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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려는 사소함으로
글쓴이 조단비

이상과 부합하고 잘하는 걸 바라보는 일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시름시름 앓다 언제 사그라들지 모를 무언가에 관심을 두는 건 애정 없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무언가를 좋아하여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도 작고 미약한 것에 관심을 두게 되는 그대에게 감사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나은 하루였기를, 그렇지 않더라도 무사 태평하게 지나갈 수 있기를.


하교를 하던 때 나누어주던 추억 속의 치킨을 어른이 되어 시켜 먹었다. 매장마다 차이가 날 수 있는 걸 제외하고서라도 치킨은 무척 짰고, 양이 많았다. '앗, 짜다'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나누어 먹을 걸 생각해서 작은 곽 안에 꾹 눌러 담았을 누군가를 떠올리니 좋았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그렇게 여겼을 테고, 주어진 것 내에서 어떻게든 살아갔으리라. 같은 맥락에서 밥반찬으로 활용할 수 있고,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치밥을 먹게 되는 경험을 얻었으니 좋을 수밖에. 기억 속의 그 맛을 다시 먹을 수 없었던 게 아쉽지 않은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때 먹었던 건 그날의 날씨와 심리 상태 및 일어났던 일들과 오감을 포함하여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누구도 경험한 상태에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모르는 상태에서 겪은 것과 아는 상태에서 겪은 건 다르니까. 그렇기에 발전도 하고, 좋은 점도 있다. 내게는 내가 할 수 있거나 없는, 새로움을 발견해내는 게 여기에 속한다. 할 수 있다면 더 좋고, 할 수 없어도 좋은. 버터를 넣어 만든 쿠키나 호밀 빵을 굽는 일처럼. 절박함과 그렇지 않은 상황이 교차되는 시점이나 내게 당도하게 된 과정을 항상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할 순 없겠지만 종종 떠올릴 수는 있다. 주로 그때라서, 그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좋았던 일들과 온기를 스치운다. 이곳에서 등장하는 '그럼에도'라는 건 중의적이다. 물건에는 용도가 있지만 의미는 담는 것에서 비롯된다. 눈에 보이는 게 중요한 까닭은 나의 느낌, 생각과 같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나는 주는 것에 기뻐하고 받는 것에 기뻐하는 마음을 내 속에 담아두고 싶다. 깨끗하고 사려 깊은, 때로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러기를 바랐던 나날들은 내게 있어 소중하다.


윤동주의 「서시」는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내가 읽고 문장을 기억하는 최초의 시다. 시험에 나오는 지문을 외우듯이 반복하여 새긴 문장도 있지만 인상을 받은 게 아니라면 어렴풋이 남아있을 뿐이다. 나는 이 시를 교과서에 수록되어 과제로 나온 적이 없는 상태에서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문장이 적힌 필체를 바라보다 머릿속을 감미롭게 휘감는 내용과 누군가의 삶이 보고 싶어 보고 또 읽었다. 글은 사용하는 당사자의 마음이든, 아니든 바라보는 누군가의 마음이 들어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루를 되새김하며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생각이 나 곁에 없음에도 있는 듯이 마음을 주고는 했다. 나에게 시는 궁금증과 함께 파고들지 않는 관심이었다. 얽매여 있으면서 구태의연하게도 오롯이 그것으로부터 시작되어 종료되는, '무언가'. 관심으로 무관심해지고, 무관심으로 관심이 되는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것에 가까운 생애였을지도 모르겠다.