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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햄릿

지은이
세익스피어
출판사
민음사
페이지수
222
대상
극문학이었던 <햄릿>의 특징을 최대한 살린 최종철 교수의 번역판. '죽느냐 사느냐'로 번역되어온 'To Be or Not To Be'를 '있음이냐 없음이냐'로 옮겼는데, 이는 '<햄릿>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복수라는 행위가 인간의 존재에 미치는 영향과 그 행위의 본질을 추구한 극이다'라는 해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독자서평 햄릿-모순된 인간상의 총체 새삼스럽게 현대에 와서 <햄릿>에 대한 비평을 제기하는 것은 다소 진부하게 보인다. 그만큼 햄릿이라는 인물은 그간 수없이 연구의 대상이 되어 왔으며, 온갖 추측의 주인공이 되어 왔다. 우유부단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는 이 인물의 인간상이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거론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햄릿>이라는 텍스트는 시대를 초월하여 대단히 흥미있는 주제를 제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비극적인 상황과 그 과정, 결말을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고뇌와 갈등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주의깊게 통찰하고 있다.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인간 하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얽힌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빚는 갈등, 정치적·시대적인 상황이 표출하는 불안, 우주와 종교, 운명에 관한 폭깊은 명상과 탐색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측면에서의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셰익스피어를 전부 이해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의 과정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는 이 복잡한 인물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모든 인간상을 압축해서 이입시켰다. 그런 까닭에 햄릿의 갈등이 극단의 모순과 혼란에 근거하고 있음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주인공인 햄릿은 단순히 극을 주도하는 입장이 아니라, 극 자체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사실 <햄릿>의 스토리 구조 자체는 당대에 유행하던 복수극의 컨셉트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극이 비극의 대표적인 전형으로 제시되며 끊임없이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는, 햄릿이라고 하는 주인공이 대단히 독특하며 복잡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극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극심한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다. 시대적으로 보면, 그는 한참 르네상스가 활기를 띄던 시대의 지식인이다. 당대의 명문으로 꼽히던 비텐베르크의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무엇보다 이성을 지닌 인간상을 신봉하고 있는 진보적 사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만큼 숙부의 왕위 계승과 모친의 부정한 재혼은 그로 하여금 믿고 있던 이성적인 인간에 대한 신념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는다. 믿음을 파괴당한 그는 극도의 허무주의에 빠져든다. 그는 여성-나아가 인간 자체를 불신하고, 마침내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까지 회의를 느끼게 된다. 자신조차 신뢰할 수 없게 된 그는 숙부를 처단할 수 있을 만한 정당한 명분을 확신하지 못한다. 또한, 그의 감정은 분명 격정적으로 복수를 부르짖고 있으나, 그의 이성에 대한 집착은 섣부른 결단을 저지하고 있다. 결국 그는 이성에 근거하여 결과를 숙고하면서도, 그런 자신에게 끊임없이 혐오감을 느끼며 반복되는 내면의 충돌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면이 햄릿의 진보적 가치관에 기인한 것이라면, 딜레마를 이루고 있는 또 하나의 측면은 그의 극단적인 보수성이다. 그는 왕위를 계승할 후계자이며 탁월한 기사로 교육받은, 중세적인 기독교의 이상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그러므로 그는 어머니와 숙부의 재혼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미 숙부의 범죄를 알기도 전에, 그는 어머니와 클로디어스의 결합으로 인해 극단적인 우울증에 빠져든다. 왕의 망령은 그러한 도덕적 가치판단에 뿌리를 둔 혐오감을 보다 구체화하는 역할을 한다. 숙부와 어머니를 비난하기는 하되 확실한 근거를 갖지 못하던 햄릿은, 선왕의 망령에 의해 자신이 느끼던 혐오감을 복수라는 이름으로 재구성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그러한 부정을 심판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믿게 된다. 그러나 그의 도덕심은 그에게 명분을 부여하는 한편, 복수를 위한 살인조차 죄악으로 여기게 되는 결과 또한 낳는다. 앞서 언급했듯 선왕의 유령은 햄릿에게 복수를 요구함과 동시에 "마음을 더럽히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내건다. 그러나 복수를 하면서 깨끗한 마음을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며, 햄릿은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갈등하게 된다. 인간의 의지로 복수를 행하는 이상 그것은 또다른 죄악이 될 수밖에 없다. 극의 후반에서 햄릿이 복수를 인간의 뜻이 아닌 신의 섭리로 납득하게 될 때까지, 이러한 그의 결벽에 가까운 도덕성은 끊임없이 그를 혼란에 빠뜨리는 원인이 된다. 이처럼 상반되는 두 성격은 그로 하여금 복수를 결심-실행의 지연-자기 혐오라는 끝없는 악순환 속에 빠지게 만든다. 극히 모순적이며 이중적인 자아, 이것이 극 전체에서 햄릿을 지배하고 있는 일관된 비극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햄릿>이라는 극에 있어서 이 주인공은 단순한 등장 인물이 아니라 극 자체를 형성하는 주된 요소로 구성되고 있다. 어떻게 보자면 이 극은 단순히 햄릿이 복수를 부탁 받고 그것을 달성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자기모순에 당착하여 그것을 극복하고 파괴된 가치관을 회복하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 주인공은 시대적으로, 감정적으로, 상황적으로 끊임없이 딜레마에 부딪히고 있다. 그는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주위 사람들과의 유대관계에서 찾지 않고 늘 자신 속에서 찾고자 한다. 그 결과 되풀이되는 자기 탐색, 변증법적인 해결 방식의 도모, 자기 혐오와 용서의 순환이 필연적으로 요구되게 된다. 이는 거의 모든 인간이 살아가면서 거치는 과정이며, <햄릿>은 그 과정을 제한된 한 시간과 공간 속에 응축시켜 나타내 보임으로써 극대화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극을 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그 난해한 인생의 과정을 한꺼번에 겪고 있는 주인공에게 동정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그런 이유로 이 극의 비극성은 스토리 자체보다 캐릭터성에 더 근거를 두고 있다. 또한 햄릿은 극히 다중적인 인물이다. 그는 극 속에서 수많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거기에 수반되는 갈등을 모두 겪고 있기에 더욱 심층된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그가 그 혼란을 해결하는 과정은 각 역할에 얽힌 갈등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이다. 결국 외면적으로 그는 한정된 하나의 인물로 보이지만, 그의 안에는 수많은 인간들의 상이 총체적으로 얽혀 있다. 그가 대표하는 것은 한 시대, 혹은 한 유형의 인간이 아니라 원초적인 본성 속에 집결된 근본적인 인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시대를 초월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며, 그가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며 진정한 자아를 획득해 가는 과정은 모든 인간들이 공통적으로 걸어야 하는 길이기에, <햄릿>이 전하는 메시지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서점 http://www.yes24.com / azalea822 님이 쓰신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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