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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신경림 시인을 찾아서

지은이
신경림
출판사
우리교육
페이지수
351
대상
1천 편의 시를 외운다는 시인 신경림이 시인들의 이야기를 모아 엮었다. `부은 한쪽 눈의 창녀가 양지쪽에 기대앉아` 있던 신동엽의 `종로오가`에서 `무수한 포탄의 작렬과 함께 세상엔 없`는 박인환의 고향 강원도 인제까지 꼼꼼하게 답사한 기행문집이자 이들의 시 세계를 갈무리한 해설집이다. 헐벗은 아이들의 가슴에 별을 심은 시인 권태응, 낭만과 격정의 민중시인 오장환, 눈을 맞고 선 굳고 정한 갈매나무 백석 등 교과서 밖의 시인들도 빼놓지 않았다. 한 편의 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뿐만 아니라 시인의 인생, 사상, 삶의 조건 등을 굵은 포물선 그리듯 가늠하여 읽어 나가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이 깔려 있다. 메마른 학교 교육만으론 시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청소년들을 주 대상으로 썼다. 시인들의 이야기에 관심 있는 성인들이 읽기에도 좋다. 미디어 서평 신경림 산문집....정지용서 천상병까지 현장기행 박목월의 절창(絶唱) 속에 넘치는 향토색 이미지의 뿌리는 경주에 오면 깨닫는다. 조지훈의 맑은 시혼(詩魂)과 드높은 기개는, 늙은 향나무들이 서 있고 고가(古家)가 유난히 많은 그의 고향 마을과 한 몸으로 어우러져 있음을 발견한다. 시인 신경림(申庚林)씨가 우리 현대시 대표시인 22인의 시세계와 삶을 그렇게 돌아보며「시인을 찾아서」(우리교육 刊)를 냈다. 정지용에서 윤동주 유치환 박목월을 거쳐 신동엽 김수영 천상병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문학사의 고전이 된 작품을 남긴 작고(作故) 시인들을다룬 기행ㅡ평전 모음집이다. 저자는 책상 앞에만 머물지않고 전국 방방곡곡 시인들의 생가 혹은 창작 현장을 3년간 발로 뛰었다. 비오는 남도 정취를 한껏 느끼며 찾아간 전남 강진군 탑동 김영랑 생가. 영랑의 손때가 묻은 나무들이 남아있는 뜨락, 영랑이 가끔 소리꾼들을 불러모아 소리판을 벌였던 사랑방의 정감있는 분위기에서 신경림은 영랑의 맑은 노래가 생성된 터전을 발견한다.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익는 강 마을의 저녁 노을이여」라고 했던 조지훈의 46년시「완화삼」(玩花杉)을 놓고 『그 궁핍한 시절 무슨 술익는 강마을이냐』는 힐난도 있었으나, 신경림은 이런 정서가 넘쳐나는 경북 영양군 지훈 생가에서 그의 시가 관념에서만 나온 것이 아님을 실감한다. 신경림은 시인들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는 과정에서 『닫혀있던 내 시관(詩觀)도 많이 수정됐다. 시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구나 새삼 감탄했다』고 했다.이 책은 답사 기록을 넘어, 생전 시인과 교유했던 인사들의 생생한 육성도 전한다. 젊은날 신동엽에 관해 『대학도 이름을 잘못 알고 찾아갔다가 귀찮아서 그냥 그 학교 원서 사가지고 온 인간이랑께』라고 고(故) 박봉우 시인의 말속엔 열정을 쏟는 일 이외엔 무심했던 시인의 풍모가 생생하다. 「목마와 숙녀」의 박인환이 수도극장 (현 스카이극장) 에서 스릴러 외화 「제3의 사나이」를 보던중 일어서서 『어이 백철(白鐵)씨 저걸 알아야 돼. 저걸 모르고 무슨 평론을 쓴단 말인가』라며 평단 실력자에게 「겁도 없이」일갈했다는 일화(김규동 시인 회고)에선 「앞뒤 재서 행동할줄도 모르던 순수한 로맨티스트」의 얼굴이 떠오른다. 한 시대를 불처럼 뜨겁게 혹은 고통스럽게 살다간 시인들의 삶을 보면서 독자들은 연민과 미소 그리고 쓸쓸함을 느낀다. <조선일보 98/11/05> 지줄대는 실개천서 모란 핀 강진까지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 청룡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아흐레 나흘찾아 박가분 파는/가을볕도 서러운방물장수되라네∵신경림 `목계장터`전반부). 신경림(63)씨는 길의 시인이다·<길>이라는 제목의 시집도 있거니와,그의 많은 시들은 길 위에서 구상되고 쓰여졌다. 목게장터 방물장수를 닮은 방랑기, 그리고 조국 산천과 민중에 대한 사무치는 애정이 그를 한사코 길로 떠다밀었음이다. 민요기행집 <강 따라 아리랑 찾아>를 내기도 했던 그가 이번에는 시인들의 자취를 찾아나섰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우리교육 펴냄)는 정지용에서 천상병까지 작고 시인22명의 고향과 유적을 답사하며 그들의 시세계에 대한 이해를 꾀한 산문 모음이다. "어떤 면에서 감정의 확대라 할 수 있는 시를 가장 잘 이해하려면 그 시인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조건 아래서 살았으며,그 시를 쑬 당시 무슨 생각을 하고있었는가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의 걸음을 재촉했다. (중략) 그 자신 시인이자 빼어난 시 비평가인 신경림씨는 해당 시인들의 시를 나름의 경험과 관점으로 풀어줌으로써 이 책을 훌륭한 시 해설서로 만들기도 한다. 시의 사회적 맥락과 기능을 중시하는 실천적 사실주의자로서 그의 면모는 월북 시인 임화의 선전선동시가 지닌 단순성, 폭발력, 전투성을 높이 상찬하는데서 드러난다. 메시지만 강하고 시적 형상화에는 등한한 것으로 평가되는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에서 절묘한 가락과 완급의 조절, 그리고 축약과 상징의 기법을 찾아내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김종삼의 내용 없는 아름다움의 시에 대한 평가,그리고 흔히 추상적 자연주의자로 비판받는 목월의 시에서 그의 고향경주와 고향 사람들에 대 한 지 극한 사랑을 읽어내는 데서는 다른관점을 향해서도 얼려 있는 그의 성숙한 대도가 엿보이기 도 한다. 이미 등단 40년이 지난 중견 시인으로서 그가 대상이 되고 있는 시인들을 직접 만나 겪은 일화들은 또 다른 흥미를 준다. 복권되기 전의 정지용을 소설가 이호철씨의 노래 `고향`과 평론가 구중서씨의 낭송 `향수·로 접하면서 숙연해하던 7O년대 중엽, 처음 만났던 대낮의 중국집 뒷방에서 대뜸 울기부터 하던 눈물의 시인 박용래, 아이들 이름을 하나 나라 겨레로 지을 정도로 조국과 민족을 사랑했던 `휴전선`의 시인 박봉우등이 그의 추억의 프리즘을 통과해 독자에게 다가온다. 책에 인용된 대부분의 시들은 신경림씨가 직접 외우고 있는 1천 수 가까운 것들의 일부이다. 그런가 하면, 그는 자신의 시 ·가난한 사랑 노래` 를 두고 만든 시험문제에서는 10개 중 7개를 틀렸다고 한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로 시작해서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이 모든 것 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로 끝나는 이 단순한 시를 가지고 시인 자신조차 틀리는 문제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문학교육이다. <한겨레신문 98/11/10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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