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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어, 저거 오류잖아!"
작성자 박선하 작성일 2003-02-08
작성일 2003-02-08
책 제목: 오류를 알면 논리가 보인다.
작가명: 탁석산
독후감 제목: "어, 저거 오류잖아!"
글쓴이: 박선하(고등학교 2학년)

쓴 약이 몸에 좋다는 것은 대다수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쓴 약을 입에 들이대면 무조건 거부하려 하고, 먹게되어도 쉽게 넘기질 못한다. 사람들의 그러한 심리를 알아차린 약사들은 쓴 약에 먹기 좋도록 당분이 있는 물질을 입혔다. 우리는 이것을 당의정이라 한다. 내가 읽은 탁석산 씨의 이 논리서적도 바로 당의정과 같은 성능을 지녔다. 사람들은 논리 또는 오류라 하면 무조건 회피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소위 논리학의 양서라 하는 책들을 보면 졸음이 마구 쏟아지고 반쯤 읽다가 포기하는 게 일쑤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중들에게 있어 논리학은 어떠한 학문보다도 부정적 편견이 강하다. 그래서 논리를 운운하는 사람들 또한 그러한 대중적 성향으로 고지식하고 재미없다고 여겨져 왔다. 그런데 이렇게 굳게 자리잡힌 논리거부풍토에 일격을 가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 책의 저자 탁석산 이다.

이 책은 겉표지부터 논리학 책답지 않게 매우 재미있는 그림으로 우리의 이목을 이끈다. 물론 내부사정도 마찬가지다. 논리학 책 맞냐 하는 의문이 터져 나올 정도로 흥미로운 그림들과 우스운 예시글들이 탄사를 연발시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이 비웃을 만한 초등학교 수준의 서적은 결코 아니다. 단지 현대의 독자 성향을 알아차린 저자가 대중들이 논리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 길을 마련한 것이다. 때문에 책 내용은 논리학의 기본 지식을 충실히 반영하였고 거기에 기존의 논리학 서적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를 부과시킨 것 뿐이다. 그 이미지는 바로 이 책이 단순한 논리책이 아니라 '논리학의 셈본' 이라는 것이다. 이 말이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바 이기도하다. 논리라는 것이 그저 하나의 학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당연히 쓰여야 할 필수품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오류를 통해 어렵게만 느껴지던 논리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이 책의 주된 목적으로 삼았다.

실생활에 논리를 적용하기에 앞서 아주 기본적인 논리학 지식들을 마스터하는 것은 당연히 요구되어야 할 사항이다. 때문에 책의 맨 처음으로 논증의 정의와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논증은 전제와 결론으로 이루어진 논리적인 주장을 말한다. 일상적 대화를 보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라는 말과 같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큰 목소리로 서로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걸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단순하고 이기적인 대화는 올바른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데 해가 될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전제와 결론이라는 구성을 모두 갖춘 논증의 대화를 해 나감으로써 좀 더 이성적이고 상호 비판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럼 좋은 논증이란 무엇일까?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좋은 논증이란 '말발 센 사람이 말 잘 한다'는 통념처럼 내용 불문하고 전체적으로 말이 그럴듯하거나 상대의 말문을 막히게 할만큼 기막힌 이야기를 뜻하는 정도로만 알았다. 그런데 내 생각은 어느 정도는 맞았지만 좋은 논증의 조건을 너무 광범위하게 설명한 것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논증은 세분화 된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전제와 결론이 관련 있어야 하고, 전제는 참 이어야 하며, 충분한 근거와 함께 예상되는 반박을 자신의 주장에서 해소한 것이 완벽하게 좋은 논증이다. 나도 항시 말을 함에 있어 이 조건들을 모두 담아낸다면 완벽한 말발의 소유자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약간의 자신감이 생긴다.

우리는 대화를 할 때 자신의 말에 누군가가 반론을 제기하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매우 불쾌하게 여기어 대화를 중단하고자 한다. 이게 바로 우리 대화문화의 허점이다. 비판은 비난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비난은 상대의 잘못을 부각시키기 위해 나쁘게 말하는 것이지만 비판은 객관적 입장에서 상대 말의 옳고 그름이나 잘 되고 못 됨에 대하여 검토하여 평가·판정하는 일이다. 따라서 비판은 건전하고 올바른 대화 문화를 위해서 필수적인 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류를 지적하는 것 또한 불쾌하게 받아들일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것들을 수용하는 자세를 갖춘다면 더욱 더 훌륭한 언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주위에 즐비하게 널려있는 오류들을 바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능력을 연마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류란 무엇인지 그리고 정확히 어떠한 부류의 오류인지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오류는 대화를 방해하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우리 몸을 해치는 바이러스와 같다.

일상생활에서 오류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작년에 온 국민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았던 K리그에서 중부와 남부의 올스타전이 열렸었다. 중부에는 국가대표 선수가 4명밖에 없었던 반면 남부에는 무려 9명이나 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전하여 우리들은 승리 예감은 당연히 남부 쪽으로 기울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중부팀의 완벽한 팀플레이는 남부팀을 엄청난 승점차로 꺾었다. 이게 바로 오류학에서 '합성의 오류'에 해당한다. 포지션마다 가장 뛰어난 실력의 선수들을 모아놓는다고 하여 그 팀이 최강의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오류는 쉽게 생각하면 아주 재미있는 것이지만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에 분별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각각의 오류마다 한 두개의 예들을 연관시켜 생각한다면 좀 더 쉽게 오류에 접근할 수 있고 터득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방법은 이 책에서 잘 찾아볼 수 있는데 다 읽고 나면 실생활에서 오류를 찾는 묘미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면 세상을 좀 더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아마 이 책의 제목이 '오류를 알면 논리가 보인다' 인가 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종적으로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각종 신문 칼럼을 분석 해 보는 것을 통해 배운 것을 테스트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이 과정까지 통과하면 우리는 그 동안 거북하게 여겼던 논리학 알레르기로부터 완전히 탈피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되씹는다. "이 논리학 셈본을 완전히 몸에 익혀라. 그래서 이 책의 존재를 망각시켜라." 그렇다. 몸 또는 생각에 무언가를 주입시키기 위해서는 배움을 통한 자기 노력이 필수 전제가 된다. 그래서 습관은 무서운 거라는 말도 다 이유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밥을 먹는 것처럼 논리도 꾸준히 공부하여 자기화 하게되면 언젠가는 "어, 저거 오류잖아." 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게 되는 날, 분명히 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