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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개미 제국의 발견

지은이
최재천
출판사
사이언북스
페이지수
148
대상
여왕개미, 수캐미, 일개미 등이 건설한 개미제국의 이야기를 통해 비록 몸집은 작지만 지구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는 개미사회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 부제는 `소설보다 재미있는 개미사회 이야기`다. 저자는 개미사회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엿보며, 우리 스스로의 삶을 돌이켜보게 한다. 저자가 개미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것은 하버드 대학원 시절 1984년 여름 중남미 열대림에서 열대생물학을 수강하면서였다고 한다. 그후 10여 년을 중남미 열대림에서 보냈다. 미국 곤충학회로부터 젊은 과학자상(1989)을 받기도 했다. 미디어 서평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동물행동학을 전공하고 94년 한국에 돌아온 최재천 교수(서울대·생물학과). 그는 귀국 기념 특별 강연회에서 청중이 개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 94년은 1년 전 번역된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가 백만 부 넘게 팔리며 `개미 붐’을 일으키던 해였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99년 최 교수는, 개미연구서 <개미 제국의 발견>을 펴냈다. 그는 84년부터 개미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학자이다. 그는 이 책에서 개미 사회의 경제·문화·정치를 풍부한 자료 사진을 곁들여 분석했다. 최 교수는<개미 제국의 발견>에서 하버드 대학의 댄 펄만 박사와 공동 진행해 온 `아즈텍 개미’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아즈텍 개미는 지구상의 어느 개미 집단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특이한 생존 방식을 보여준다. 아즈텍 여왕개미들은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는 이종(異種)끼리도, 그들이 각기 `개미 제국`을 형성하기 전까지는 협동하며 공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 사회에서도 보기 드문 `적과의 동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개미 군락이 생겨나는 과정은 이렇다. 봄(5~6월) 혹은 가을(9~10월)의 어느 날, 처녀 여왕개미와 수캐미들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며 `혼인 비행`을 치른다. 수캐미 수백 마리와 교미해 몸 안에 정액을 가득 채운 여왕개미들은 각자 흩어져 자기 왕국을 건설하기 시작한다. 수태한 여왕개미는 이때부터 수명을 다할 때까지 계속 알을 낳으며 왕국을 통치한다. 여왕개미의 정확한 수명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 교수가 하버드 대학 연구실에서 직접 확인한 한 여왕개미는 14년을 살았다. 일개미가 보통 4∼5주밖에 살지 못한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긴 삶이다. 오로지 처녀 여왕개미에게 정액을 주기 위해 태어나는 수캐미의 수명 또한 일개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도 대다수 인간에게 개미는 한낱 미물일 따름이며, 개미 사회는 그저 곤충 집단일 뿐이다. 그러나 최재천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 생존 적응력이 뛰어난 개미가 환경 문제 해결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줄지도 모른다. 지구상에서 개미가 파고들지 못한 곳은 고산 지대와 극지방 그리고 물 속밖에 없다. 개미는 오직 추위에 약할 뿐이다. 개미는 생태계 최고의 `환경 지킴이’이다. 개미는 전체 동물 시체의 90%를 수거해 먹어치울 뿐만 아니라, 흙을 갈아엎음으로써 육상 생태계의 영양소를 순환시키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다. 다양한 개미가 서식하는 열대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그러하다. 개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인류의 역사가 기껏해야 4백만 년인 데 비해, 개미는 적어도 약 8천만 년간 온갖 시행 착오를 거듭하며 `체제 실험`을 거듭해 왔다. 기계 문명 사회의 주인은 인간이지만, 인간과는 다른 차원의 문명을 구축하며 광활한 자연 생태계를 지배해 온 존재가 개미인 것이다. 