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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쓴 글은 고치고 다듬어야 합니다 |
글을 잘 쓰기로 소문난 영희가 과학책 독후감 대회에서 장려상도 타지 못했어요. 글을 쓴 뒤에 한 번도 읽지 않고 냈기 때문에 틀린 문장들이 많았대요. 첫 문장부터 이상했지요.
계기 월식을 지구 그림자는 태양을 가려서 달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 현상이다.
집에 돌아온 영희가 겸연쩍게 배시시 웃더니 엄마에게 원고를 내밀었어요. 찬찬히 살펴보던 엄마가 말했습니다.
“글을 쓸 때는 자기도 모르게 실수를 하기 때문에 쓴 뒤에 반드시 소리를 내어 읽으면서 실수를 바로잡아야 한다.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옷 입는 데는 신경을 쓰면서, 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글을 대충 써서야 되겠니?”
“글이 뭐 거울이라도 되나요, 속이 들여다보이게?”
“거울이고말고. 글은 글쓴이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란다. 글자는 제대로 배운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성미는 급한지 느긋한지, 유식한지 무식한지 글에 고스란히 드러나거든. 글자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옷만 반지르르하게 입는 사람을 누가 훌륭하다고 하겠니? 속 빈 강정 같다고나 할까.”
바짝 약이 오른 영희를 다독이며 엄마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옛날 중국 당나라에 ‘고치고 다듬기’라면 둘째 가기를 서러워할 만한 사람이 살았다. ‘가도’(賈島·777∼841년)라는 시인이었어. 가도는 과거 시험에서 여러 번 떨어진 뒤에 승려(스님)가 되어서 이리저리 떠돌았지. 그러다가 가끔 친구 ‘이응’을 찾아가 말벗이 되어 주기도 하고, 다음과 같은 시도 지었어.
“세상을 피하여 한가로이 사는 이응에게 바치는 시”
한적한 곳이라 이웃도 드물고
잡초 우거진 길을 지나니 보잘것없는 집이 나오네.
새는 연못가 나무에서 자고 있는데
달빛 아래로 승려가 문을 두드린다(敲·두드릴 고).
다리를 건너니 들의 빛깔이 달라지고
돌을 움직이니 구름 기운이 솟아나네.
잠시 떠났다가 다시 찾아왔으니
무심코 한 약속일망정 지킨 것이 아닌가.
이응은 학문이 높았지만 세상 욕심을 버리고 외딴 곳에서 조용하게 살고 있었지. 시를 보렴. 이응만 조용한 것이 아니라, 이응네 집까지 고요하구나. 새는 잠들었고, 정원에 놓인 다리에 안개 구름이 가만히 내려와 있어. 이렇게 적막한 곳에 다정한 승려가 찾아와 쓸쓸함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구나. 문을 두드려서 소리를 내고, 돌을 건드려서 구름을 일으켜.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까?
“이응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겠지요.”
“음, 엄마 생각도 그래. 이응도 마침내 침묵을 깨고 친구와 마주 앉겠지. 그런데 가도가 이 시를 지을 때 몹시 고민을 했다는구나.”
“무엇 때문에요?”
“달빛 아래로 승려가 문을 ‘두드리네’하고 두드릴 고(敲) 자를 써야 할지, 아니면 달빛 아래로 승려가 문을 ‘미네’하고 밀 퇴(推) 자를 써야 할지 결정할 수가 없었던 거야.
‘고냐 퇴냐, 퇴냐 고냐, 퇴? 고? 고? 퇴……?’
날이 밝아 나귀를 타고 길을 가면서도 가도는 고개를 떨군 채 밀고 두드리는 시늉을 계속하며 ‘퇴’와 ‘고’만 생각했어. 그러다가 그만 고을 원님의 행차를 들이받고 말았지 뭐니.
“웬 놈이냐, 무엄하다!”
당장 불호령이 떨어졌고, 가도는 원님 앞으로 끌려가게 되었어. 그런데 가도가 사실대로 아뢰자, 뜻밖에도 원님은 벌을 주는 대신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하더래.
“ ‘퇴’보다는 ‘고’가 나으리라.”
그 원님이야말로 당나라 최고의 시인 ‘한유(韓愈)’였지. 그 뒤로 한유는 가도를 가까운 글벗으로 삼았고, 가도는 한유의 충고를 받아들여 승려 생활을 그만두고 다시 과거 시험을 치렀단다. 그리고 합격하여 벼슬까지 살았대. 훗날 사람들은 이 일을 기억하며 글을 고치고 다듬는 일을 ‘퇴고’(推敲)라고 부르게 되었지.”
“글자 하나에 그렇게까지 정성을 쏟다니 놀랍네요.”
“정성을 다하여 글 짓는 일을 좋아했던 거야. 한유 또한 공들여 글짓기를 사랑했던 것이 분명하고. 그러기에 한갓 떠돌이 승려에 지나지 않던 가도를 친구로 삼을 수 있었겠지.”
“가도와 이응의 우정도 아름다워요. 저도 가도처럼 친구에게 시를 지어 주고 싶은 걸요.”
영희는 시를 짓겠다고 자기 책상으로 갔고, 엄마는 식탁에 앉아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퇴고할 때 살펴볼 것
1. 맞춤법, 띄어쓰기, 부호 쓰기, 단락 쓰기, 원고지 사용법 등에 맞게 썼는가?
2. 글자는 알아보기 쉽게 또박또박 썼는가?
3. 문장의 길이가 너무 길거나 너무 짧지 않은가?
4. 글의 차례가 어긋나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는가?
5. 독자가 흥미있게 읽을 수 있겠는가?
6. 주제와 상관없는 군더더기 말은 없는가?
 문우일/과정중심 글쓰기/소년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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