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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녹색 꼬리 도마뱀

지은이
호셉 발베르두/호재남역
출판사
푸른나무
페이지수
184
대상
초등 3
항상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는 녹색 꼬리 도마뱀과 늘 우쭐거리는 만물박사 비둘기 사이의 우정을 그린 스페인 장편동화이다. 도마뱀과 비둘기가 자기들이 본 세상과 겪은 일들을 서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사람들이 저지르고 있는 잘못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독자서평 사람들은 너무 자기 마음대로 어떤 자연을 좋거나 나쁘다고 판단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사람과 함께 이 땅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풀이나 나무나 거미나 참새나 토끼나 호랑이나 가을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까지도 사람한테 필요한가 아닌가 따진다. 우리는 이웃과 다투는 사람 보고 상대편 눈으로 보라는 말을 흔히 한다. 이 말대로 다른 곤충이나 짐승이나 새나 물고기가 되어서 사람을 보면 어떨까? “나는 온순한 동물인데 사람들은 왜 자꾸 나를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논이나 밭에 유익한 동물인데 말이다. 만일 내가 사람들이 징그러워하는 파충류가 아니라면, 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함께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고 싶다.” 스페인의 아동문학가인 호셉 발베르두가 파충류인 녹색꼬리 도마뱀이 되어서 어린이들한테 건네는 말이다. 이 책에서 글쓴이는 녹색꼬리 도마뱀이 되어 어린이들한테 도마뱀이나 비둘기가 되어 사람들을 살펴보라고 속삭이고 있다. 세상을 많이 살아 현명한 녹색꼬리 도마뱀과 철딱서니 없이 잘난 척 하고 나대기 좋아하는 만물박사 비둘기의 대화, 파충류와 조류가 나누는 목숨을 건 우정을 통해 사람들을 날카롭게 꾸짖고 있다. 스페인 내전에 대해 “이 나라에도 옛날에 전쟁이 일어난 적이 있다. 모든 전쟁은 나쁘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남의 약점을 노리고, 물건을 빼앗고, 속이고, 폭력을 휘두르고, 박해를 가하는 것은 정말 나쁜 짓이다. 그 가운데서도 동족끼리 하는 전쟁이 가장 나쁘다”면서, 그 전쟁 때 크게 다친 적군을 살려주는 착한 사람들의 용기를 되살려내고 있다. `녹색꼬리 도마뱀'은 도마뱀 종족회의 때 파충류를 해치는 사람을 이해하고 다른 종족인 비둘기와 사귄다고 비난하는 동료들한테 당당하게 말한다. 비둘기가 만약 위험에 처한다면 나는 수천 번이라도 그의 목숨을 구해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또 사람들한테 말한다. 동물 가운데는 그 어떤 것도 혐오감을 주는 동물은 없으며 무릇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혐오스럽지 않다고. 4학년 이상 어린이들이 읽고, 만일 내가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풀이나 곤충이나 사람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작은 짐승이라면 평소 내 생활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곧 사람의 눈으로 자연을 보지 말고 자연의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자.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눈을 갖게 될 것이다. <한겨레신문 01/11/12 이주영(서울 삼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