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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그 아이는 히르벨이었다

지은이
페터 헤르틀링/고영아역
출판사
비룡소
페이지수
114
대상
초등 5
히르벨은 나이는 아홉 살이지만 키는 여섯 살 아이 정도밖에 안 되는 아이로 아동보호소에서 살고 있다. 태어날 때 엄마 몸에서 꺼내다가 머리를 잘못 건드린 후로 끔찍한 두통에 시달린다. 히르벨은 제대로 의사 표현은 못 하지만, 자기를 못살게 구는 사람과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알고 있다. 감싸거나 동정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독자서평 정신지체아 히르벨이 바라본 세상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어 새 책을 구입하면서 장애 아동이나 빈민촌, 시골에 사는 아이들에 관한 책들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도서 회원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이런 환경의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다. 이 책도 그렇게 해서 구입한 건데 바쁘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직접 읽을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동화를 비교적 가볍게 여기는 편견이 내게도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직업은 못 속인다고 자폐아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아내가 먼저 읽고는 좋은 책이라며 권해주었다. 그래서 집에서 쉬는 동안 대충 몇 장 넘겨보다가 절로 빠져들어 금방 끝까지 다 읽게 된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오갈데 없어 시립 아동 보호소에 임시로 살고 있는 여러 아이들 가운데 '히르벨'이라 불리는 정신지체아를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다. 히르벨은 그 보호소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사고뭉치에 속했다. 그는 태어날 때 의사가 엄마 몸에서 꺼내다가 집게로 머리를 잘못 건드려 어려서부터 줄곧 두통에 시달리는 아이였다. 히르벨의 엄마는 그 아이를 키우는 걸 일찍 포기했다. 덕분에 히르벨은 위탁가정과 병원을 전전하다 아동 보호소에 오기에 이른 것이다. 끔찍한 두통과 가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히르벨은 말도 어눌할 뿐더러 읽기나 쓰기 같은 것도 도무지 진척이 없었다. 갑자기 고함을 지르거나 혼자 옷장에 들어가 잠을 자는 등, 기괴한 행동만 일삼는 히르벨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모두들 그를 기피하며 없어지면 좋을 귀찮은 존재로 여겼다. 요행히도 보호소의 원장 선생님이 그를 아껴주었고 마이어 선생님만이 각별히 그에게 신경을 쓰고 잘 대해주었을 뿐이다. 한 번은 소풍을 갔을 때 히르벨이 혼자 대열을 이탈해 없어졌다. 물론 그를 찾느라 한바탕 소동이 났고 선생님들은 혹시 누가 그를 발견해 데려오길 바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점심 무렵, 양치는 아저씨가 양떼 가운데서 그를 발견하고 보호소로 데려왔다. 나중에 히르벨은 그때 있었던 일을 말하면서 양떼를 사자라고 말했고 양떼들이 있는 곳을 아프리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자들이 자기를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그들 틈에서 잠도 잤다는 것이다. 가끔 그는 이와 같이 자신만의 독특한 눈으로 바라본 세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말하고는 했다. 그렇다고 바보 같이만 보이는 히르벨은 결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미련한 아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보호소 관리인 쇼펜슈테혀씨는 그를 무슨 징그러운 벌레 보듯이 가장 싫어하였다. 그 아저씨는 조금만 보호소 시설 중 뭔가 망가뜨려진 것이 있으면 그것은 못된 히르벨 녀석이 한 짓이 틀림없다면서 습관처럼 넘겨짚었다. 그러면서 히르벨이 한 번 걸려들면 크게 혼내주겠다며 벼르고 있었다. 이를 안 히르벨은 피할 수 없는 싸움인 줄 알고 선수를 쳐서 쇼펜슈테혀씨를 골탕먹이는 데 성공한다. 보호소 아이들에게 폭력과 폭언을 스스럼없이 행하는 쇼펜슈테혀씨가 히르벨의 기지에 의해 허둥대며 완패하는 모습은 무척 재미있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히르벨은 멍청하여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다고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는 배운 것도 여러 가지고 영리한 아이였다. 그는 읽고 쓰는 것 같은 학교 공부에는 도무지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보호소에서 사는 법을 나름대로 터득했고,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피하거나 골탕 먹일 줄도 알았으며, 자기를 괴롭히는 아이들에 맞서 싸우는 법도 배웠다. 게다가 말은 어눌해서 대화에 장애가 있었지만 노래를 부르는 것은 천부적인 재질을 지니고 있었다. 작가는 이 정신지체아 히르벨 이야기를 단순한 흥미거리로 삼거나 읽는 이가 부담스러울 만큼 너무 무겁게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은 재미있는 동화로 전혀 손색이 없으면서도 독자들에게 의미있는 문제제기와 과제를 던진다. 즉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아동 보호소 같은 데서 살아야하고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세계를 독자들이 보다 깊이 이해하고 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 책에서 히르벨이라는 아이가 안고 있던 병명은 끝내 나오지 않는다. 읽으면서 나는 그게 줄곧 궁금했는데, 저자는 후기에서 그 이유를 밝혀주었다. 저자의 진단에 의하면 히르벨은 두 가지 병을 앓고 있었다. 하나는 의사들이 진단한 병으로 두통과 경련 그리고 배가 아픈 증세를 보이는 병이다. 그 병명은 전문적이고 복잡하여 알 필요는 별로 없다. 또 하나의 병은 앞의 병보다 더 무서운 불치병이다. 이 병은 "그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같이 놀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아무도 그 아이를 믿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병"이라고 했다. 따라서 작가는 사람들이 이런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돕지 않는 한 이 병은 결코 치유되지 않고 악화될 뿐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서점 http://www.yes24.com / naz77 님이 쓰신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