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떽쥐페리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책이다. 원본에 충실한 깔끔한 번역과 기존의 판형보다는 조금 넓어진 판형으로 읽기 편하게 편집되어 있다. 뒷편에는 생텍쥐페리에 관한 사진과 작품론을 수록하여 생텍쥐페리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미디어 서평
눈에 보이는 것 밖에 볼 줄 모르는 어른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까지도 볼 줄 알게 된 <어린 왕자>처럼 마음의 눈을 뜨고 싶은 게 작가 생텍쥐페리(1900~1944)만의 바램일까.
1970년대부터 번역돼 널리 읽혔던 <어린 왕자>가 최근 방송의 책 프로그램들에서 사람들이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책으로 자주 꼽히면서 서점가에서 다시 베스트셀러 대열에 진입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깨달음이나 사랑, 행복은 물론 ‘눈에 보이는’ 별과 꽃마저도 잃어가는 현대인들은 <어린 왕자>를 통해 삭막한 가슴에 맑은 샘물을 흐르게 하고 싶은 지 모른다.
‘나’는 여섯해 전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의 모터가 한 군데 부서져버려 불시착한다. 나는 비행사로서 <어린 왕자> 초판이 출간된 이듬 해 출격해 영영 돌아오지 않은 생텍쥐페리 자신을 일컫는 것만 같다.
일주일분의 물 밖에 없는 막막한 상황에 처한 내 앞에 갑자기 어린 왕자가 나타나 “양 한마리를 그려달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상상력이 빈곤한 어른들과는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아 여섯살 때 이후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 때 원시림에 관한 책에서 맹수를 집어 삼키고 있는 보아 구렁이 그림을 본 뒤 이미 코끼리를 먹어버려 배가 남산만해진 구렁이를 그려 보여주자, ‘겉모습 밖에 볼 줄 모르는’ 어른들은 그림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날 어린 왕자에게 양을 그려주면서 나는 어린 왕자로 부터 별 여행기를 듣는다.
집 한 채보다 클까말까한 작은 별에 사는 어린 왕자는 외딴별에 나타난 유일한 꽃인 장미의 허영과 가시를 잘 이해하지 못해 괴로워하다 여행을 떠난다.
그가 만나는 이들은 모두가 자신의 별에서 혼자 존재한다. 그들은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기보다는 지배와 소유, 지식 속으로 파고들어 더욱 고독해질 뿐이다.
어느날 만난 여우는 남과 친구가 되기 위해선 참을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얘기해 준다.
자기 집 정원에 5만송이 장미를 놓고도 자족해할줄 모르는 어른들과 달리, 이제 한송이 장미에 대한 사랑만으로 행복하게 된 어린 왕자는 드디어 자기 별로 돌아가려고 한다.
<어린 왕자>는 늘 옆에 있는데도 몰랐던 아빠 꽃, 엄마 꽃, 아이 꽃, 친구 꽃의 가치와 고마움을 깨닫고 사랑의 마음을 열게 해준다. <한겨레신문 02/05/13 조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