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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전문도서

알 만한 사람들이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 1234가지

지은이
권오운
출판사
문화수첩
페이지수
350
대상
방송에서 아나운서들이 저지르는 실수, 작가들이 작품 속에서 잘못 쓰고 있는 말과 '한심하기 짝이 없는 교과서'에 실린 사례들을 모아 명쾌하게 바로잡아 주고 있다. 우리말을 바로잡아 갈고 닦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가 돋보인다. 미디어 서평 “콩깍지 속에는 콩이 없다.” - 문학·방송·일상언어 오류 정리 시인 권오운(58·사진)씨가 일상적 신문·방송언어와 교과서는 물론 문학작품 등에서 잘못 쓰여지고 있는 우리말의 사례들을 일일이 적시한 책 ‘알 만한 사람들이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 1234가지’(문학수첩 발행)를 펴냈다. 소설가 하성란씨의 단편소설 ‘곰팡이꽃’에는 ‘여자는 콩깍지를 까고 있다. 깍지를 비틀 때면 벌어진 껍질 사이로 얼룩무늬의 강낭콩알들이 나란히 나타난다’는 구절이 나온다. 권씨는 “콩깍지는 ‘여문 콩을 다 털어낸 빈 껍데기’이며 빈 껍데기에서 콩을 다시 깔 수는 없다”고 말한다. 마르기 전 물기 있는 콩이 들어 있는 것은 ‘콩깍지’가 아니라 ‘콩꼬투리’라는 것이다. 은희경씨의 소설 ‘아내의 상자’에는 ‘욕실에는 늘 고슬고슬한 수건이, 냉장고의 냉동실에는 반찬냄새가 배지 않는 얼음이 있었다’는 구절이 있다. 권씨는 ‘고슬고슬’은 ‘밥이 질지도 되지도 않아 알맞은 모양’을 이르는 말이며 소설에서처럼 깨끗이 빨아 말린 피륙이 피부에 적당히 거슬리는 모양은 ‘고슬고슬’이 아니라 ‘가슬가슬’이 맞다고 밝혔다. 문학작품에서뿐만이 아니다.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잘못된 우리말 표현은 더 심각한 문제다. 교통방송에서는 ‘승용차끼리의 접촉사고가 나 두 차의 운전자들이 길거리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나온다. 실랑이질은 ‘이러니 저러니, 옳으니 그르니 하며 공연히 남을 못 살게 구는 짓’을 말한다. 그러나 두 운전자의 짓거리는 잘잘못을 가리기 위한 것이지 공연히 남을 못 살게 구는 짓은 아니다. 이때는 ‘서로 자기 주장을 고집하여 옥신각신하는 일’을 이르는 ‘승강이’가 맞는 표현이라고 권씨는 말한다.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도 잘못은 많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권씨는 한탄한다. ‘한 학년을 올라가고 새 친구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입니다’(3학년 1학기 ‘도덕’). 마음이 ‘설레이다’라는 말은 없다. ‘설레다’가 맞는 표현이다. ‘역전 앞’처럼 의미가 겹쳐진 말을 되풀이하는 졸문들도 교과서에 수도 없이 나와 있다. ‘‘대화를 주고 받다’‘부상을 당했다’는 등이 그 예이다. 권씨는 이같이 책의 1부에서는 상품광고 문구에서 쓰이는 은어, 비속어와 언론매체에서의 우리말 오용 사례를 다뤘고 2부에서는 김동리 김수영 서정주 시인 등 원로들에서부터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문학작품 속에 드러난 문장의 오류, 3부에서는 초·중·고교 교과서와 사전에 잘못 표기된 문장이나 단어를 끄집어내 바로잡았다. 말미에는 순수한 우리말 1,300여 가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권씨는 1966년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 30여년간 잡지 취재·편집 일을 해온 시인이다. 그는 그동안 “본 것 적고, 읽은 것 오려붙이고, 들은 것 녹음한 수십 권의 자료들이 미욱하기는 해도 이 책을 내는데 충동질해온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권씨는 “다루어진 예문의 필자나 저자, 거명된 인사들에게 누가 되었다면 개개빌어(‘간절히 빌다’는 뜻) 마지 않는다”며 “어쨌거나 이 작업이 우리말을 바로잡아 갈고 닦는 일에 그리 큰 보탬은 되지 못할지라도 생판 뻥짜만 안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00/7/4> "프로 작가들이 틀린 문장 너무 많이 써요" 프로는 무결점을 지향한다. 