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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침튀기지 마세요/튀겨질 뻔했어요

지은이
박문희 엮음
출판사
고슴도치
페이지수
72
대상
초등 1
자유롭게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주이야기 시’ 모음집이다. 평소에 늘 마음에 담아두었던 생각이나 어쩔 수 없이 터져나오는 아이들의 말을 어른들이 받아 적고, 그것을 다시 아이들이 그림 그리듯 글자를 쓰고 그림도 그려 넣어 만들었다. 아이들의 따뜻한 말과 귀한 생각이 짧은 말 속에서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함께 나온 책으로 ‘튀겨질 뻔했어요’도 있다. 미디어 서평 엄마, 목 아픈데 왜 엉덩이 주사야? 읽으면서 스무번은 족히 웃었다. ‘침 튀기지 마세요’ ‘튀겨질 뻔 했어요’(고슴도치)는 유치원 아이들이 삐뚤빼뚤 쓰고 그린 책. 아이들이 평소에 했던 ‘시보다 더 시적(詩的)인 말’들을 부모님과 선생님이 매일 기록하고 아이들이 다시 글자를 ‘그려’ 만든 책이다. 작은 시집 속의 ‘꼬마시인’들은 자기들의 말이 감수성 있는 어른들을 얼마나 감동시키는 줄도 모른 채 신나게 재잘거린다. “목하고 엉덩이하고는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 목이 아프면 목에다 주사를 맞아야 되는 것 아니야? 목하고 엉덩이 하고 상관이 없으면 목이 아픈데 왜 엉덩이에다 주사를 맞는 것이야” “아빠! 고기 살 때 내장도 다 빼고 간 콩팥도 빼 줘? 근데 왜 가시는 안 빼주지?” “그런데 어제 참새 목소리 들었는데 너희들은 ‘짹짹짹짹’ 그러는데 그게 아냐, 달라. 흉내는 못 내겠지만 달라” “지금 놀이터에 바람하고 햇님하고 섞여 있어요” “지환아, 왜 세수 안하고 이만 닦아? 응 세수하면 잠이 도망가,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거야. 뭘 생각해 냈는데? 아침에만 세수하고 잘 때는 이만 닦는 거” “내 엉덩이 자꾸 만지지 마. 내 엉덩이 홍시 엉덩이야. 물렁물렁하니까 자꾸 만지면 내 엉덩이 터진단 말야” “엄마, 우리 눈엔 건전지가 들어 있나봐. 깜빡깜빡 할 수 있잖아” “우리는 어른들한테 뭐 줄 때 두 손으로 주는데 왜 엄마는 나한테 던져? 엄마도 우리한테 뭐 줄 때 이리 와서 두 손으로 줘” 아이들 모습이 생생하고도 반짝반짝 살아있는 말들. 아이들만이 발견할 수 있는 그 직관과 통찰력이 새삼 놀랍다. 아이들의 ‘어록’ 하나하나가 보석같은 시들이다. 부록처럼 달린 ‘풀이글’과 ‘지도방법’이 사족으로 여겨질 정도다. 이 책들은 ‘마주이야기 시’ 시리즈의 제1~2권. 시리즈 제목인 ‘마주이야기’는 마주보고 이야기한다는 뜻. ‘대화’의 순 우리말이다. ‘교육이란 아이들 말을 무조건 잘 들어주고 함께 느끼는 것’이라는 아동문학가 이오덕씨의 지론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그런 철학을 ‘마주이야기 교육’이란 이름으로 실천하는 유치원장 박문희씨(54)가 그 성과를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고슴도치 출판사는 엄마 8명이 모여서 만들었다. 자기 자녀들에게 보이고 읽히고 싶은 책들을 낸다는 신뢰를 준다. 다만 이 책의 독자에 대한 기우 하나. 일부 엄마들이 “이 아이들은 말도 잘하네. 넌 도대체 뭘 잘하니”라면서 아이를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향신문 00/09/07 송현숙 기자> 어린시인을 가르치려 들지 말라 흔히 ”아이들은 모두 시인”이라고 말합니다.”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때 그때 토해내는 짧은 말은 시가 된다”고도 하지요.뭐,시가 별건가요.아이들이 참고 참고 하다가 견딜 수 없이 토해내는 말이라면 그게 바로 시가 아닌가요. ”엄마! 안사줘도 되니깐요,한번 보기만 하세요.” ”너 또 인형 사달라고 하면 매맞을 줄 알아!알았어?” ”근데 엄마!제 얼굴에 침 튀기지 마세요.” 이건 시가 아니라고요? 하지만 보세요.아이는 인형을 사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한번 보아 달라고 했는데,제딴엔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해서 조심스럽게 한 말인데도 엄마의 대답은 얼마나 차갑습니까.이런 엄마에 맞서 아이가 한 말이 통쾌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 책은 아이들에게 시쓰기를 가르치는 책은 아닙니다.아이들이 삐뚤삐뚤하게 쓴 글씨와 그림이 들어있는 이 책엔 ’마주 이야기 시’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요. ’마주 이야기’는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어주고 느껴주고 감동해주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교육의 한 방법이랍니다.’마주 이야기’가 ’대화’의 순 우리말이라는 것은 아시겠지요. 아이들이 하는 말은 그것이 어떤 말이건 귀중한 교육의 자료가 되는 것이라는게 이 교육의 출발점입니다.책에 실린 ’마주 이야기 시’들도 시를 쓰기 위해 ’작문된’ 시가 아니지요.아이들이 평소에 하는 말을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매일매일 공책에 기록하고,그것을 아이들이 옮겨쓰고 그림을 그려넣은 것이랍니다. 그렇지만 아이들 입에서 나온다고,어떤 경우에도 들어주고 느껴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일까요. 때에 따라서는 들어주고 적어주는 것으로만 안되고,듣은 어른이 대답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 어떤 말에 대해서는 도로 물어보아야 하고,어른이 해명하거나 사과해야 할 일도 생기겠지요.이 책에서는 이오덕 선생이 아이들의 말을 어떻게 볼 것이며,대답을 해준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그리고 잘못쓴 말은 없는지를 살펴 자세한 풀이글을 싣고 있습니다. 이 책처럼 때로는 저들끼리,때로는 어른들과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신을 알리고 나타내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고,생각이 깊어진다는 거지요. 책을 보며 아이들의 생각을 보며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실감합니다.참 재미있는 책입니다. 그런데도,책을 엮은이는 걱정이 하나 있답니다. 아이들의 말을 듣기보다 가르치기에 익숙한 어른이 ”어유,이 책 좀 봐라.글짓기 잘 했지.너는 뭐냐,글자도 아직 모르고.너도 저렇게 시 좀 써봐라”하며 아이를 다그칠까 봐서요. 그래서 엮은이는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은 그림 그리듯 글씨를 썼다.글자를 애써 가르치지 마라”고 몇 번이나 말합니다.글자 같은 것보다,아이들이 스스로 자기를 알리고 나타내도록 해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문화일보 00/09/06 김종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