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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19세

지은이
이순원
출판사
세계사
페이지수
250
대상
한 소년의 열세 살에서 열아홉 살까지 삶의 기억을 담은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 어른 세계로의 입사식(入社式)을 무사히 치러내기 위한 통과제의로서의 교육과정, 우리들의 푸르른 그 시절의 꿈을 바치는 소중한 앨범과도 같은 책이다. 대사가 생생히 살아있어,마치 옆방에서 두런 두런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있거나 저자거리의 싸움판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다. 미디어 서평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등을 쓴 작가 이순원의 성장소설 <19세>가 출간됐다.계간「작가세계」에 3회에 걸쳐 분재했던 것을 묶은 이 소설에는 작가가 13세부터 19세에 이르는 동안 치러낸 `사건'들이 앨범 속의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애잔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며 펼쳐진다. 화자인 `나'는 강원도 두메 가난한 농가의 둘째 아들이다.위로 공부를 빼어나게 잘하는 형을 두고 있다.산골출신이라고 남들이 놀리자 기죽지 않으려고 국민학교 졸업식 때 문교부장관상으로 받은 콘사이스 사전을 `폼나게' 끼고 다닌다. `문교부장관 이름을 아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교과서 맨 뒤 판권란에 `문교부장관 검정필'이라 적힌 것을 보고 `네,검정필입니다`라고 호기있게 외쳤다가 우세만 당하고 `검정필'이란 별명을 얻는다. 1년 뒤인 14살.고민에 빠진다.`거기'에 거웃이 나기 시작한 것.두렵기도 했던 나는 세살 위의 같은 반 친구에게 `무려 1백원 어치'의 풀빵을 상담료로 낸 뒤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진단'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15세.나는 드디어 부모님 몰래 친구와 하루 왼종일 걸어 대관령 `말랑'(정상의 강원도 사투리)에 오른다.놀랍게도 그 높은 산 위에는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그 밭에 완전히 매료된다.할아버지의 평소 말씀,`대관령은 비산비야(非山非野)여!`를 실감한다.고개만 들면 시커맣게 압도하며 내려다보고 있는 대관령은 강릉의 소년들에게 동경과 궁금함의 대상이었다. 작가는 `그때 우리들은 경포대 앞바다 저 너머가 아니라 대관령 너머에 뭐가 있는지 궁금했다.매일 대관령 뒤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꿈을 키워간 시절`이라고 말한다. 16세.부모님과 대판 싸운 뒤 고집대로 상고에 진학한다.빨리 은행에 취직해 돈을 모아 대관령 정상에 `빨간 지붕의 그림같은 집'을 짓고 밭을 가는 농부가 되기 위해서다.그러나 왼손잡이인 나는 주산실력이 영 엉망이라 은행원의 꿈을 포기한 뒤 학교를 건너 뛰어 바로 농부가 되겠다며 가출을 감행한다. 17세.`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했던가.어렵게 허락을 받아낸 나는 배추밭 5천평과 감자밭 2천평을 빌려 농사를 짓는다.어린 농군은 햇빛과 비와 날씨의 천우신조로 대풍을 거둬 목돈을 쥔다.일제 5백cc 혼다 오토바이를 사서 폼나게 몰고다니고 유곽을 들락거리며 `어른 연습'을 한다. 어른들도 내가 돈을 벌자 어른 대접을 해준다.`원시사회나 농경사회에서는 나이에 상관 없이 수렵이나 생산에 참가하면 성인대접을 해주지 않습니까.열일곱에 불과했지만 제 몫을 하니까 성인으로 끼워준 것이겠지요` 작가의 말이다. 그렇게 한동안 돈 쓰고 다니며 정신없이 놀다 몇해 전의 그 `빨간 지붕'과 친구 누이에 대한 짝사랑 등 소중했던 `꿈'을 떠올리며 그 시절로 돌아가자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대관령을 내려온 소년은 상고에 복학하고 대학을 나온 뒤 작가가 되었다.이제 드문드문 새치가 나기 시작하는 40대 중반,한창 사춘기인 아들을 지켜보면서 그 시절 자신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이 작품의 장점은 대사가 생생히 살아있어,마치 옆방에서 두런두런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있거나 저자거리의 싸움판을 보고 있는 듯하다는 점.작가는 `일단 쓰고 나서 대화부분은 꼭 소리 내 읽어가며 호흡과 운율을 고른다`고 말했다.<국민일보 99/06/22 이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