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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내 친구가 마녀래요

지은이
E. L. 코닉스버그/윤미숙역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페이지수
159
대상
초등 5
전학을 온 엘리자베스에게는 친구가 없다. 외톨이인 엘리자베스는 마녀라고 소개하는 제니퍼와 친구가 된다. 제니퍼는 학교 안에 한 명 밖에 없는 흑인이지만 책읽기를 무척 좋아하는 당당한 아이이다. 외톨이인 아이가 당당해져 가는 모습과 아이들의 우정, 성장 등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미디어 서평 "앗! 우리학교에 마녀가 나타났어" “내가 제니퍼를 처음 만난 것은 학교 가는 길에서였다.” 코닉스버그의 ‘내 친구…’는 대뜸 그렇게 시작한다. 앗! 제니퍼가 마녀겠구나! 바로 궁금증이 인다. 대체 어떤 마녀일까? 그러나 작가는 뜸을 들인다. 작중 화자인 내가 전학 온지 얼마 안돼 친구없는 외톨이라는 것, 내가 사는 동네 이야기, 그리고 나서야 겨우 제니퍼와의 만남이 이야기된다. 나는 학교로 가는 작은 숲길, 한 나무 위에서 달랑거리는 구두를 그 구두의 임자에게 신겨준다. 마법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이상스런 끌림이다. 구두의 임자가 말한다. “내가 우스꽝스러운 검정 옷을 입지 않고 우스꽝스러운 빗자루를 들지 않고 우스꽝스러운 검정 모자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마녀가 아니라는 건 말도 안 돼.” 이쯤 이르면 독자는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얄미운 “두 얼굴”의 신시아는 또 얼마나 실감나게 밉살스럽게 그려지는지. 어느 반이건 그런 아이가 한 명씩은 있다. 어른이 있을 때는 얌전하고, 애들 사이에서는 패거리를 지어 쏙닥거리는 아이. 어른들은 그것을 보지 못한다. 그런 신시아를 제니퍼는 은근슬쩍 골려준다. 그 장면을 목격한 나는 제니퍼에게 와락 동지의식을 느낀다. 그런 제니퍼가 나를 마녀 견습생으로 삼겠단다. 우정은 그렇게 마법과 같은 끌림과 동지의식, 그리고 비밀의 공유로 시작된다. 마녀가 되기 위한 둘 만의 의식, 지켜야 할 금기 사항들…. 그 이야기들의 전개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그러나 재미로 그치지 않는다. 두 사람의 대등하지 못한 관계는 그들의 우정에 위기를 불러온다. 맹랑한 독선이라 비칠 정도인 제니퍼의 부당한 요구(속내를 들여다보면 나의 나쁜 버릇들을 고쳐주는 요구들이기도 하다)를 나는 마녀가 되기 위해 꿋꿋하게 견뎌낸다. 그렇지만 나는 두 사람이 좋아하던 두꺼비 힐러리 에즈라를 솥에 넣어 끓이는 짓까지 해가면서 마녀가 될 수는 없다. 나는 처음으로 제니퍼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 이제 대등한 관계에 들어선 것이다. 나는 ‘못되게 군’ 제니퍼를 떠나지만, 이내 제니퍼의 참뜻을 깨닫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지금 모습 그대로’, ‘좋은 친구’로 남는다.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을 가장 외롭게 하는 것은 어쩌면 친구가 없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엘리자베스와 같은 5학년인 딸에게 묻고 싶다. “혹시 말이다, 맨날 친구들 주위를 겉도는 별 볼일 없이 보이는 친구나, 생일 초대를 받고 와서도 의자에 앉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친구가, 어쩌면 남몰래 마녀 수업을 받고 있거나 아님 정말로 보통 아이로 변장한 마녀가 아닐까 생각해봤니?” <조선일보 00/06/03 김경연(독문학박사·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