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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을화

지은이
김동리
출판사
문학사상사
페이지수
482
대상
<을화>는 1982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김동리의 대표작으로 단편「무녀도」를 개작하여 펴낸 이 작품은 기독교와 토착 민간신앙과의 갈등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신과의 갈등은 물론,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의 자아를 지키면서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어떠한 의지를 구현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까지 이른다. [독자서평] 토속적 한국미가 듬뿍 이 작품의 모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단편 <무녀도>와 <을화>를 비교하며 읽는 것은 매우 흥미있었다. 두 소설은 분위기나 기본 구성이 비슷하지만 <무녀도>에 비해 <을화>는 훨씬 입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작품의 인물들은 많이 닮아 있지만 <을화>의 인물들이 좀 더 생동감있고 사실적이다. 을화는 모화에 비해 더 입체적인 인물이다. 입체적이라는 것은 성격 변화가 많다는 데서 이해되어 진다. 무녀라는 존재는 인간과 신의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위치에 있다. 신내림을 받거나 굿을 할 때에는 완전히 이성을 벗어버린 모습이어야 하고, 신기가 없어진 일상 생활에서는 평범한 모습이어야 한다. 실제 무녀들의 생활이 어떠한 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소설들을 미루어 보아, 신과 인간의 두 세계를 오가는 양면성이 보여져야 무녀로서의 현실성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무녀도>의 모화에 비해 을화는 그러한 양면성을 잘 갖추고 있다. 단편에서 무녀가 되기 전까지의 삶이 잘 드러나 있지 않았던 것에 비해 <을화>에서는 신내림을 받기 전까지의 평범한 여자로서의 삶이 나타나 있다. 그러한 전사의 개입이 을화를 더 입체적으로 부각시킨다. 단편과 장편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을화의 남자관계 또한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을화의 성적인 면도 소설에서 무시 못할 전개 요소인데 이것 역시 모화에게서는 찾을 수 없었던 새로운 면이다. 작품이 을화에게 집중되었기 때문인지 을화에 비해 월희나 영술은 단편의 인물들과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아 보인다. 월희는 낭이의 연장에 있는, 신비하고 주술적인 분위기를 살리는 데 상징적인 외모와 성격을 가진 인물로 설정되어 있고, 영술은 을화와 종교적 갈등을 겪는 사건을 가지고 오는 인물로 <무녀도>의 욱이와 같은 위치에 있다. 이들 인물에게서 을화와 같은 성격 변화를 찾기는 쉽지 않지만 역시 단편의 인물들보다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입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샤머니즘과 기독교의 충돌. 을화와 영술이 모자간이라는 설정은 그러한 갈등을 더 심화시킨다. 이러한 종교의 충돌을 통해,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작가가 제시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종교의 갈등으로 풀어져 나왔지만, 비단 종교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크고 작게 우리 주변에 널려져 있다. 어떤 두 가치의 충돌, 그 가치가 서로 다른 성격을 지녔다고 해서 그것들이 추구하는 것도 충돌되어지는 것일까? 서로 다른 가치가, 추구하는 것은 결국 하나의 점이 아닐까? 이 소설 곳곳에서 부딪히는 을화와 영술의 서로 다른 종교 형식만 보아도 그 형태가 다른 것이지 결국 지향하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독교와 샤머니즘은 그 근본부터 다른 것이다. 기독교의 유일신 정신부터가 샤머니즘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에서 말하려는 바가 그런 종교간의 대립을, 그 원인을 분석하려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소설은 종교를 들어 말하고 있지만 결국 서로의 담 안에 갇힌 사람들의 충돌이었다. 무조건 충돌하려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 소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소설의 효용가치가 그러한 교훈적인 데에 맞추어 지는 것에는 반대한다. 이 소설은 이러한 대립 각도를 보여주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고 미학적인 요소가 많이 있었다. 그 다음은 독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인터네서점 yes24/milkipower 님이 쓰신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