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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나의 어머니 조선의 어머니

지은이
이건창 외
출판사
현대실학사
페이지수
266
대상
조선 시대의 역사 위에서 이들이 기록을 통해서 훌륭한 어머니로 효성스런 며느리로 정숙한 아내로 손꼽히는 여사(女史)가 많이 있다. 조선 초기의 김종직 어머니에서 조선 말기 이건창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33인 어머니를 시대별로 엮었다, 미디어 서평 `아깝구나, 여자가 되다니!` 이 말은 조선시대 여성에게는 최고의 찬사이자,여성으로 태어난 숙명에 대한 저주의 표현이다.조선조 여성 33인에 대한 기록을 모은 책,〈나의 어머니조선의 어머니〉에는 이런 장탄식이 전편에 걸쳐 흘러 넘친다. 물론 기록의 주체는 이 여성들의 생을 송두리째 착취(!)함으로써 정상의 자리에 오른 남성(아들)들이다.곧,김창흡 김만중 이건창 이황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대가들의 입을 통해 이 ‘저주받은’여성들은 ‘여성부재’의 역사적 틈새에서,비록 섬광처럼 짧기는 하나, 존재의 흔적을 드러낸다. 이 여인들이 발휘하는 능력은 실로 상상을 불허할 지경이다.성자의 고행을 연상시키는 지극한(혹은 끔찍한) 효성, 전란의 격변을 통과하는 철의 의지,결벽증에 가까운 도덕적 고결함 등. 어디 그뿐인가? 명문거족의 마님들임에도 부엌일,길쌈,바느질 같은 온갖 종류의 궂은 노동도 거침없이 감당할 뿐 아니라,식솔과 노비,동민들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경영자적 자질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한마디로,이 여인들은 ‘슈퍼우먼(!)’인 것이다. 특히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남편 김수항을 유배지에서 잃고 김창흡을 비롯하여 여섯 문장가를 배출한 안정 나씨, 청상과부의 몸으로 대문호 김만중을 길러낸 해평 윤씨, 병자호란시 강화도가 함락될 때 최초로 순절하여 이후 엄청난 회오리를 몰고 온 윤증의 어머니 공주 이씨의 생애는 한 편의 벅찬 드라마를 연출한다.그런데, 문제는 이 감동에 순수하게 몰입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것은 이 기록들 속에 작동하는 남성들의 시선,말하자면이 비범한 여성들을 오로지 효도와 내조,양육의 화신으로 획일화시켜 버리는 의도가 너무 적나라한 까닭이다. 곧,기록의 주체인 아들들은 이 다채로운 개성의 소유자들을 한결같이 도덕적 철갑으로 무장한 ‘로보캅’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동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이 시선을 배반하거나 혹은 그로부터 미끄러져야만 한다. 예컨대,이 여성들의 생의 이면에 담긴 저 심층의 언어들, 곧 문장, 산술, 역사 등에 대한 지적 욕구와 끊임없이 갈등하면서, 분출하는생의 에너지를 오로지 `전쟁 같은 가사노동`으로 해소해야만 했던 지독한 내적 억압의 역사를 읽어내는 고난도의 독법이 요구된다. 또 하나, 지난해 이문열씨의 소설 〈선택〉이 일으킨 평지풍파(!)가 잘 보여주듯, 이 여성들의 삶을 우리 시대 여성에 대한 억압의 무기로 휘두르려는 가부장제적 책략에 대한 정신적 무장도 필요하다. 이렇게 긴장된 독서를 요구하는 것이야말로이 책이 일으키는 가장 큰 효과일 터,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이 책은 여성사로서뿐 아니라, 흔치 않은 전통생활사로서도 흥미롭기 그지 없다.<한겨레신문 98/06/30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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