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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읽을 글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씁니다 |
우리 조상들 가운데는 자기의 유식함을 뽐내려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되도록 어렵게 써 놓고 ‘무식한 것들이 내 고상한 글을 알아보겠느냐’하고 거드름을 피웠지요. 많은 백성들은 글의 뜻도 모른 채 ‘훌륭한 글인가 보다!’하고 짐작만 했어요. 좋은 글도 자기만 읽고 후손들에게 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어요. 유식한 우리 조상들이 뽐내기에 바쁠 때 서양과 일본의 학문은 놀랍게 발전했답니다.
어린이들은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고 내 글을 읽을 사람, 곧 독자를 먼저 생각하는 글을 쓰면 좋겠어요. 독자에게 꼭 필요한 글을 읽기 쉽게 쓰라는 뜻이지요. 그래야만 독자도 글쓴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거든요.
그러면 독자는 어떤 사람들일까요? 글마다 조금씩 달라요. 독자는 편지처럼 달랑 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광고처럼 수두룩하게 많을 수도 있어요. 여자 독자들을 위한 글도 있고, 남자 독자들을 위한 글도 있지요. 소년조선일보의 독자는 어린이들이지만, 조선일보의 독자는 어른들이에요. 또 해리 포터 시리즈처럼 독자가 온 세계 사람들일 수도 있어요.
독자가 누구이건 글을 읽고 나면 어떤 반응을 보여요. 그 반응은 글쓴이가 바라던 것일 수도 있지만, 엉뚱한 것일 수도 있지요. 예를 들어 복도에 다음 글이 쓰여 있다고 해요.
복도에서 뛰지 마세요
이 글을 읽고 어린이 독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물론 사뿐사뿐 걷는 어린이들이 많겠지요. 하지만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해서 더 쿵쾅거리며 뛰는 어린이도 있을 거예요. 사뿐사뿐 걷는 어린이들이 많아지면 글을 쓴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지요. 이렇게 글마다 목적이 있답니다.
다음과 같이 아주 짧은 낙서에도 목적이 있어요.
박시동 바보
이 글을 쓴 목적은 무엇일까요? 독자들이 박시동을 바보로 생각하기를, 그리하여 박시동이 창피를 당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냥 웃고 지나치거나, 박시동보다는 글쓴이를 더 비난하지요. “저런, 고얀 놈, 낙서를 하다니!”하고요. 이렇게 되면 글을 쓴 목적이 한참을 빗나가게 돼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글을 쓴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을까요?
먼저 독자가 좋아하고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말로 써야 해요. 예를 들어 할머니께 보내는 편지에 ‘방가방가’하고 쓰면 할머니께서 어리둥절해 하실 거예요. 어른에게는 공손하게, 친구에게는 다정하게, 아랫사람에게는 따뜻하게 써야 해요. 일본 사람에게는 일본어로, 독일 사람에게는 독일어로 써야 뜻이 통하고요.
또 독자에게 알맞은 형식으로 써야 해요. 일곱 살 난 어린이는 ‘부도덕한 동물 복제’ 같은 논설문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빨리 늙어버린 복제 양 돌리의 슬픈 사연을 담은 그림 동화라면 관심을 보이겠지요. 하지만 박사님들에게는 그림 동화보다 논설문이 더 어울려요.
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알맞은 내용을 써야 해요. 예를 들어 홍역을 앓고 있는 친구에게 “홍역은 죽을병이래.”하고 쓰면 나빠요. 환자의 마음이 슬퍼져서 병이 도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글을 쓸 때는 먼저 독자가 누구인가를 생각하세요.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몇 살인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잘 알아보세요. 그리고 독자에게 맞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세요. 그렇다고 해서 독자의 눈치나 살피고 비위를 맞추라는 뜻은 결코 아니에요. 때로는 잘못을 지적해 주는 것도 독자에게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일기나 독후감 숙제의 독자는 누구일까요? 어떤 어린이는 선생님만 독자래요. 그래서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늘 신경을 곤두세운 채 좋은 일만 쓰려고 해요. 하지만 그러면 감동적인 글을 쓰기가 어렵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한 글만이 사람을 감동시킬 수가 있거든요.
선생님은 지켜봐 주시는 분이고 진짜 독자는 따로 있어요. 자기 자신일 수도 있지만,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일 수도 있지요. ‘안네의 일기’처럼요. 그러니까 선생님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나쁜 일도 솔직하게 쓰도록 하세요.
이 글을 읽는 어린이들마다 독자가 읽기 쉬운 겸손한 글, 알차고 재미나서 읽고 싶은 글, 그리고 솔직해서 감동적인 글을 쓰기 바랍니다. 또 언젠가는 온 세계 사람들을 독자로 갖는 작가도 나와 주리라 기대합니다.
 문우일/과정중심 글쓰기/소년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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