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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물새가 된 조약돌'을 읽고-
작성자 김영우 작성일 2003-03-21
작성일 2003-03-21
자연은 우리의 집이다.
-'물새가 된 조약돌'을 읽고

일요일 새벽, 아빠와 함께 무등산에 올랐다.
아직 차갑긴하지만, 상쾌한 봄바람이 콧구멍으로 침투해 내 몸 깊숙이 스며든다. 아, 역시 자연 속에서 들이키는 공기는 상쾌하다. 도심에서의 튀김 냄새나는 그런 공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고 계곡을 찾고 바다로 떠나나보다.
아침을 먹고 나서 졸음이 쏟아지는 걸 간신히 참고 책을 집어 들었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환경동화책인데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계시는 박상재 선생님이 지으셨고, 제목은 ‘물새가 된 조약돌’이다.
골방에 틀어박혀서 동화책 속의 친구들과 만나다보니 어느새 졸음은 싹 가시고, 내 손은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밖으로 나오자, 아빠는 내가 만난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빠한테 누구 얘길 들려줄까 궁리하며 동화마을에서 만났던 친구들을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으로 엄마를 구해 낸 다람이, 살을 빼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는 슈퍼 돼지 형우, 결코 포기하지 않고 아름다운 꿈을 키워 결국엔 꿈을 이루고야만 대나무, 자유롭게 날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목숨을 잃은 덜렁이 달팽이, 아빠 없는 하늘 아래에서 엄마와 함께 열심히 살아가는 봄이, 죽은 누나를 닮았다며 물총새를 보호해준 경호, 엄마는 멀리 떠났지만 염소와 같이 할아버지를 모시고 씩씩하게 사는 용구, 오염된 물고기를 먹고 장님이 된 넓적부리물새 등등......
난 그 중 덜렁이 달팽이와 넓적부리물새 얘기만 아빠한테 간단히 해드리기로 했다.

첫 얘기는, ‘무지개를 따라 간 달팽이’라는 집의 덜렁이 달팽이 얘기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장미꽃의 사랑을 받으며 살던 덜렁이 달팽이는, 어느 날 땅속을 뚫고 기어 나온 징그럽게 생긴 굼벵이를 보고 비웃는다. 하지만 굼벵이가 매미로 탈바꿈해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니자, 덜렁이 달팽이도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날고싶다는 생각을 하게되자 덜렁이 달팽이는 그동안 아무런 불편 없이 등에 지고 다녔던 집이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더더구나 자기가 그동안 살아온 집이 자기의 자유를 묶어놓는 고생보따리라며 달팽이집을 벗어나고파 한다.
그걸 본 매미가 덜렁이 달팽이를 안고 하늘 높이 올라가 떨어뜨렸다. 그 바람에 몸을 감싸고 있던 집은 산산조각 나버리고 드디어 덜렁이는 자유를 얻는다.
그러나 그건 진정한 자유가 아니었다. 소나기가 쏟아지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자 피할 집이 없어진 덜렁이 달팽이는, ‘내 집이 자유였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 내 스스로 자유를 깨뜨렸구나.’하고 자기의 어리석음을 깨달으며 죽고 만다.
여기서 작가 선생님은 제 분수를 모르는 덜렁이 달팽이의 어리석음을 탓하셨다. 나도 그 말씀에 동의한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덜렁이 달팽이의 죽음 앞에서 자연의 소중함도 깨닫게 되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덜렁이 달팽이는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자기의 소중한 집을 깨뜨렸다가 죽음을 당했다. 단지,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보겠다는 헛된 꿈 때문에 말이다. 그건 우리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덜렁이 달팽이의 집은 우리에겐 자연과 같은 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람들은 좀더 편해지고 좀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 자연을 망가뜨린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고치거나 바꾸려고 하면 파괴되어 버리고 만다. 눈에 보이는 자유를 얻으려하다가 참된 자유를 잃어버린 덜렁이 달팽이처럼 말이다.

두 번째 얘긴, ‘물새가 된 조약돌’에 나오는 넓적부리물새의 가슴 아픈 사연이다. 넓적부리물새는 긴 여행 끝에 도착한 강가에서 오염된 물고기를 먹고 장님이 된다. 동료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대장 대신 시험대에 올라 물고기를 먹고 그렇게 된 것이다.
넓적부리물새는 노래도 못 부르고 앞도 못보고 또 알도 낳지 못하게 되었다. 자기 동료들 때문에 그렇게 됐는데도 친구들은 하나 둘씩 그의 곁을 떠나간다. 진정한 친구인 흰부리물새만 빼놓고......
새끼를 갖고 싶은 넓적부리물새는 동그랗고 매끈한 조약돌을 알처럼 품고 있다. 그의 둘도 없는 친구인 흰부리물새는 자기의 가장 귀한 알을 넓적부리물새의 조약돌과 바꿔치기 해서 넣어준다.
마침내 넓적부리물새의 조약돌은 새끼로 태어났다. 울음을 터뜨리며 기뻐하는 넓적부리물새의 품속에서 하얀 부리를 비비며 아양을 떠는 귀여운 새끼흰부리물새로 말이다.
나는 여기에서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위해서 자기의 소중한 알까지 내주는 흰부리물새의 진정한 우정을 배웠다. 그리고, 그 우정만큼이나 소중한 무엇도 함께 배웠다.
그것은 바로 ‘물을 오염시키지 말자’는 것이다. 넓적부리물새는 오염된 물고기를 먹었고, 그 물고기는 오염된 강물을 먹었으며, 그 오염된 강물은 바로 우리 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 흙, 나무, 공기, 돌등은 우리의 자연이다. 자연은 우리의 집이다. 자연은 어머니의 사랑과도 같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을 끊임없이 주기만 하고 받을 줄을 모른다. 또 뭘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는 자연한테서 늘 받기만 하면서도 그 은혜를 모르고 끝없이 달라고만 한다. 이젠 우리가 그 은혜를 갚을 때도 됐는데......
자연은 우리의 숨결이요, 우리 생명의 젖줄이다. 우리 모두 깨끗한 집, 오염되지 않은 우리 집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