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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이루게하는 고난극복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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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명지전문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여러분은 아직 ‘여성’이라는 호칭으로는 잘 불리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가정의 딸로서 성장했고¸ 곧 ‘여자’¸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이 사회에서 살아나가게 될 것입니다.
요즘은 여성이 더 강한 시대라고 합니다. 여러분¸ 우리나라 여성이 언제부터¸ 왜 강한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오늘 춘향전¸ 심청전¸ 장화홍련전¸ 박씨전¸ 콩쥐팥쥐전 등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우리나라 고대소설들을 소재로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먼저 이 이야기들의 제목을 한 번 봅시다.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외국소설과 달리 우리 고대소설의 제목엔 여성의 이름만 등장합니다. 이 이야기들의 중심이 다름아닌 여성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렇듯 여성을 강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춘향전에 나오는 춘향이는 기생의 딸입니다. 또한 이야기 속에서 아버지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즉 결손가정의 딸입니다. 하지만 춘향이는 좋은 남자를 만나고 훌륭한 미래를 만들 모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꿈이 있었던 것입니다. 심청전의 심청이 역시 불행한 가정의 딸이었습니다. 하지만 효성이 지극하여 15세의 나이에 아버지를 위해 목숨을 잃습니다. 콩쥐팥쥐전의 콩쥐도 수많은 고생을 했지만 결코 운명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장화와 홍련도 귀신이 되어서까지 자신들의 결백함에 대한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보시다시피 고대소설 속 주인공들은 상황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 결손가정의 딸들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결손을 어떻게 극복했냐 하는 것입니다. 박씨부인도 결손가정은 아니었지만 여성으로서는 굉장히 큰 난관이라 할 수 있는 보기 싫은 외모를 극복했다는 점에 있어 위의 주인공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상황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극복’하는 마음¸ 그 정신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춘향전을 봅시다. 춘향전에 있어 가장 큰 사건은 변사또의 등장입니다. 변사또가 극악무도했기에 춘향의 극복의지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어려운 일이 닥치고 그것을 극복해나가기 때문에 인간의 수명이 길고 생의 맛이 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춘향전의 happy ending은 우리에게 삶에 임하는 자세를 제시해 줍니다. 고통은 춧불의 심지와 같은 것이고¸ 그것을 이겨낼 때 결국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깨달음이 바로 그것입니다. 극복의 정신이야말로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값진 것입니다.
소설은 한 가지 문제의 해결로 끝을 맺지만 우리의 삶은 소설과 달리 계속 극복할 일이 생깁니다. 갚아야 할 공양미 300석¸ 만날지 모를 변사또가 언제든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그러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의지와 정신이 필요합니다.
위의 소설들은 모두 여성을 가장 천시하던 조선시대에 탄생한 것들입니다. 그러한 시기의 소설 속에 그런 강한 여성이 등장한다는 것은 굉장한 일입니다. 아무리 여성을 천시하던 시대였지만 누군가는 여성의 인자 속에 있는 엄청난 power를 알아봤던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춘향전 속에 담겨 있는 핵심은 바로 ‘여성의 정신’인 것입니다.
모진 운명이 다가올 때에도 우리 마음 속엔 열면 열리는 것이 있습니다. 꿈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거기로 힘차게 내딛느냐 하는 것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안되는 일이 없습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번 먹으면 일주일간 목마르지 않는 알약을 파는 사람에게 어린 왕자가 그 알약으로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만큼인가를 묻습니다. 그 사람이 무려 53분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자 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에게 53분이 있다면 저 샘을 향해 걸어갈텐데…” ‘걸어간다는 것’¸ 이것이 바로 극복의지입니다.
물론 살다 보면 자신감을 잃고 자신이 미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토록 훌륭한 시인이었던 윤동주 시인도 그의 시 ‘자화상’에서 그러한 마음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 시 속엔 그의 내면적 괴로움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결손’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감히 그 결손과 작별할 때 오히려 그것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열등감을 자신감으로 전환시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고대소설의 주인공으로 되살아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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