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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쌀뱅이를 아시나요

지은이
김향이 글/김재홍 그림
출판사
파랑새어린이
페이지수
184
대상
김향이 선생님의 단편집이다. '너무너무 사랑하니까', '소리하는 참새', 쌀뱅이를 아시나요?', '막둥이 삼촌', '마음이 담긴 그릇', '버버리 할아버지', '부처님 일어나세요' 등 7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다. '쌀뱅이를 아시나요?'는 혼혈아가 어린 시절, 살던 고향을 다시 찾아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되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뿌리와 고향에 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미디어 서평 "부끄러워 하지마 하느님이 잘 알아보시려고 얼굴점을 일부러 찍은거야" 동화에는 두 종류가 있다. 읽고 난 뒤 미소를 머금게 하는 이야기와 따스한 눈물로 가슴을 적시는 이야기. 아동소설 중단편집인 '쌀뱅이를 아시나요' 는 아무래도 뒤쪽에 속한다. 열림원의 아동도서전문 자회사인 파랑새어린이가 창작동화 시리즈를 시작하며 '달님은 알지요' 로 고정팬을 확보해온 작가 김향이씨의 작품을 데뷔작으로 골랐다. 함께 묶인 총 7편의 중.단편들은 혼혈 입양아, 점박이 소녀에서부터 자폐증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구나 싶다. 하지만 결국은 얼굴에, 몸에, 또는 마음에 상처를 지닌 이들, 그 상처로 인해 자칫 외톨이가 될 수도 있는 이들을 보듬고 함께 나아가는 이야기들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1994년 '계간 어린이' 에 발표됐던 표제작 '쌀뱅이를 아시나요' 는 쌀처럼 하얗다고 해서 '쌀뱅이' 란 별명을 가졌던 백인 혼혈아가 미국으로 입양돼간 지 30년만에 고향 땅을 밟는다는 이야기다. 신문기사를 보고 그와의 추억을 떠올린 소꼽동무가 자신도 오래 전에 떠나온 고향을 함께 찾아 곱돌로 그린 낙서에서 어린 시절의 흔적을 발견하고 서로 손을 꼭 쥐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단편 '너무너무 사랑하니까' 의 주인공은 오른쪽 이마에서 눈 밑으로 있는 붉은 점 때문에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소녀다. 노래를 잘 부르지만 얼굴 때문에 동요제에 참가하지 못할 거라는 친구의 심술궂은 말에 절망해 울다가 동네 절름발이 아저씨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하느님은 먼 데 하늘에서 홍점이를 금방 알아보시려고 이마에 붉은 점을 칠해 놓으셨단다." "왜요?" "홍점이를 너무너무 사랑하니까. " 그 말에 깡총깡총 뛰며 집으로 돌아가던 홍점이가 '아저씨야말로 하느님이 사랑의 표시를 해주셨다고요' 라고 생각하는 장면은 가슴에 차오른 사랑을 확인케 해주는 대목이다. 정신박약 장애아 삼촌에 얽힌 작품 '막둥이 삼촌' 이나 고향이 물에 잠기고 아내마저 사별한 뒤 자폐증에 걸린 노인에 관한 '버버리 할아버지' 는 소재부터 동화로선 흔치 않은데다 부양의무를 둘러싼 가족 갈등 등 사실적인 서술이 돋보인다. 이런 종류의 동화집은 계열상 리얼리즘 문학에 속한다. 공허할 수도 있는 무중력 공간 속의 짝짝궁 식 동화나 동시와 달리 삶에 토대를 둔 작품을 지향하는 문학 말이다. 이오덕씨의 문학론과 '몽실언니' 의 권정생씨의 계보가 그쪽이다. 그런 점에서 도회지의 아이들에게도 유효할 듯 싶은 동화책이 '쌀뱅이를 아시나요' 일 수 있다. 작품집 군데군데 들어간 서양화가 김재홍씨의 그림들도 이야기 만큼이나 사실적이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따뜻한 느낌을 준다. '동강' 시리즈 등 의식있는 그림들을 선보여온 그가 이 작품집에서는 잔잔하면서도 살아있는 느낌의 수채화로 아이들에게 다가설 듯 싶다. 드물게 나온 고학년용 동화이긴 하지만 '마음이 담긴 그릇' 등에선 작위적인 교훈성이 느껴진다. 마지막 두 작품에서는 '해복간' 등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순우리말이나 사투리의 해석이 빠져있는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중앙일보 00/11/11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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