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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나무야 나무야

지은이
신영복
출판사
돌베개
페이지수
158
대상
이 책은 신영복 교수가 단절의 공간으로부터 벗어나 세상살이를 경험하고 나서 선보이는 사색의 글모음이다. 역사와 현실이 살아 숨쉬는 이 땅 곳곳을 직접 발로 밟으면서 적어간 글들은 사회와 역사를 읽는 진지한 성찰로 가득 차 있다. 미디어 서평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가 95년 11월부터 올 8월까지 중앙일보에 연재해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가 <나무야 나무야>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밀양 얼음골·백담사·무등산·온달산성·한산섬·북한강등에서 보낸 25편의 글마다 이 땅에서 지금도 살아 숨쉬는 역사를 마주하는 저자의 성찰이 그 특유의 서 정적 문체에 담겨있다. 신 교수는 책머리에서 `머리보다는 발이 더 잘 알고 있다는 말을 실감하였습니다`고 말한다.그만큼 현장에서 느끼는 감회가 새롭다는 뜻이다.흐르는 강물처럼 유려한 글 속에 서로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상실한 우리의 자화상을 냉엄하게 질타 한다. 비판의 주요 대상은 자본주의의 무한경쟁 논리,모든 가치를 상품으로 돌리는 물신구조,타인과의 관계를 회피하는 왜소한 시민의식,예술마저 사회적 차별의 수단으로 변질된 문화풍토,그리고 가상공간에 갇혀 현실도피를 부추기는 정보사회의 맹점 등.모두 역사 혹은 사회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서히 성장·발전한다는 원리를 무시한 껍데기들이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대신 「신발 한켤레의 토지」에서도 굳건하게 뻗어가는 남산의 소나무에서 메마른 땅을 지키는 수많은 사람들을 읽어내고,천수 관음보살의 손에서 경쟁상대로 팽팽히 뒤엉킨 시장이 아니라 우정이 소통되는 세상을 희망한다. 그리고 한강·임진강·예성강이 합수하는 강화의 북쪽끝 철산리에서 이념과 사상의 차이로 불신과 증오를 키워온 우리의 현대사를 슬퍼하며 평등과 평화속에 겨레의 자존이 회복되기를 고대한다.<중앙일보 96/09/21 박정호 기자>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갑니다" 이 책의 첫장을 열면 이 짧은 문구가 마치 악수를 청하듯 인사하는 듯하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안겨준 감동의 침례를 경험한 사람에게는 저자가 8년간의 오랜 침묵끝에 건네는 이 인사가 반갑기 그지없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그랫듯이 이 책이 취하는 형식 역시 일종의 서간문이다. 긴 편지가 아니라 짧은 엽서다. 안방이나 서재의 책상머리에서 쓴 것이 아니라 우리 땅 이곳저곳을 찾아 그곳에서 띄워 보낸 엽서다. 짧기 때문에 말은 적어지고 올림은 크다. 머물러 쓴 것이 아니라 떠나가 쓴 것이기에 변잡스러운 생각의 훼방이 덜하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은 덤으로 얻는 감동이다. `주제`를 정하고 그에 어울림직한 장소를 찾아 떠난 여정의 첫 출발지는 저자의 고향인 밀양의 얼음골. 스승 유의태가 제자 허준으로 하여금 자신의 시신을 해부하게 했다는 골짜기다.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케 한다. 북한산에서는 상처난 몸이 거대한 머리른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서울`의 형국을 본다. 따뜻한 가슴으로 주변을 끌어안기보다는 `이성주의`에 빠져 있던 오만을 깨닫는다. 이성의 뿌리는 사랑에 있는데. 섬진강 나루터, 청령포, 무등산 등 우리 국토 곳곳에서 저자가 보내는 엽서들에 담기는 공통된 화두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인간의 배제한 발전이 정보화가 또그에 대한 현란한 논의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저자는 옛사람들의 글을 빌어 말한다. "물을 거울로 삼지 말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어 보라"고. <출판저널 96/10/05 박남정 기자> “난 어른이 되어도 하늘빛 고운 눈망울 간직하리라던 그 마음 어린 꿈이 생각나네~" 한 소녀 가수가 청순한 목소리로 불러 인기를 모은 노래 가사의 한 부분이다. 제법 높은 음을 내야 하는 이 부분에서 그만 목소리가 갈라져 머쓱해 하는 딸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너그러운 미소를 보냈지만 어쩐지 가슴 속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요즘 들어 거울 안의 내 눈망울을 찬찬히 들여다본 적이 있었던가. 언제부터 내겐 하늘색 고운 빛이 사라졌을까. 가끔 설거지를 하다 보면 기분 나쁘게 미끈거리는 물때를 닦아야 할 경우가 있다. 단지 깨끗한 물만 담아 놓았을 뿐인데도 합성수지 물통 밑바닥에는 물때가 거뭇거뭇 앉곤 한다. 불투명하고 주둥이가 좁은 물통은 말끔히 닦아내기도 어렵다.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 속에 쌓이는 때가 있다면 필경 그러할 것 같은 모습이다. 순수가 삶의 절대 명제가 되었던 적도 있었다. 그 시절, 순수의 잣대를 벗어난 사고나 행동은 가차없이 비난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여간해서는 비난하지 않는다. 이제야 사고가 유연해진 거라고 짐짓 여유를 부려 보지만 과연 그럴까,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하고 불편하다. 오래 전 순수라 이름 붙였던 것들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에 사로잡히면서 책표지 주인공의 안경 너머 맑은 눈빛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삽시간에 주위가 고요해지고 어디선가 따스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듯하다. 신영복님의 <나무야 나무야> 는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라는 조그만 이름표를 달고 있다. 책장을 펼치면 글과 글 여백 사이로 개울물이 흐르는가 하면 눈 쌓인 골짜기며 산봉우리가 살짝살짝 스쳐지나간다. 그들이 내는 두런두런 거리는 소리도 담겨 있다. 멀리 떠난 누군가가 고맙게도 나를 잊지 않고 멋진 그림 엽서를 보내왔을 때의 두근거림으로 읽어 내려간다. 조금은 낯설어 하는 나를 향해 `당신`이라 부르며 옆자리에 다가와 앉는 친절한 그의 목소리. 분명 단호하지만 소근거리듯 이어지는 작은 목소리를 행여 놓칠세라 숨마저 죽인다.아무리 엽서라 한들 그토록 짧은 문장을 골라 쓸 수 있을까. 생각을 고르고 가다듬는다는 것이 정녕 무엇인가를 배운다. 그 위에 보태진 절제란! 작가는 이와 관련한 궁금증을 염두에 둔 듯 `옥중에서 검열을 염두에 두고 엽서를 적을 때`와 비슷한 마음이 되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글은 그렇다 치더라도 군데군데 빛을 발하는 그림 솜씨 또한 감탄을 금할 수 없게 만든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맑은 눈망울을 간직하는 데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작가에게 이런 우문을 던지려는 찰나 책속에 담긴 현답들을 만난다. <한겨레신문 99/01/19 오미영(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