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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참여

제목 벚꽃의 꿈
글쓴이 김가헌 우수상

나는 벚꽃이다. 봄에 피고 봄에 떨어지는 그 벚꽃. 나는 처음에 세상에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나의 부모님과 언니들 오빠들은 먼저 피고 세상과 만났다. 나와 나의 동생은 꽃봉오리 속에서 기다리고만 있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난 후 드디어 난 세상을 봤다. 내 앞을 지나가며 활짝 웃는 사람들, 아름다운 산책로, 산책로 건너편의 길고도 큰 건물. 태어나자마자 엄청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참 예쁘다, 봄이 왔구나 등 여러 말들을 주고 받았다. 난 행복한 벚꽃이었다. 하지만 이웃 나무 할아버지가 말했다. ”태어나서는 매우 설레고 기쁘고 기대되겠지만 우리는 봄이 끝나기 전에 죽어. 너무 기대하지 마.“ 그 말을 듣고 충격 먹은 나는 얼른 침착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아니요! 저는 여름을 보고 가을을 보고 겨울을 보며 다시 봄이 오길 기다릴 거예요. 저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죽을 운명이어도 전 그 운명을 바꿀거에요!“ 그 말을 듣고 주위의 여러 벚꽃이 비웃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된 벚꽃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면서. 나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내가 최초로 모든 계절을 보는 벚꽃이 될 거야. 누가 뭐래도 아무리 놀려도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시간이 흐르면서 내 주변 벚꽃들은 우수수 떨어져갔다. 그때마다 내 동생은 옆에서 날 응원해줬다. ”언니는 강한 꽃이야! 언니의 멋진 꿈을 포기 하지마!“ 동생은 내가 주변 벚꽃들의 비난을 들으며 꿈을 포기하려던 때에도 응원해주고 위로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청천벽력같은 일이 찾아왔다. 늘 나를 응원해주던 나의 동생이 먼저 떨어진 것이다. 이제 나를 응원해줄 벚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나는 꿈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나 혼자서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았고 절망스러웠다. 그렇게 난 풀이 죽은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응원자였고 나의 하나뿐인 동생이 없다는 게 너무 슬펐다. 그러다 난 생각했다. 어쩌면 동생이 내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던 건 아니었을까? 난 결심했다. 내가 다짐한 것은 끝까지 지키기로. 내 꿈을 포기하지 않기로. 그렇지만 그게 그렇게 쉽진 않았다. 자꾸만 떨어져 가는 가족들과 주변 벚꽃들을 보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의 꿈, 그 꿈을 끝까지 응원해주던 나의 동생을 생각하며 버텼다. 봄이 끝나갈 즈음 내 옆에 아기 벚꽃이 뒤늦게 태어났다. 모든 벚꽃이 떨어졌을 때 우린 단 둘이 남게 되었다. 나는 아기 벚꽃과 약속했다. 함께 꼭 사계절을 보자고. 우리는 여름과 가을, 겨울의 풍경을 상상하며 버틸 수 있었다. 한번도 보지 못한 계절이 어떨지 상상하는건 너무 재밌었다. 어느덧 6월이 됐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말했다. ”저 벚꽃들은 아직도 살아있네? 조화 아니야?“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 웃겨서 킥킥거렸다. 이제 조금만 버티면 여름의 진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햇볕은 너무 뜨거웠고, 목이 계속 말라왔고 결국 내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아기 벚꽃은 아직 어려서 나보단 힘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난 아기 벚꽃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내 꿈은 사계절을 보는 것이었어. 하지만 난 지금 떨어지고 있어. 그래도 난 나의 꿈에 대한 믿음 때문에 6월까지 버틸 수 있었어. 모두들 비웃고 내 곁의 벚꽃들은 떨어졌지만 내 꿈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어. 며칠만 참으면 여름이라는 계절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아쉬워. 난 나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너는 우리가 상상했던 사계절을 꼭 볼 수 있으면 좋겠어. 언제나 응원할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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