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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문은 장·단점 넣어 재미있게 씁니다 |
아빠를 위한 전기문
“엄마, 오늘 상우가 선생님께 전기문이 위인전이냐고 물었어요.”
시장 가던 길에 영희가 말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뭐라고 하시던?”
“꼭 위인이 아니라도 실제 인물이기만 하면 그 사람에 대해서 전기문을 쓸 수 있다고 하셨어요. 아빠나 친구를 위한 전기문도 쓸 수가 있대요. 그래서 제 홈페이지도 채울 겸 아빠 전기문을 한번 써 볼까 해요. 진짜 위인전처럼 그럴듯하게.”
“햐, 아빠는 좋겠다, 전기문도 갖게 되고. 그런데 홈페이지용이라면 한 쪽 정도로 짧게 써야 할 것 같다. 너무 길면 독자들의 눈이 피곤해질 테니까.”
영희와 엄마는 찬거리를 사며 아빠 전기문을 어떻게 쓸 것인가 수다를 떨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을 모으는 데는 수다만큼 좋은 게 없거든요.
1. 글의 용도와 독자에 맞추어 글의 방향 잡기
“아빠를 전혀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 아빠를 정식으로 소개해야겠지요? 생년월일, 태어난 곳, 직업 같은 거요.”
“물론 소개는 해야겠지. 하지만 짧은 전기문이니까 그런 것들은 짧게 쓰고, 독자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쓰는 편이 좋을 듯싶다. 네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독자들이야 너처럼 이제 막 십대의 문턱에 들어선 천둥벌거숭이(두려운 줄 모르고 철없이 덤벙거리거나 날뛰는 사람)들이 아니겠니? 걸핏하면 삐치고 불만도 많은. 그러니까 아빠에 대한 불만도 써 넣으면 좋겠어. 독자들이 ‘아, 우리 아빠도 그래!’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말이야.”
“그러면 아빠한테 미안하잖아요.”
“하지만 불만은 조금만 쓰고, 좋은 점을 더 많이 써 드리면 아빠도 이해하실 거야. 아빠의 훌륭한 점은 무엇인가, 어떻게 그런 장점을 갖게 되었나, 중간에 어려움은 없었는가, 있었다면 어떻게 이겨냈는가를 써 드리렴.”
“그게 좋겠어요. 아빠는 아무리 힘들어도 꾹 참고 우리를 위해서 재미난 이야기까지 모아 오시잖아요.”
“그래, 아빠는 가족을 부양만 하는 게 아니라 웃게도 만드시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이야.”
2. 자료 조사
집에 돌아온 영희는 아빠에 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아빠의 성적표, 일기장, 주민등록증, 사진 따위를 꼼꼼히 살펴보았고 할머니와 큰아버지들께 전화를 드려서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들었지요. 아빠를 아는 사람들에게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꼬치꼬치 캐묻기도 하였어요. 물론 아빠와 직접 인터뷰도 하였고요.
3. 이야기 지도 만들고 내용 확정하기
자료를 모은 뒤에 영희는 이야기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이야기 지도를 만들면 생각이 정리
될 뿐 아니라, 쓰고 싶은 말을 빼먹는 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참 편리하지요.
이어서 영희는 이야기 지도를 들여다보며 마음 속으로 글의 순서를 정한 다음 이야기 지도에 번호를 매겼습니다.
4. 글쓴이의 역할-시점
“이제 ‘시점’을 정할 차례가 되었다.”
엄마가 흐뭇해 하며 말했습니다.
“시점이란 게 뭐죠?”
“글쓴이의 역할을 말하는 거야. ‘나는’, ‘우리 아빠는’ 하면서 내가 말하듯이 쓰는 것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고 해. 하지만 ‘임기팔은’, ‘그는’ 하면서 내가 멀찌감치 서서 남의 이야기 하듯 쓰는 것은 ‘3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고 하지.”
“위인전을 보니까 ‘우리 아빠는…’하고 쓴 것은 없던데요. ‘세종대왕은…’, ‘아인슈타인은…’ 하고 썼더라고요. 저도 ‘임기팔은…’하고 써 볼래요.”
영희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을 택했습니다.
5. 초고
마침내 영희가 첫 글(초고)을 완성했어요.
임기팔(1963~)은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가정의 평화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믿으면서 자랐다. 임기팔은 무럭무럭 자랐고, 결혼을 해서 딸을 둘씩이나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임기팔은 엄청난 일을 겪었다. 큰딸이 숙제를 하지 않은 것이다. 임기팔은 참지 못한 채 집 안을 쑥밭처럼 만들고 평화를 어지럽혔다. 그러자 그렇게 다정하던 큰딸이 아빠를 향해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아빠, 미워!”
큰딸이 방으로 들어가서 이불을 뒤집어쓰자마자 임기팔은 크게 뉘우치기 시작했다. 그 뒤로 임기팔은 가정의 평화를 지키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열심히 일을 했고, 날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모아다가 가족들에게 들려주었다. 요즘에도 가끔 큰딸을 오해하고 야단칠 때가 있지만, 곧 엉뚱한 일을 벌여서 온 가족을 웃게 만든다. 임기팔의 취미는 컴퓨터 바둑 두기와 집에서 빈둥거리기, 그리고 유일한 특기는 회사들이 일년 동안 살림을 제대로 했는지 꼼꼼히 조사하기다.
이 글을 읽은 영희 아빠는 감격한 나머지 눈물까지 글썽였습니다. 친구들도 영희가 쓴 과정을 따라 가까운 사람을 위해 전기문을 써 보세요. 그러면 그 사람에게 따뜻한 선물이 될 거예요.
 문우일/과정중심 글쓰기/소년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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