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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지은이
신영복
출판사
돌베게
페이지수
399
대상
신영복씨가 20년 동안 검열의 선을 넘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휴지며 엽서에 철필로 또박 또박 써 보낸 편지들은 짧은 글이었지만, 큰 고통 속에 있는 인간이 가슴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올린 진솔함으로 긴 감동을 남겼다. [서평] 영혼을 울리는 사랑의 편지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어리로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 형벌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말초감각에 의해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 혐오에 있습니다.” 1985년 당시 통혁당 사건의 무기수였던 신영복(61·성공회대 사회과학부장) 교수가 수감생활 중 가족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다. 이 글은 1988년 주간 ‘평화신문’에 연재되며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엘리트 였고 육군사관학교 교관으로 활동하던 1968년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감옥에 들어갔다. 스물일곱 한창 나이에 ‘무기수’로 20년 20일을 교도소에서 살았다. 1988년 출간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그가 76년부터 88년까지 감옥에서 휴지와 봉함엽서 등에 깨알같은 써놓았던 편지들을 묶은 것. 햇빛 출판사에서 초판이 나온 뒤 20만부가 넘게 팔렸고 98년 돌베개 출판사에서 그림과 편지 원본을 추가한 증보판도 10만부 가까이 팔렸다. 돌베개 출판사의 김혜형 편집장은 “고립된 공간에서 인간 본연의 보편적 정서를 이타적인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본 기록”이라며 “밖에서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이 미처 느끼지 못했던 그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반성과 사색의 시간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책에 수록된 그의 글들은 따뜻하다. 수인(囚人)의 신분으로 콘크리트 벽에 갖혀있으면서도 아침이면 귀따갑게 지저귀는 참새 소리와 창문 가득히 물씬 풍기는 흙내에 감사한다. 그는 언젠가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모여 숲을 이루듯 더불어 체온을 느끼고 함께 사람다운 삶을 애써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희망”이라고 했다. 서로를 깍아내리려는 무한경쟁시대에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갖자는 그의 말은 의미심장하다.,동아일보 책의향기 02/06/08 황태훈기자> [독자서평] 영혼을 울리는 지성의 힘 도서에 대한 평가 : 책내용 책상태 고전을 읽는 행위는 나에게 긴장감을 유발한다. 고전은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높이 평가된 작품이기에 이미 모범답안이 존재한다. 모범답안을 알고 책을 읽는 행위는 대개 모범답안을 재확인하는 과정에 그치기 쉽다. 이러한 독서를 피하기 위한 강박이 나에게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이다. 고전을 읽는 행위는 모범답안이라는 결과를 암기하는 것을 탈피하여 모범답안에 이르는 과정을 실제로 겪는 것에 다다라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답안을 도출하는 창조적 독서도 가능해야 한다.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결코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깨달음은 지성의 힘이다. 비록 저자의 신체는 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갇혀있지만 저자의 정신은 감옥을 벗어나 세상으로 열려있다. 감옥 속에서도 만물을 아우를 수 있는 것은 지성의 힘 덕분이다. 감각을 통해서 주위를 바라보면 감옥의 벽면을 벗어날 수 없지만 지성을 통해서 주위를 바라보면 감옥을 벗어나 세상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책 속에서 이러한 면모가 두드러지는 글이 '여름 징역살이'라고 제목이 붙여진 글이다. 이 글에 의하면 감각으로 상황을 파악하면 자신을 덥게 만드는 것은 바로 옆사람이지만 이성으로 상황을 파악하면 자신을 덥게 만드는 것은 감옥이라는 좁고 폐쇄된 공간이다. 삶 그 자체를 감각으로만 파악하지 말고 삶 이면에 깔린 사회적 조건들을 이성으로 파악하여 총체적으로 삶을 조망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호소한다. 열린 세상에서도 감각에 의존해서 서로를 미워하고 짓누르는 우리에게 저자가 보여주는 지성의 힘은 숙연함마저 느끼게 한다. 무기징역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20년이라는 세월을 고스란히 감옥에서 지낸 고립된 환경에서도 저자가 유감없이 지성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삶을 긍정하는 자세 덕분이다. 그 삶이란 부와 권세를 거머쥔 채 세상을 주무르는 특권층의 삶도, 더 나은 삶을 욕망하며 세상과 타협하는 중산층의 삶도, 삶이 고되긴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놓치지 않는 서민의 삶도 아니다. 그 삶이란 폐쇄된 공간 속에서 실의와 좌절감으로 점철된, 저자의 표현대로 '밑바닥'의 삶이다. 저자는 한 사회의 가장 밑바닥의 삶을 긍정하기에 온갖 실의와 좌절을 뛰어넘어 부단한 사색과 성찰을 통해 영혼을 울리는 지성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목차] 1. 서문 2. 고성 밑에서 띄우는 글 3. 독방의 영토 4. 한 포기 키 작은 풀로 서서 5. 나는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