최교수는 `개미 집단을 연구하면 인간 사회의 인문·사회 과학 분야에서 도움을 받을 만한 내용이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80년대 후반부터 각광받고 있는 `인지 과학` 분야에서는 이미 개미·벌 같은 사회성 곤충의 뇌신경 조직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개미는 `초개체(superorganism)`라고 불린다. 개미 한 마리는 뇌의 용량이 아주 적은 곤충이지만, 그들이 집단을 이루면 각자가 하나의 체세포처럼 기능하며 뛰어난 지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개미 사회가 시사하는 다양한 모습을 살펴본다면, 우선 최 교수가 <개미 제국의 발견>에서 표현한 바와 같이 `합리적 기업 경영`을 꼽을 수 있다.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나아가는 개미들의 살림살이가 그 한 예다. 여왕개미가 처음 일개미를 낳아 키우는 과정은 외부와의 유통이 철저히 차단된 폐쇄형 경제 체제와 비교된다. 주어진 환경에서 정해진 자본을 가지고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관건이다. 최 교수가 아즈텍 개미를 연구해 밝혀냈듯이, 여왕개미들은 초기 자본을 늘리거나 생산 공정을 단축하기 위해 `합작 투자`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여러 여왕개미가 한방에서 살림하며 함께 알을 낳고 애벌레를 키우기도 한다. 생산성 증대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개방형 경제 체제를 택하는 것이다. 개미의 경제와 인간의 경제를 비교할 때 가장 특기할 사실은 경제의 기본 원리인 `규모의 경제`에 관한 유사성이다. 너무 작거나 지나치게 큰 기업보다 적당한 규모의 기업들이 가장 빨리 성장하며 가장 능률적으로 운영되듯이, 왕국의 크기가 천차만별인 개미 사회에서도 중간 크기의 군락들이 가장 효율적인 경제 구조를 갖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밖에도 개미 집단의 경제에는 경탄할 만한 요소가 많다. 5천만 년이나 버섯을 재배해 식량을 스스로 조달해 온 잎꾼개미는 지구 최초의 농사꾼이다. 최 교수는 84년 중미 지역 국가인 코스타리카의 한 열대림에서 잎꾼개미 행렬을 처음 목격했을 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잎꾼개미들은 그렇게 운반한 잎을 씹어서 반죽한 뒤, 이를 배양 매체로 삼아 그 위에 버섯 쪼가리(또는 씨버섯)를 뿌린다. 그렇게 키운 버섯은 단백질과 당분이 풍부한 영양식이 된다. 개미는 인간 다음으로 가축을 많이 기르는 동물이기도 하다. 공생 관계로 지적되는 `개미와 진디`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개미는 진디를 무당벌레나 풀잠자리 같은 천적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대신에, 진디가 식물로부터 빨아들여 만든 탄수화물과 아미노산이 풍부한 단물을 받아 먹는다. 최 교수는 94년 귀국한 뒤 베르베르의 소설이 몰고 온 개미 붐 때문에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사람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긴 점은 과연 소설에서처럼 개미와 인간 사이에 대화가 가능하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최 교수는 `일방 통행`식 의사 표현은 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미의 의사 소통 물질인 페로몬을 추출해서, 개미 서식처 근처에 냄새 길을 그려 놓으면 냄새를 맡은 개미들이 인간이 원하는 지점까지 따라온다`라고 밝혔다. 개미에게 말을 건네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단계일 뿐이다. 개미 못지 않게 사회성을 지닌 꿀벌에게도 특수 제작한 로봇으로 하여금 `꼬리춤`을 추게 해 `여기에 꿀이 있다`는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개미 사회의 정치체제는 전체주의에 가깝다. 개미 군락은 여왕개미라는 절대 권력자의 지도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일개미는 짐꾼·파수꾼·병정·유모 등 주어진 업무에 따라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할 일 없이 놀고먹는 `놈팽이`는 수캐미 밖에 없다. 암컷으로 태어나고도 평생 수컷의 사랑 한번 못받아 보고 죽어야 하는 일개미들. 베르베르는 그의 소설 <개미>에서 `일개미들은 생식 능력을 갖지 못한 채 태어난다. 할 일이 많은 일개미들이 성적인 충동 때문에 한눈을 파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최재천 교수의 <개미 제국의 발견>에 따르면, 일개미가 알을 낳을 때도 있다. 일개미가 알을 낳지 못하는 이유는 여왕개미가 발산하는 특유의 페로몬 때문이다. 하지만 여왕개미가 죽으면 그가 내뿜던 강력한 화학물질이 자취를 감추어 일개미도 알을 낳을 기회를 얻는다. 여왕개미가 버젓이 살아 있는데 일개미가 `반역`을 기도하는 일도 있다. 일개미는 개미 제국의 변방, 혹은 굴 속의 어느 한 방에서 입구를 차단하고 여왕개미의 눈을 피해 알을 낳기도 한다. `왕은 긴 팔을 가졌다`는 서양 속담이 있지만, 긴 팔도 끝이 있는 법. 