 위해 구체적인 사회적 실천을 하도록 힘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세번째 기능인 사회적 실천입니다.
5. 문학은 쓸모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문학의 세 가지 기능에 대해 이야기 하였습니다. 먼저 문학은 자연과 사람살이의 참 아름다움을 깨닫게 한다고 하였고, 두번째로 이 세상의 참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 주는 인식적 기능을 하며, 그리하여 세번째로 새로운 눈과 새 삶을 위한 용기를 주는 실천적 기능을 갖는다고 하였습니다.
하나의 작품은, 때로는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가 유난히 눈에 뜨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이 셋을 한꺼번에 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략과 상징으로 압축된 시에서 우리는 참 아름다움이나 우리 정신의 진정한 가치에 눈을 뜹니다. 장편소설에서 우리는 한 사회를 넓게 바라보고 무엇이 옳은 삶이고 무엇이 바른 행동인가를 깨닫습니다.
한 시대를 살다 간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희망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 반대의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한편의 시 역시도 우리를 치열한 반성과 깨달음으로 안내합니다. 장편소설의 어느 대목에서도 우리는 자연이나 참 인간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한 편의 작품은 미적, 교훈적, 실천적 기능을 한꺼번에 안고 있으며 우리는 이 세 기능이 서로 어울려 내보이는 작품의 분위기에 따라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 마음은 때로는 참 아름다움을 깨닫기도 하고 때로는 모자란 생각을 채우기도 합니다. 물론 과감한 실천에 나서게도 하지요. 어떤 때는 이 세 감동이 한데 어울려 우리 마음을 마구 요동치게 하는데 그럴 때를 우리는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어느 하나에 치우침이 없이 이 세 기능을 고루 건네주는 작품을 우리는 또한 '훌륭한 작품'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문학은 권력도, 돈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다만 문학은 그 어떤 권력이나 돈으로도 결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일을 한다는 것을 바로 새기고 싶습니다. 문학은 우리의 낡고 잘못된 생각과 나약한 마음을 버리게 합니다. 그리하여 문학은 새롭고 발전된 생각, 올바른 삶을 위한 용기와 힘을 가져다 줍니다. 잠든 의식을 후들겨 깨우고 미적거리는 우리 발걸음을 당당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작은 매듭입니다.
<문학에세이> 아침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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