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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는 제 2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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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관(수지고등학교 교사)
링컨 대통령이라면 노예 해방으로 유명하지만 관상(觀相)을 잘 본 것으로도 높이 평가받고 있읍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인간의 창의력, 지구력, 조화력 같은 것을 너무나 잘 알아내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한번은 그의 선거 참모가 사람 하나를 요직에 추천해 왔는데, 링컨은 그 사람을 불러 얼굴을 보고 딱지를 놓았습니다. 얼굴이 안 돼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얼굴은 본인 책임이 아니라 양친의 책임이 아닙니까?"하고 참모가 못마땅해 하자, "그 사람 얼굴을 보니 성경 한 구절도 못 읽어본 사람이야"하고 대꾸했다 합니다. 교양은 어떻게든지 얼굴에 나타나는 법이며, 그 제 2의 얼굴을 읽을 줄 알았다는 것이 링컨을 훌륭하게 한, 또 다른 요인이었던 것입니다.
사르트르가 자신과 계약 결혼한 보브와르를 두고 `몇 백 권 분량의 교육이 소화된 표정'에 반했다 했으니, 자기 스스로가 만드는 얼굴이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세조-성종간의 학자 김수온(金守溫)도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쓰기로 소문난 분인데, 얼굴이나 언행을 잠시 보고 그 사람이 `소학(小學)'만 읽은 사람인지 `사서(四書)'를 통달한 사람인지 `삼경(三經)'까지 익힌 사람인지를 틀림없이 알아 맞추었다 합니다.
진(晉)나라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친구인 황산곡(黃山谷)은 "사흘만 책을 읽지 않아도 거울 보기가 부끄럽다."했는데, 눈의 정채(精彩)가 시들하여 용모가 초췌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영국의 체스터튼도 얼굴만 보고도 평소에 책을 읽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식별했다 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용모는 연지를 찍고 루즈를 바르고 하는 그런 육체적 용모가 아닙니다. 못나도 사람을 끄는 얼굴이 있고 잘나도 전혀 매력이 없는 얼굴이 있다는 것입니다. 곧 독서가 우리의 정신적 얼굴의 미용술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화장품 메이커로 한 회사의 창설자인 헤레나 루빈슈타인은 "여자의 얼굴은 서른까지는 하느님이 만들어 준 얼굴이요, 서른이 넘으면 자신이 얼굴을 만들어 간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이런 말은 우리의 얼굴은 화장으로 예뻐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 충실과 정신적 생활의 심도에 따라 얼굴이 달라진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수험(受驗)이나 자격을 얻기 위해서 주로 공부하고 학교를 나오고 나면 책과 멀어지는 지금의 우리의 `제2의 얼굴'은 과연 어떠하다고 생각합니까?
또한 `고문진보(古文眞寶)'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부자가 되고자 굳이 좋은 밭을 사들일 게 없다. 책 속에 천만 석의 곡식이 들어 있다. 편안히 살고자 고대광실 지을 게 없다. 책 속에 황금으로 지은 집이 있는 것을. 아내를 구하는데 좋은 중매 없음을 한탄 말라 책속에 옥(玉) 같은 미녀(美女)가 줄서 있는데……."
학생 여러분 이 미녀(美女), 진보(珍寶), 부귀(富貴), 영달(榮達)을 훔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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