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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새의 선물

지은이
은희경
출판사
문학동네
페이지수
396
대상
<새의 선물>은 작가가 지난 여름 무주 적상산의 안국사라는 절에 들어가 2개월간 해발 1,000m가 넘는 선방에서 두문불출, 하루 10시간씩 노트북 컴퓨터와 씨름하며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장편소설. 그야말로 작가 은희경의 영혼과 정신의 거센 출렁거 림과 인간의 삶과 세계를 꿰뚫는 빛나는 통찰이 돋보이는 역작이다. [출판사 서평] 또 하나의 ‘대형신인 탄생’ 문단의 비상한 관심과 세인의 주목 하에 진행된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은희경의 장편소설 「새의 선물」이 출간되었 다. 은희경씨는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이중주'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한 데 이어 3,000만원 고료 제1회 문학 동네소설상 당선자로 선정됨으로써 한국 소설의 내일을 이끌어갈 뛰어난 신예작가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수상작 「새의 선물」은 환멸의 학습을 통해 인간 성숙을 그린 뛰어난 성장소설이자 지난 연대 우리 사회의 세태를 실감나게 그린 재미있는 세태소설이 란 호평을 받는 작품이다. 인생의 희비극적 단면에 대한 절묘한 포착, 상식을 뒤집는 역설과 잠언의 적절한 구사, 일상적 경험을 형이상학적 인식으로까지 끌어올리는 치열한 탐구정신 등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 작품은 90년대 우리 문학의 중요한 수확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새의 선물」은 작가가 지난 여름 무주 적상산의 안국사라는 절에 들어가 2개월간 해발 1,000m가 넘는 선방에서 두문불출, 하 루 10시간씩 노트북 컴퓨터와 씨름하며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장편소설. 그야말로 작가 은희경의 영혼과 정신의 거센 출렁거 림과 인간의 삶과 세계를 꿰뚫는 빛나는 통찰이 돋보이는 역작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소설은 삼십대 중반을 넘긴 ‘나’가 1995년 무궁화호가 발사되는 광경을 보고서 아폴로11호가 달을 향해 발사되던 1969년 열두살(국민학교 5학년) 소녀시절을 회상해보는 ‘액자소설’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여섯살에 어머니는 전쟁통에 실성하여 목매 달아 자살했고, 아버지는 사라졌다. 외할머니 슬하에서 이모, 삼촌과 함께 생활하는 열두살의 ‘나’는 “세상이 내게 별반 호의 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열두살에 성장을 멈췄다. 나는 알 것을 다 알았고 내가 생각하기로는 더이상 성숙할 것이 없었다. ” 삶의 숨겨진 비밀을 다 알아버린, 남의 속내를 예리하게 간파해내는 조숙한 아이인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공간은 우물을 중심 으로 하여 두 채의 살림집과 가게채로 이루어진 ‘감나무집’, 그리고 읍내의 ‘성안’과 도청소재지를 넘나드는 남도의 지방 소 읍이 전부다. 그 공간에서 그는 각양의 군상들을 만나고, 그 군상들의 일상 속에 펼쳐지는 삶의 숨겨진 애증의 실체를 엿보거나 사람 사이의 허위를 들추어낸다. 그의 시선에 포착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지난 시절의 우리 이웃 같은, 미운정고운정으로 끈끈히 맺어진 살가운 사람들이다. 철없고 순수한 이모, 남편이 죽은 뒤 외아들을 떠받들고 사는 장군이엄마, 병역기피자이며 바람둥이인 광진테라아저씨와 착하고 인정 많은 광진테라아줌마, 신분상승을 위해 뭇남성에게 교태를 부리는 미스리, 순정파인 깡패 홍기웅 그리고 완전한 헤어짐으로 사랑의 추억을 완성하는 ‘나’ 등 개개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약자들 이고 소외당한자들이지만, ‘삶을 멀찌감치 두고 보려고 애쓰는 나’에 의해 그들의 일상을 감싸고 있는 따뜻함과 정겨움이 하나씩 복원된다. 