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안도현의 섬세한 시적 감수성이 산문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작품이다. 연어의 모천회귀라는 존재 방식에 따른 성장의 고통과 아프고 간절한 사랑을 시인은 깊은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은빛연어' 한 마리가 동료들과 함께 머나먼 모천 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누나연어를 여의고 '눈맑은연어'와 사랑에 빠지고 폭포를 거슬러오르며 성장해가는 내용의 <연어>는 숨지기 직전 산란과 수정을 마치는 연어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운명이 시적이고 따뜻한 문체 속에 감동적으로 녹아 있어 그윽한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미디어 서평
연어가 가르쳐주는 삶과 사랑
뛰어 넘어야 할 폭포 앞에서, 눈 맑은 연어는 은빛 연어에게 말한다.
“나는 네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어. 쉬운 길은 길이 아니라고, 너는 말했지. 거슬러오르는 기쁨을 알려면 주둥이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어봐야 한다고 생각해.”
시인 안도현이 쓴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 모천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삶의 여정 속에서 은빛 연어가 겪는 성장의 고통과 간절한 사랑을 시인의 깊고 맑은 눈 속에 담아낸 작품이다. 1996년 봄 발간된 이후 지금까지 50여만부 가까이 판매됐고, 지금도 매년 4만∼5만부씩 꾸준히 주문이 들어온다는 출판사의 설명. 한달에 4000∼5000부 가량이 시장에서 소화되는 셈이다.
한 인터넷서점에는 이 책에 대해 독자 45명의 서평이 올라 있다. ‘kgw79’라는 ID의 독자는 “책을 선물할 기회가 생기면 주저없이 이 책을 선물하곤 한다”며 “연어처럼 고된 시련을 겪지 않고도 돌아갈 수 있는 어머니라는 존재에 감사드린다는 글과 함께 어머니께 선물했다”고 한다.
검푸른 바닷물을 닮지 않은 외로운 이 은빛 연어의 이야기는 읽는 이들에게 어머니의 따스한 품을, 가까운 곳에 있는 행복을, 마땅히 가야 할 길을 때에 따라 적절히 일러주는 마법을 지녔다.
‘그래도, 아직은, 사랑이,/ 낡은 외투처럼 너덜너덜해져서/ 이제는 갖다 버려야 할,/ 그러나, 버리지 못하고,/ 한번 더 가져보고 싶은,/ 희망이, 이 세상 곳곳에 있어,/ 그리하여, 그게 살아갈 이유라고/ 믿는 이에게 바친다.’ 저자의 헌사다. <동아일보 책의향기 02/05/25 조이영 기자>
연어의 일생 그린 어른 동화
'연어, 라는 말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시인 안도현씨가 쓴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 (문학동네)의 첫 문장이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다분히 시(詩)적이다. 시 하나에 매달려 평생을 살아온 이가 쓴 이 동화는 섬세한 시적 감수성으로 충만해있다. 연어가 경험하는 성장의 고통과 아프고 간절한 사랑을 정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동안 심심찮게 쏟아져 나온 어른들을 위한 동화 중에서 이 책이 유난히 독자들의 사랑을 얻고 있는 것은 시적인 감상에 빠져들게 하는 문장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이 동화의 주인공은 등이 검푸른 동료 연어들과 달리 유독 자신의 등만 은빛이다. 결함처럼 보이는 이 사실로 인해 유난히 외로움이 많고 그래서 자신의 존재를 더욱 사색하는 주인공이다.
은빛연어는 알래스카 근처에서 불곰에 희생될 뻔한 자신을 구해준 눈 맑은 연어와 사랑에 빠지고 그와 함께 연어의 숙명인 강 거슬러 오르기를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연어만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 는 사실과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삶의 이유일 수 있다' 는 등의 철학적 사유들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소설가 신경숙씨는 '인간들이 함정으로 만들어 놓은 손쉬운 물길을 마다하고 '연어에겐 연어들의 길이 있다' 며 폭포를 뛰어오르는 주인공 은빛연어를 따라 헤엄치다 보면 문득 나도 연어가 되고 싶다' 고 표현하고 있다.
1백30여 쪽에 불과한 이 동화는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겸허한 풍경을 쉽고도 정제된 표현으로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저자가 연어의 생태 연구 논문과 연어를 물속에서 근접 촬영한 사진집, 연어의 회귀 장면이 담긴 비디오 등을 연구했다. 동화지만 작품의 현실감이 높은 배경이다. 매쪽마다 화가 엄택수씨가 그린 펜화가 들어있어 책이 '예쁘다' 는 느낌을 준다.
1996년 출간돼 지금까지 30만 부가 팔려나갔으며 지금도 찾는 손길이 매달 2천~3천부씩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시집 '그리운 여우' (창작과비평사) '서울로 가는 전봉준' (문학동네)등을 펴낸 시인은 '연어' 이후 '관계' (문학동네) '사진첩' (거리문학제) '짜장면' (열림원)을 잇따라 펴내 성인동화의 개척자란 새로운 이름을 얻고 있다. <중앙일보 스테디셀러 다시보기 00/4/21 신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