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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학교에 간 사자

지은이
필리파 피어스
출판사
논장
페이지수
166
대상
어린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필리파 피어스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여덟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커다란 사자가 학교에 가서 벌이는 일을 그린 '학교에 간 사자', 뭐든지 자를 수 잇는 가위를 갖게 된 팀의 이야기 등 어린이들이 한번 쯤 상상해 보았을 신기한 이야기들이 있다. 미디어 서평 호기심 발동시키는 신비한 공상 이야기 억압된 상상력에 숨통 동화는 어른이 어린이에게 주는 문학인지라 보통은 그 사회가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작가의 아동관으로도 통하는 이것은 물론 개인차가 없지 않겠지만, 나라마다 시대마다 조금씩 모습을 달리해 나타난다. 과거에 우리 어른들은 지금보다 훨씬 엄격하게, 그러나 뜨거운 마음으로 '민족의 동량이 돼라' 는 말을 코흘리개 아이들에게까지 들려주곤 했다. 지금 우리 어른들은 어떤 말을 하고 싶어할까?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전후좌우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온 고속성장의 폐해로 가득하다. 사는 모습이 과거에 비해 엄청 달라지긴 달라졌는데, 우리가 바랐던 삶의 모습은 이게 아닌데 싶고,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해 흔들리는 요즘 어른들 태도 때문에 아이들 역시 헛갈려 고통을 받는다. 온갖 개성이 모여 지내는 학교는 더욱 요지경일 수밖에 없으니, 극단적으로 주눅든 아이들과 극단적으로 버릇없는 아이들이 공존한다. 함께 자유로운 세상을 바란다면 내 자식 남의 자식 가릴 것 없이 우선 누구 편에 서야만 옳을지 그 답은 훤하다.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려는 동화가 버릇없는 아이들을 없애줄 것 같아도 실은 그 반대다. 가학과 피학은 동전의 양면으로 모두 억압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책임한 방임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자연 속에서 자라는 경우라면 사정이 틀리겠지만, 도시 환경은 그 자체로 생명의 출구가 봉쇄돼 있다. 숨막힌 현대의 일상생활을 다룬 동화들이 대부분 공상의 세계로 나아가는 까닭도 어느 정도는 이와 관련된다. 그런데 아직 우리 작가들은 공상의 세계를 다루는 데 익숙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 저학년 눈높이에 맞춰 쓴 필리파 피어스의 동화집 『학교에 간 사자』(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1999) 는 현대판 공상동화의 비밀을 보여주는 좋은 참고다. 말썽피울까봐서 늘 자기편이던 할머니의 병문안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혼자 집에 남겨진 소년에게 어떤 엄청난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학교 가기 싫어하는 작은 여자아이는 학교에 데려다 달라고 엄포를 놓는 사자를 만나 그 날 하루를 어떻게 보내게 될까? 주디라는 아이의 새끼손가락은 어느 순간 어째서 간질간질 콕콕 꺼림칙한 마술에 걸리고 마는 걸까? 공상은 갇히지 않는 아이들 생명력의 분출이다. 신기함과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공상의 즐거움 속에서 자신을 알고 남을 이해하도록 이끌어주는 보이지 않는 작가의 손길도 느낄 수 있다. <중앙일보 행복한 책읽기 01/6/16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