그러한 따뜻함과 정겨움은 킥킥 웃음이 터져나오는 갖가지 삶의 에피소드 속에서 드라마처럼 혹은 아름다운 풍경화처럼 펼쳐진 다. 그 웃음은 풋풋하다. 그러나 마냥 웃기만 하기에는 삶이 도저히 온전하지 못할 것 같은 상처의 내압과 잔인한 진지함이 또한 있다. 이 소설은 이처럼 묵직한 주제와 리얼리티를 내장하고 있으면서도 대단히 재미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작가 은희경의 번뜩이는 필력에서 연유하는데, 내밀한 삶의 속속들이를 다 알고 있는 이 소설의 화자인 열두살 계집아이의 당돌한 시선에 힘입고 있는 바 크다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이 화자를 돌본다고 여기고 있는 이모를 사실은 화자가 돌보고 있는 형국에 대한 묘사와 그 독 특한 어조는 이 소설의 해학과 웃음의 근원이자 묘미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동생을 등에 업은 채 천방지축 팔방놀이를 하는 문제 아적 소녀의 행동을 묘사하는 대목이나 ‘매사에 뒤에 처지기 때문에 하찮은 존재’였던 이선생님이 여호와의 증인이자 빨치산의 아내인 정여사 구출을 위해 화염 속으로 뛰어드는 순교의 장면과 그 후 정여사와 이선생님에 대한 간첩 혐의로 빚어지는 웃지 못할 풍자, 그리고 늘 가출을 꿈꾸면서도 버스가 떠난 다음에 먼지구름 속에 추연히 남아 있는 광진테라아줌마에 대한 묘사 등등 은 참으로 압권이다. 이와 같이 삶의 이면을 드러내는 작가 은희경의 싱싱하고 원숙한 심리묘사와 해학적인 문체는 우리 소설문 학에서 그리 흔하지 않은 강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새의 선물」은 때로는 웃음이 터져나오는 귀여운 간교함으로, 때로는 경쾌한 상상력으로 삶의 금기와 규범체계, 사회의 지식 메커니즘 따위의 고정된 인식틀을 해체하는 삶의 모험적, 도전적 통찰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인생에 대한 냉소로부터 비롯된 시니컬한 시선이 갖가지 희극적인 삽화들 속에서 리얼하게 펼쳐지는 이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 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한다. 동시에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비밀스런 관계의 본질과 삶의 심연에 흐르 는 위악적 경험의 비합리성이라는 무게 있는 주제와 일정한 관련을 맺고 있다.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 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라 고 말하지만, 그것은 차라리 모성의 부재, 그 상처를 다스리기 위해 열두살 계집아이가 본능적으로 터득한 자기방어의 기제인 위 악과 냉소의 시선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삶의 잔인함과 허망을 꿰뚫은 역설이 아닐까. 황혼을 배경으로 서 있는 염소와 남자의 실 루엣, 그리고 하모니카 소리…… 마치 아득한 정적과도 같이 묘사되는 장면 속에서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인 그 남자 ‘허석 ’에 대한 화자의 사랑이라는 이미지 새기기와 그것의 가차없는 상실은 삶의 미망인 사랑과 성(性)에 대한 고통스런, 그러나 성 숙한 자기확인이 아닐까. 삶은, 사랑은 대단한 것이지만, 어쨌든 “농담인 것”이다. ‘희극적인, 그러나 너무나 비극적인’ 삶에 대한 칼날 같은 통찰, 마침내는 배반일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한 냉소와 조롱, 결 코 대단하지 않은 일상의 늪 속에서 군더더기 없이 원숙하게 묘사되는 인물들의 내면과 삶의 위장된 진실들에 대한 눈부신 혜안! 장편소설 「새의 선물」의 전반을 관류하는 문학적 깊이와 서사적 무게는 그야말로 90년대 우리 문학에서 멸하지 않는 빛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