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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내 친구에게 생긴 일

지은이
미라 로베/김세은역
출판사
크레용하우스
페이지수
216
대상
초등 5
율리아는 탈의실에서 우연히 하인리히의 매 맞은 자국을 보게 된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무관심하고 믿었던 선생님과 부모님까지도 하인리히를 돕는 일을 꺼려하지만, 율리아는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하인리히를 구해낸다. 학대받는 아이의 문제를 또래 아이의 눈을 통해 잘 그려냈다. 미디어 서평 부모에게 매맞는 친구가 불쌍해요 지난해 신고된 국내 아동학대 건수는 3155건에 이른다. 그러나 이 숫자는 전체 학대규모의 20~30%에 불과할 것이라고 한국어린이보호재단 관계자는 말한다. 신고의 대부분은 이웃주민들이 한 것으로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돼있는 교사, 의사가 한 것은 거의 없었다. 무관심과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않아 신고를 꺼리는 탓이다. 『내 친구에게 생긴 일』(크레용하우스)의 주인공 율리아에겐 아동학대가 `내 친구에게 생긴 일'로 스쳐 지나가지 않는다. 5교시 체육시간을 앞두고 반지하의 어두컴컴한 탈의실에서 우연히 보게 된 반친구 하인리히의 허벅지에 난 매자국과 어깨에 있는 커다란 피멍자국. “도대체 하인리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율리아는 진심으로 하인리히를 돕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우리 엄마는 흥분하면 바로 빰을 때려. 이유가 뭔지 내가 깨닫기도 전에 말이야” “아이들은 부모한테 속해 있어. 그러니까 부모들은 자기 마음대로 아이들을 다룰 수 있다”라면서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인리히 자신도 통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또 담임선생님은 하인리히가 사실을 털어놓거나 매맞는 걸 지켜본 목격자가 있어야만 신고를 할 수 있다며 그가 “가슴에 돋힌 가시들을 뽑아내고, 마음을 열어 사실을 털어놓”도록 노력해보자는 말로 율리아를 달랜다. 엄마 아빠도 율리아가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지닌 것에 흐뭇해하며 훗날 삶에 지치고 고단해도 그런 마음을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지만, 하인리히 일은 어른들에게 맡기라고 당부한다. 홀로 선 율리아. 혹시나 목격자를 만날까 싶어 그의 집 주변을 맴돌고 하인리히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보이는 것은 물론, 어린 시절 하인리히를 사랑으로 돌봤던 할머니까지 찾아간다. 나무 위에서 떨어진 하인리히가 잠시 마음을 열고 “아저씨가 달려들어 짐승같이 때릴 때에도 난 울지 않았”다며 속을 내비치긴 했다. 하지만 얼마나 매를 맞았는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흐느끼며 보낸 수많은 밤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하지 않는다. 하인리히가 의붓 아버지 손에서 벗어나게 된 건 집 계단 위로 내동댕이쳐져 의식을 잃고 얼굴은 피범벅이 된 후였다. 이야기는 상당히 사실적으로 전개된다. 율리아도 특별히 용감한 아이라기 보다는 매일 만나는 친구 하인리히의 옷 속에 감춰진 상처가 눈에 아른거려 도저히 그를 외면할 수 없는 따뜻한 심성의 겁많은 소녀일 뿐이다. 학대받는 어린이는 평생 치유하기 힘든 후유증을 겪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학대의 경험을 대물림한다고 한다. 어두운 구석에 웅크린 채 세상을 원망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들을 구해줄 수 있는 건 주변 사람들의 작은 관심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생각케 하는 책이다. <한겨레신문 01/05/28 신복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