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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모르는 척

지은이
우메다 순사쿠/송영숙역
출판사
길벗어린이
페이지수
220
대상
초등 5
초등학교 6학년 같은 반 급우인 돈짱이 야라가세 패거리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해 졸업 전에 전학을 가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관찰자 ‘나’의 시점으로 그렸다. 사건의 핵심이 되는 장면만을 검정 색연필과 검은 색종이를 오려붙여 그린 그림은 흰 바탕의 지면과 어울려 등장인물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느끼게 한다. 미디어 서평 세번은 읽어야 할 ‘왕따’이야기 「왕따」를 소재로 한 아동·청소년용 장편 그림동화책이 나란히 나와 주목을 끈다. 이탈리아 동화작가 마리아 스트리아네세가 쓴 「어릿광대 자코모」(서광사)가 왕따 현상의 전단계였던 「범생」(모범생의 은어)에 대한 집단 따돌림을 다뤘다면, 일본 그림책작가 우메다 수운사쿠(梅田俊作)가 쓰고 그의 아내 요시코(佳子)가 그린 「모르는 척」(길벗어린이)은 한국 왕따 현상의 원조격인 일본 「이지메」(집단괴롭힘)를 소재로 삼았다. 「어릿광대 자코모」는 서커스단에서 최고의 노력으로 최선의 실력을 가졌으나 동료에 대한 애정이 부족해 외톨이가 된 광대 이야기. 한국스포츠의 신세대스타들처럼 자기가 팀(서커스단) 전체에 큰 이익을 준다고 믿는 탓에 다른 단원들의 시기·반발을 무시, 외톨이가 된다. 그는 서커스단을 떠나 추위와 배고픔과 병에 시달리면서 사랑에 눈뜬다. 자코모는 그가 배우지 못했던 유일한 미덕인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서커스단에 만장일치로 다시 들어간다. 반면 「모르는 척」은 한국형 왕따를 생생히 묘사한다. 일본 초등학교 6학년 한 교실에서 친구 「돈짱」이 이지메를 당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던 「나」라는 소년의 갈등과 마음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편그림책이다. 돈짱은 나쁜 패거리 앞에서 우연히 재채기 한번 「잘못」 했다고 왕따를 당하기 시작하면서 사사건건 트집잡히고 두들겨 맞는다. 돈짱은 왕따에서 벗어나기 위해 패거리가 시키는 대로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훔치기도 한다. 돈짱은 학예회 날 대본과는 다르게 대장 원숭이에게 빼앗겨야 할 감을 뺏기지 않은 채 무대 위에서 대장 원숭이에게 한방 먹이고 장기결석 끝에 전학을 간다.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나」는 속앓이 끝에 졸업식 예행연습 때 벌떡 일어나 전교생과 교감선생님 앞에서 「양심선언」을 한다. 그 순간에도 나쁜 패거리는 「나」의 바지 지퍼를 내린다는 줄거리다. 옮긴이 송영숙씨(서울교육연구회장)는 어린이들이 이 책을 세번 읽어볼 것을 권유한다. 한번은 피해자 돈짱의 입장에서, 다음은 방관자 「나」의 시각에서, 그리고 가해자 패거리의 관점에서. 그러면 세 관계자가 모두 피해자이며 왕따는 누구도 방관할 수 없는 나쁜 일이라는 느낌이 들 것이란 설명이다. <경향신문 98/12/23 김중식 기자> 전교생 앞에서 고백했다 “미안해 왕따 모른척해서” 우리 반의 골칫거리인 야라가세 패거리는 돈짱을 끊임없이 못살게 군다. 미술시간이면 도와준다 어쩐다 하며 돈짱의 도화지를 그림물감으로 떡칠을 하고, 여자아이 앞에서 돈짱의 바지를 벗기기도 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남을 괴롭히는 사람도 나쁘지만, 그걸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나빠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괜히 끼어들었다가 야라가세 패거리의 `먹이'가 될까봐 두렵다. 학예회에서 돈짱과 야라가세 패거리는 다섯 마리 원숭이 역을 맡는다. 돈짱은 연극무대 위에서 야라가세에게 싸움을 걸어 바지까지 벗겨버린다. `나'는 마음속으로 돈짱을 응원한다. 그리고 2주 뒤 6학년 2학기의 마지막날 돈짱은 전학을 간다. 졸업식 예행연습날 `나'는 전교생 앞에서 용기를 내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도 모르는 척했다”고 고백한다. 아이는 그만큼 훌쩍 자란 것이다. <한겨레신문 책과사람 02/05/04 임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