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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이야기
작성자 강윤희 작성일 2021-03-01
작성일 2021-03-01

혼의 들끓음은 한낱 벅차오를 수 없는 글자가 되었고

끊겨나간 단어는 폐색 된 단칸에 갇혀 무능한 자음이 되었다

우리들은 그렇게 말하곤 했다

 

자음은 모음과 만나야 비로소 글자가 될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는 완전한 것이 되기 위해서

서로를 찾아야만 해

 

단지 그 사실 한 가지는

모든 공상의 퇴로를 덮어냈다

 

짙은 정서는 정점을 찍을 뿐이야

진정한

서로에 대한

회귀를 깨달으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이 되어야 해요?

 

혹여 누군가 왜 너는 아직 완전한 글자가 되지 못했니?

물어올 때면 수차례 열거해야 했던 제 서사들은

분명 묵언의 무언가로부터 비롯될 것이고

분명 무언가의 근원일 거다

 

언어가 되려면 온전한 글자가 되어야 하고

온전한 글자가 되려면 우리는 단어가 되어야 해

 

사랑

한다는 언어를 전하기 위해

우리는 글자가 되고 싶었다

우리는 단어가 되고 싶었다

 

어느 시점부터 우리는

언뜻 해일이 눈가 언저리 위로 차올라

파멸을 읊으면서도 허덕이는 숨결 추르며

마지막까지 사랑하겠다 말하는

그런 감동적인 필름 한 편을 남긴 것 같았다 (고 생각 했다)

 

그런데도 상심 찬 초하루를 맞이하기에는

우리는 여전히 너무 어렸다

 

ㅍㅏㄷㅗ

라는 글자를 막아낼

ㅂㅏㅇㅍㅏㅈㅔ가 되어야만 했다

 

근데 어떡해요

우리는 선 하나 그을 줄 모르는데

우리는 파편마저 될 수 없는데

 

눈밭에 문득 달아오르던 허폐가

음울함을 잉태하고 있다

 

내 한탄 섞인 울음이 무저갱의 대해로 나아가

다시는 옅을 수 없을 때까지

 

초죽음에 이르던 심부 한켠 한켠이

서러워 문득 내 눈물에 익사할 때까지

 

괜히 거칠던 마음도 질식한 마음도

게울 수 있을 때까지

 

그렇게 음울함을 잉태하고 있다

 

있잖아 있잖아

나는 높은 파도로 수필을 새길 설계도를 잃어버린 채

흰 도화지를 하염없이 이영하고 있어

 

이 밤을 일백 번 유구하게 투신하고 있어





( 고등학교 2학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