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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압록강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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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작고 한적한 도시 그레펠링의 시립공동묘지에 있는 묘지번호 K-1-30번 묘소에는 이름모를 잡초가 우거져 있고 독일에서는 낯선 '李儀景'이라는 한자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 독일에서 30년 동안 살면서 '압록강은 흐른다' 등 수많은 작품을 썼던 망명작가 이미륵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의 생전에 나온 자전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는 1946년 독일에서 출판되어 독일 문단의 극찬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당시 이 작품에 대한 독일 신문·잡지의 서평이 1백여 편에 이르렀고, 한 때 최우수 독문학 작품으로 뽑혔으며, 지금도 이 소설의 발췌문은 바이에른 주와 헤센 주의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아직도 읽혀지고 있습니다.
이미륵은 1899년 3월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해주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17년 독학으로 경성의전에 입학하였으며 3학년 때 3·1 운동이 일어나자 반일 전단을 뿌리다 일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상하이 망명길에 올랐습니다. 임시정부의 일을 거들며 9개월 동안 상하이에 머물던 이미륵은 마르세유를 거쳐 1920년에 독일로 가 뮌헨 대학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전공분야에 종사하지 않고 곧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과 이야기들을 독일 신문과 잡지에 연재하면서 창작활동에 열중하였습니다.
이미륵은 문학활동 외에도 독일 여러 신문에 한국의 전통적 정서가 담긴 사진과 함께 우리 역사, 문화 등은 물론 정치 기사까지 기고해 서구에 한국을 소개하는데 정열을 쏟았습니다. 1934년 독일의 유명신문에 기고한 '한국과 한국인'이란 글에서는 한국문화의 배경, 당시의 정치적 형세와 일본의 침략정책을 비판하면서 조국의 독립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활동보다 그가 이룩한 진정한 공로는 독문학 작품들을 통해 한국과 동양 사상, 우리의 정신문화를 서유럽에 전파한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46년 발표한 압록강은 흐른다는 신식 교육과 구식 교육이 교차하던 19세기 초의 한국에서 일어난 전통과 현대의 충돌, 이에 따른 문화적 충격, 조국의 상실 등을 어린이들의 눈을 통해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유교적인 정취와 해주 지방의 풍토에 대한 묘사가 풋풋한 향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미륵의 작품은 많은 독일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작가 슈테판 안드레스는 '그 문체의 간결성이며 평온한 분위기는 마치 비단 두루마리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듯한 기분을 준다'고 평했습니다.
이미륵은 46세 되던 해에 조국 광복을 맞이하지만 그토록 그리워하던 조국에 돌아오지 않다가 1950년 위암으로 독일에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가 임종하는 자리에는 독일인 친구 몇몇이 모여 서툰 한국어로 애국가를 불러주었습니다.
충렬여자중학교 독서방송 원고 발표 학생:이봄내/지도교사:전원대/발췌:좋은 생각('95.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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