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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머릿속의 난쟁이

지은이
크리스티네 뇌스트링거/유혜자역
출판사
사계절
페이지수
202
대상
초등 4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친구가 있어 고민을 풀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인공 안나에게는 그런 친구가 있다. 바로 귓속에 사는 난쟁이다. 둘은 함께 고민을 이야기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서로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미디어 서평 어른 중심 사회현상, 이성적 비판 돋보여 허구라는 점에서 문학은 거짓말이다. 그 거짓말이 정말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 속에 심정적 진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독자는 작품 속의 얘기들을 믿지 않으면서 믿는다. 프랑스의 그림책 작가 클로드 부종 식으로 단순하고도 명쾌하게 말하자면 독자는 ‘책에 나오는 얘기를 다 믿으면 안’되지만 ‘믿는 척 하면서 재미있어 할 수는 있’다. 어린이 책이 특히 그렇고 그 중에서도 판타지를 사용한 책은 더욱 더 그렇다. 어른들 때문에 하루하루를 정말 복잡하게 살아야 하는 안나의 머릿 속에 난쟁이가 살고 있단다. 이 난쟁이와 안나가 벌이는 흥미진진한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믿는 척하면서 재미있어 하’게 된다. 안나의 엄마와 아빠를 보면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독일에서는 마치 남녀평등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태연히 안나의 양말을 꿰매는 아빠와 ‘아이와 함께 살기가 무척 어려운’ 연극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엄마의 이혼. 그것도 모자라서 안나를 ‘탁구공처럼’ 왔다갔다하게 만들어 놓고도 소리소리 질러가면서 싸우는 그들에 비하면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을 끼고 사는 페터네 부모는 다분히 원시적으로 보인다. 이 두 가족의 대조를 통해서 작가는, 양과 질에 있어서 우리와는 비교가 안되는 독일 어린이 문화의 이면에 숨겨진 어른들의 이기주의를 비판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편가르기나 미움, 슬픔이나 어두움조차도 없다. 그것은 많은 부분이 ‘머릿속의 난쟁이’ 덕분이다. 슬퍼하거나 분개하거나 화내는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살 수 없는 난쟁이. 안나가 부당한 행동을 할 때면 당장 떠나버리겠다고 위협하는 난쟁이. 엄마 아빠가 싸우는 걸 보고 ‘멍청히 서서 위로받겠다는 생각이나 하’지 말고 소리를 지르라고 가르치는 난쟁이. 대책이 안서는 심술꾸러기 헤르만에게로 몸을 옮겨 도대체 어떻게 해서 머릿속이 그 모양으로 생겼는지 알아봐 주는 난쟁이.... 난쟁이 덕분에 안나는 점점 ‘정상적’인 아이가 되어간다. “오래 전부터 안나의 귓속에는 난쟁이가 살고 있었다.”는 순전한 거짓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모든 결정이 어른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상황 속에서 무력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존중하는 작가 나름의 방법이다. <조선일보 00/09/16 최윤정과 함께 읽는 어린이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