뒤집어 말하면 진짜 프로는 누구보다 먼저 자신의 결점을 인정한다. 그래야 무결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글을 써서 삶을 꾸리는 문인들도 틀린 문장을 쓴다. 시인이자 KBS출판부장으로 일했던 권오운(58) 씨가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작가 50여 명의 글들을 체로 쳤다. 박경리, 이청준, 김승옥, 이문열, 유안진, 신경숙, 정현종, 김병익, 현길언, 유익서, 최인석, 조경란, 배수아, 신달자, 하창수, 박범신, 홍희담, 고진하, 하성란, 고은, 김수현, 이인화, 은희경, 전경린, 구효서, 박노해, 박완서, 김수영, 이윤기…. 그 결과로 펴낸 책이 ‘알만한 사람들이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 1234가지’ (문학수첩)다. 권 씨는 존경과 애정을 바탕으로 이 글들의 문법적 오류를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알만한 사람들’, 즉 ‘프로’들이 잘못 쓴 표현이기에 공개 비판의 명분도 선다. 김수현의 드라마는 재밌다. 대사의 마술가다. 그러나 ‘목욕탕집 남자들’이 방송되던 날, 십전대보탕집 마담이 이순재 일행 중 한 노인의 행동을 제지하며 이런 말을 한다. “아서세요! 그런 생각일랑은 아예…” ‘아서라’는 ‘해라’를 할 사람에게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막는 감탄사다. ‘~라’를 ‘~세요’로 바꾼다고 해서 존대가 되는 말이 아니다. ‘아서세요’가 성립되려면 ‘아서다’라는 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말은 없다. 오정희의 단편 ‘중국인 거리’에서 이런 대목도 지적 사항이다. ‘… 아이들은 시멘트 부대에 가득 석탄을 팔에 안고 낮은 철조망을 깨금발로 뛰어 넘었다…’ 여기서 ‘깨금발’은 ‘앙감질’의 방언이고, ‘앙감질’이란 ‘ 한 발을 뒤로 꺾어 들고 한 발로만 뛰어가는 짓’이라는 뜻이다. ‘석탄을 가득 담은 시멘트 부대를 안은 아이들’이 다른 것도 아닌 철조망을, 그것도 한 쪽 발을 들고 뛰어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고은의 시 ‘노래섬’에 나오는 다음 대목도 지적을 받는다. ‘그런 노래섬을 바라보며/ 자라난 나에게도/ 황공하올 혼령이 늘어붙어/ 오늘에 이르도록 노래하는 떠돌이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늘어붙어’는 ‘눌어붙어’의 잘못이다. 박완서의 성장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는 다음과 같은 ‘떡 아닌 떡’ 이야기가 나온다. ‘…코가 막혀서 냄새를 못 맡는 도깨비가 뒷간에서 밤새도록 똥으로 조찰떡을 빚는다고 했다…’ 여기서 ‘조찰떡’은 ‘차조’를 쪄서 으깨어 고물을 묻힌 것으로, 그 향긋한 맛과 졸깃거리는 찰기가 일품인 ‘조차떡’이 아닌가 한다고 권 씨는 말하고 있다. 이윤기도 “허드렛 말에서도 토씨 하나 소홀히 다루는 법이 없는” 작가이지만, 그의 소설 곳곳에는 알듯모를듯한 단어를 구사한다. ‘나비넥타이’에 나오는 ‘새비릿하다’ ‘묵근하다’, ‘숨은 그림 찾기’에 나오는 ‘뒷짐질하다’, ‘손님’에 나오는 ‘을박아주다’ ‘저리해왔다’ ‘다려’, ‘두물머리’에 나오는 ‘속닥하다’, ‘손가락’에서의 ‘잣아서’ 등등이다. 그가 몰라서 그랬을 리 만무다. 문제는 느낌으로는 그럴법한 말이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 말들도 엄청나게 많고, 실제로 훌륭한 작가들도 이러한 함정에 곧잘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권 씨의 더한 관심은 아이들 교과서다. 교과서가 틀리면 평생 틀린다. 나라가 틀린다. 정련을 거듭해서 무결점으로 태어난 것 같은 교과서도 초·중·고 할 것 없이 오류 범벅이다. 공공장소 화장실, 지하철 구내 표지판에 적힌 문구 하나도 그의 관심 밖으로 빠져 나갈 수가 없다. “오늘의 이 작업이 우리말을 바로잡아 갈고 닦는 일에 그리 큰 보탬은 되지 못할지라도 생판 뻥짜만 안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선일보 00/7/3 김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