여왕개미의 팔 역시 한없이 길 수는 없다. 그러나 `역적 행위`가 발각될 경우, 일개미는 여왕개미에게 직접 참살된다.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가 풍부한 사실과 탁월한 상상력으로 쓰여 개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일개미의 생식 능력에 대한 설명에서 드러나듯이 그릇된 사실도 종종 눈에 띈다. 최 교수의 <개미 제국의 발견>은 개미 집단을 인간 사회와 비교 서술하는 `대중성`을 지향하면서도, 동물행동학을 전공한 학자의 저술답게 사실의 `정확성`을 겸비했다. 최교수는 말했다. `개미와 인간은 모두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치며 문명계와 자연계의 지배자로 군림해 왔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점이 많다. 목적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창의성을 발휘하는 개미 세계는 충분히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두 세계를 비교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은 우리는 인간이지 개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령 개미 사회의 전체주의적 체제는 인권을 중시하는 인간 사회와 맞지 않는다.` `알면 사랑한다.` 최 교수는 <개미 제국의 발견>에서 마지막 단원을 그 같은 제목으로 정리했다. 개미를 관찰하는 사람치고 함부로 개미를 짓밟는 사람은 없다. 개미에 대한 무지는 인간에 대한 무지와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시사저널 99/02/11 소성민 기자>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1만년 전, 그러나 무려 5천만년 전부터 버섯농사를 짓고 가축목장을 일구던 무리가 있었다. 여왕이 이끄는 이들 무리는 철저하게 분업화된 사회체제를 이루고 있었고, 피부색을 초월한 다국적 기업과 연합국가도 형성하고 있었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 만연한 정치적 갈등과 선거철의 합종연횡, 그리고 전쟁과 학살마저도 존재하고 있었다. 인간보다 하등한 이들 무리는, 인간사회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렇게 수천만년 동안 훌륭한 사회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인간들은 기껏 이들 무리의 흉내를 내면서 살고 있을 뿐인 부끄러운 존재인지도 모른다. 도대체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지 더러는 아시겠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 놀라운 무리가 바로 `개미'다. 발길에 밟혀도 비명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시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허리를 구부려야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작디 작은 개미들. 그들 사회가 간직한 이 놀라운 사실을 <개미제국의 발견>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자기 일을 천직으로 알고 평생을 바치는 숭고한 자기희생과 협동정신의 미덕을 우리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터이지만, 개미왕국은 인간사회의 많은 부분을 두루 닮았다고 저자 최재천 교수는 말하고 있다. 그 작은 몸집과 두뇌로 어떻게 그토록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해 가는 것일까?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개미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을 토대로, 인간사회의 경제, 문화, 정치에 빗대어 인간사회의 거울이 될 만한 개미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개미사회와 인간사회의 비유가 더러 식상하거나, 약간의 억지가 없지는 않지만, 저자의 사색과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특히,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성과를 일반인을 위해 이러한 방법으로 알리는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일임은 분명하다. 맛은 독자의 것임에도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이라는 부제를 달아 감히 독자의 위치를 넘보려 했지만, 그럴 만하다. 청소년, 일반인 할 것 없이 편하게 읽기에 좋다. <한겨레신문 01/06/18 이원근(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